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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큐레이터 May 24. 2023

‘쓰는 사람’이 되려는 ‘류진주’씨에게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김양미,문학세상)를 읽고


당신의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었어요.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김양미,문학세상)라는 책이었지요. 책은 일곱편의 단편을 담고 있었고, 당신의 이야기는 <샤넬 No.5>에 있었어요. 고급 브랜드가 있는 제목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어요. 명품을 좋아하는 혹은 동경하는 젊은이 이야기일까,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야기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당신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글을 쓰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죠. 당신이 걸어왔던 길과 전혀 상관없는 길로 들어서며 당신은 화를 냅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글과의 싸움’에 시간을, 삶을 투자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당신은 도전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저 머너의 누군가가 ‘OK’를 외칠 때까지 읽고 쓰고 또 읽고 쓰죠.      


당수동의 빌라를 나와 옥탑방을 얻고, 도서관에 다녔다는 당신이 늘어놓은 책 목록을 보며 나는 좀 울컥했어요. 그 대목을 보면서 당신을 만들어낸 김양미 작가가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 모습은 오래 전의 내 모습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의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삶을 다룬 <비정상에 관하여>에서는 지난날의 나를 만났고,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를 보면서는 참 많이 웃었어요. 가장 강한 존재와 가장 나약한 존재를 엮어 독자를 웃기며 생각할 무언가를 주는 작품이었죠. <내 애인 춘배>를 읽은 날은 어느 길가를 걷다 ‘춘배’라는 이름이 붙은 간판을 보고, 저 집 사장님 이름도 ‘봄날의 꽃봉오리’일까 생각했어요. 소설 속 춘배도 그 집 사장님도 ‘봄날의 꽃봉오리’처럼 ‘예쁨 받는 날’을 살아가길 바라기도 했죠.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려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가슴에 이야기를 담은 사람은 ‘써야 할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거든요. 저에게도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고, 어쩌면 평생 다 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아봤어요. 당신은 ‘써야 할 운명을 지닌’ 사람이란 걸요. 어쩌면 당신의 엄마도 당신을 알아봤을 거예요. 백일장에서 상 한두 번 받아왔다고 알아본 게 아니라, 당신 마음속에 써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당신에게는 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겠지요. 그래서 편의점과 식당을 돌며 삶을 연명하는 당신에게, 엄마는 ‘쓰는 사람의 삶’을 선물하고 싶었을 거예요. 어쩌면 당신도 원했을 삶을요.     


당신이 쓴 열다섯 번째 소설을 ‘그’가 ‘OK’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요. 당신이 소설을 쓰고 보상금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당신은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을 거란 걸요.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책을 낸다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또 다른 글을 쓰게 한다는 걸 당신은 알테니까요. 류진주, 당신의 글에는 제가 끄덕여주는 사람이 될 게요. 당신의 삶에서 내 삶의 조각들이 보여 나는 당신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당신의 이야기를 써주세요. 당신의 다음 작품들을 기다릴게요. 그럼 안녕.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김양미,문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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