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현 May 31. 2020

장미가 피는 계절이다.

장미가 피는 계절이다. 라는 글을 첫번째 장미가 피는 순간부터 쓰고 싶었다. 서로 어우러져 피는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4월의 꽃샘추위와 5월의 잦은 비로 꽃들을 잃었다. 4월의 추위에 꽃봉은 더디게 여물었다. 따스한 햇살에 아름답던 꽃들은 5월의 비로 무거워졌다. 꽃잎은 무너졌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기다렸다. 오늘은 5월 31일이다. 장미의 계절은 역시 5월이다. 5월에 장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모두가 어우러진 순간은 없다. 하지만 장미는 5월이니까. 5월에 글을 쓴다. 아쉽지만 아름다움이 부족하진 않다.




커다란 토분에 심어진 장미 사진을 보았다. 내가 알던 장미의 모습이 아니었다. 겹겹이 풍성한 모습이 작약을 닮은것도 같았다. 검색해보았다.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장미였다. 매년초 예약을 통해서만 살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오픈 테라스가 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딱 2주만 사자 했다. 사진을 보고 내 취향의 장미들을 골랐다. 첫번째가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장미 디엘렉윅로즈 였다. 꽃이 예뻐 골랐기때문에 내한성(취위에 강한지) 내병성(병에 강한지 약한지) 직립형( 위로 곧고 바르게 자라는지) 덩쿨형( 덩쿨처럼 길게 뻗어 자라는지)에 대한 설명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꽃이 예쁜것으로 골랐다. 디엘렉윅로즈는 직립형이다.


위로 길게 자란다.


정말 직립형이다. 키가 아주 크다. 현재는 화분의 2배가 넘는 모습으로 크고 있다. 꽃봉도 많이 내어준다. 나에겐 첫번째 꽃을 보여준 장미이다. 나의 첫번째 장미. 꽃잎이 풍성한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장미는 꽃이 오래가지 않는다. 일명 후드득이다. 비가 오면 잎이 후드득 떨어진다. 비가 오지않아도 일주일 이내 후드득 떨어진다. 아름답게 피었다. 미련없이 간다.


나의  첫번째 꽃 디엘렌윅로즈
만개한 디엘렉윅로즈


장미는 해가 갈수록 튼튼해진다. 화형도 완벽해 진다. 지금보면 어설펐던 첫번째 꽃이다. 그래도 그때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처음이라 더 뜻이 깊었다. 매 시간 피는 모습을 바라봤다. 봉우리에서 중간개화 그리고 만개까지의 모습이 달라 더 아름다웠다. 첫꽃 이후로 꽃이 피면 필수록 더욱 아름답다.


모두 디엘렌윅로즈


장미를 키우는건 신생아를 키우는 기분이다. 남들눈엔 다 비슷해 보이겠지만 내 눈엔 모든 모습이 다 다르다. 그래서 곁에서 수없이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남들에게 보여준다. 정말 신생아를 키우는것 같다. 누군가에게 마음껏 보여주고 싶다. 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두번째로 골랐던 장미는 세인트 세실리아였다. 살구색 장미였다. 한참을 공들여 키웠더니 떡하니 진분홍 장미가 피었다. 오배송이었다. 오배송일 경우는 대부분 환불로 진행된다. 이미 품절된 장미를 보내줄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시스템이다. 공들여 키운걸 화분에서 파내는 것도 쉽지 않다. 파내서 보내려니, 내 잘못이 아닌데 잘못하는 기분이다. 장미에게 미안하다. 세인트 세실리아 대신 받은 장미는 메어리 로즈였다. 첫꽃부터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해였다. 꽃이 피면 필수록 빛이 났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빛이 있다. 프릴이 발랄한 소녀같은 느낌이었다. 더군다가 엄청나게 꽃을 연속으로 보여줬다. 메어리 로즈로 나의 테라스가 한동안 화사했다. 그리고 비로 전부 잃었다.



내 눈엔 다 다른모습 ㅋ 메어리로즈



이렇게 영국 오스틴사의 장미를 들였다. 그리고 남의 장미를 구경하다보니 이쁜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내 꽃도 이쁘고 남의 꽃도 이쁘다. 알고보니 내가 들인 두주는 그렇게 인기가 많은 애들은 아니었다. 뭐 그래도 내 눈엔 예쁘다. 그리고 나는 더 장미를 들였다.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보스코벨, 프랑스 메이앙사의 에덴로즈, 독일 코데즈사의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마지막으로는 아직 배송받지 못한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크리스티나. 보스코벨은 아직 첫꽃을 보지 못했다.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나는 장미집사 초보다. 5월에 연속으로 내린 비에 방치했다. 중간개화중이던 꽃을 다 잃었다. 비오면 좋은거 아냐? 비보약아냐? 이러고 친정에 갔다오니 -_- 꽃잎이 상해 엉망이었다. 청순하기로 유명한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가 얼룩덜룩이었다. 결국 첫번째 맺혀있던 꽃봉들은 제대로된 개화를 보지 못했다. 구매당시에 달려있던 꽃봉이었다. 내가 공들여 키워 생긴 꽃봉이 아니니 미련갖지 말자했다. 하지만 쓰라렸다. 그 뒤로는 비오면 천막아래로 개화가 시작된 것들은 옮겨준다. 무겁다...


프랑스 메이앙사의 에덴로즈도 인기있는 품종이다. 뒤늦게 구했다. 그래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참을 새순을 내어주지 않았다. 흙이 잘못된거 아닐까? 내가 가지를 너무 많이 잘랐나? 고민할 무렵 새순을 내어주었다. 에덴로즈 역시 친정을 다녀오고 상태가 안좋았다. 그래도 한송이는 중간개화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은 첫번째 핀 꽃들이라 명성에 조금 부족한 모습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장미는 다년생이다. 월동이 가능하다. 일년을 살다 죽는 식물도 많다. 하지만 장미는 추운겨울을 보내야 그 다음해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해가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강해진다. 꽃이 피어있는 기간도 점점 길어진다고 한다. 아직 모두가 어우러진 모습은 없다. 괜찮다. 모두가 어우러지는 날 다시 글을 쓰면된다. 장미를 키우며 드는 생각은 정성을 들인만큼 돌려준다는것이다. 물론 다른 식물들도 그렇다. 자세히 보고 자세히 돌봐주면 새순을 기쁘게 내어준다. 열매맺는 식물이 최고라고 여겼던 나였다. 우리집에서 테라스는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남편의 숨터이고 딸의 놀이 공간이다. 그런공간에 꽃을 내어주는 장미는 우리집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감성부잣집 따님


오늘은 올해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초봄의 날씨가 되었다. 지금은 비가 온다. 요즘 날씨가 예년같지 않다. 가늠할수가 없다. 걱정이 된다. 단순 장미가 걱정이 되는것이 아니라 지구가 걱정된다.


하루에 한여름과 초봄을 겪어도 꽃이 피었다. 코로나로 봄은 올까 싶었던 4월 글을 썼다. 꽃이 피면 글을 써야지 했다. 장미가 조금 늦게 폈다. 그렇게 글이 늦었다. 하늘도 아름답다. 5월의 꽃들이 아름답다. 그리고 장미가 아름다운 계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테라스가 있는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