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있는 집
작년 12월 말 우리는 이사를 왔다. 옥탑과 테라스가 좋아서 오게 된 곳이다.
우리 집은 베란다가 선룸처럼 확장된 곳이다. 천장과 벽이 유리로 마감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베란다 문만 닫으면 온실이다.
나는 식물을 좋아했다. 예전엔 노랑 빨강 같은 진한 색 꽃들이 좋았다. 지금은 초록초록 아예 꽃이 피지 않거나, 피어도 은은한 색이 좋다. 내가 주로 좋아하는 식물들은 이렇다. 올리브나무. 유칼립투스. 데이비드오스틴사의 장미. 잉글리시 라벤더이다. 그 외에는 먹는 걸 좋아한다. 바질은 2006년부터 항상 빠지지 않고 키우는 허브이다. 자라는 족족 뜯어먹는다. 고수와 루꼴라는 샐러드에 넣기 참 좋다. 지금 사는 집은 복층이다. 집안의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옥탑이 있고 옥탑방 밖에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에서는 꽃을 키운다. 그리고 집 밖의 옥상에 구청 사업으로 만든 도시텃밭이 있다. 입주민들이 한 구획씩을 분양받아 쌈채소등을 키운다. 우리 집 전 주인은 그걸 두 개 분양받았다. 그래서 꽤 넓다. 가로는 100센티 세로는 350센티 정도 되니 우리 세 식구에겐 충분하다. 나는 12월에 이사를 했다. 그리고 1월부터 식물을 들였다.
올리브를 들이러 갔던 양재동에서 레몬나무를 들였다.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온 식구였다. 꽃봉이 두 개 있던 레몬나무는 집에 온 다음 주 꽃을 피웠다. 해가 잘 드는 주방에 놨는데 근처에만 가도 향이 진동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었다. 한겨울인 1월에도 실내에서 꽃을 피우다니 신기했다. 열매도 열렸다.
레몬과 함께 온건 폴리안이었다. 키가 큰 외목대를 찾았는데 겨울이라 폴리안이 잘 없었다. 대품 폴리안이 있긴 했지만 다른 종류의 유칼립투스를 몇 번 죽여서 자신이 없었다. 폴리안은 유칼립투스의 종류 중 하나이다. 그나마 키우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완전한 일자의 외목대는 아니지만 가성비 괜찮은 녀석으로 들였다. 당시 16,000원이었다. 너무 산만해서 생장점을 잘랐다. 지저분한 가지도 잘라주었다. 환기가 생명인 폴리안이라 겨울에는 선풍기까지 틀어주며 키웠다. 성장은 당연히 멈춤이었다. 남아 있는 잎들 몇 개가 색이 변했다. 과습이거나 춥거나 둘 중 하나였다. 토분에 심어 주었는데 속성 식물이란 이야기에 분갈이를 다시 해 주었다. 낮에는 테라스에 내놔주고 해지기 전에 옥탑 안으로 들여준다. 지극정성이다 -_- 그 정성을 알아주는지 요즘은 새순이 나오고 있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큰다. 참 예쁘고 고맙다.
선우가 어린이집을 간 어느 날 양재동에 너무 가고 싶었다. 1월 즈음이었다. 대부분 남편이 있는 주말에 가곤 했는데 선우 데리고 안을 돌아다니는걸 남편이 힘들어했다. 우리 집에서 양재동은 차 안 막히면 35분 정도 - 당연히 초행길이다. 고민하다가 큰맘 먹고 차키를 들고나갔다. 양재동 화훼단지에 가면 예쁘게 분갈이 해 놓은 곳들이 많이 있다. 인스타에 유명한 화원도 있다. 이런 곳들은 이쁘지만 비싸다. 당연하다. 주인분이 나이가 많으시고; 너무 빽빽하게 나무들이 많아서 뒤져야 하는 곳에 가성비 괜찮은 애들이 있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화원에서 28만원 부르던 나무보다 목대가 더 두꺼운 올리브 나무를 발견했다. 18만원이었다. 토분을 골라 분갈이를 부탁했다. 천년을 산다는 올리브나무였다. 이탈리아의 아씨씨 여행에서 봤던것처럼 굵고 예쁘게 키우고 싶었다. 작은 올리브를 일 년 키워보니 올리브가 참 잘 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병충해도 잘 없는 녀석이었다. 집에 오니 너무 예뻤다. 위로만 길게 키운 나무라 전정이 필요했다. 나는 모든 나무의 전정을 집에 데려온 지 일주일 지나서 한다. 일주일 뒤 나의 가위춤으로 올리브는 키가 많이 작아졌다.
데이비드 오스틴을 본건 우연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아름다웠다. 내 기억에 장미는 여기저기 흔하게 핀 붉은 장미였다. 물론 그 장미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쨍한 붉은색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겐 큰 매력은 없었다.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사의 장미는 달랐다. 다양한 색깔과 화형의 제각각이었다. 이제까지 보고 알던 것과는 다른 장미의 모습이었다. 왜 꽃의 여왕이 장미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오스틴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다. 더욱 끌렸다. 하하. 해가 바뀌는 겨울에서 봄 무렵 수입상들이 예약을 받아 분양했다. 1월 드디어 예약이 시작되었다. 마음 같아선 수십 개를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장미는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라고 했다. 나는 경험이 없었다. 고민 끝에 두 주만 골랐다. 입금을 하고 삼주쯤 지나서 왔다. 2월 말, 아직 영하의 날씨라 신경 쓸게 많았다. 심어줄 30센티 토분들도 도착했다. 식물은 간단하다. 화분크기만큼 큰다. 크게 키우고싶으면 큰 화분을 들이면된다. 우리 집에 온 오스틴은 디 엘렌 웍 로즈와 세인트 세실리아였다. 오스틴사의 장미를 공부할수록 너무 예쁜 애들이 많았다. 결국 두 주를 더 들였다. 보스코벨과 에덴로즈다. 나중에 온 두주는 가지마름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수목보호제를 샀다. 잘들지 않는 전정가위를 버렸다. 새로운 전정가위를 들였다. 식물을 키우는건 아이를 키우는것과 같다. 아이마다 기질과 특성이 다르다. 식물도 그렇다.
꼭 사고싶었던건 과실수였다. 앵두랑 대추랑 감을 따먹던 어린시절이 즐거웠다. 앙상한 나무에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과실이 열리는 기쁨을 선우에게 주고싶었다. 화분에 가둬키울수 있는 블루베리가 적당했다. 작은 나무는 키우고싶지 않았다. 블루베리는 품종이 다양했다. 챈들러를 선택했다. 나중에 열매가 500원짜리 동전만해 진다고 했다. 6년생 성목을 주문했다. 3년생을 사서 서서히 크게 키우는게 좋다는건 몰랐다. 블루베리는 관목형 나무였다. 하나의 뿌리에서 기둥과 가지가 나와 점점 두꺼워지는게 아니라 뿌리만 있으면 땅속에서 새로운 목대가 나오는것이었다. (장미도 그렇다) 오래된 나무는 뿌리가 너무 커져서 폐기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_-; 매년 나무를 잘라주고 키우며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거다. 몰랐다. 사기전까지는.. 사기전에 공부를 자세히 했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했다. 그래도 꽤 좋은 나무를 샀고 70센티 화분에 심었다. 아기올리브를 키웠던 경험을 살려 강하게 전정을 했다. 나무나 식물이나 원리는 같다. 통풍이 잘 되게 가지 잘라주기, 아픈 잎들은 따주기, 물주기이다. 적당히 잘라주면 남은 가지나 잎들이 더욱 튼튼하게 큰다. 공급되는 영양의 총량이 같으니 자잘하게 여기저기 분배시켜 키우는것보다 선별해서 강하게 키우는게 더 좋은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말라죽는것보다 과습에 잘 죽는다. 과습 통풍 일조량만 지키면 식물은 잘 자란다. 대부분 집안에서 무언갈 키우기때문에 일조량과 통풍때문에 잘 죽는다. 해는 영향을 주고 바람은 식물을 강하게 한다.
잉글리시라벤더는 남프랑스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꿈꿨다. 보라보라 더미라니 하아. 너무 매력적이다. 군락을 이루고 핀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집 옥상텃밭을 죄다 라벤더로 키워볼까 했지만.. 수확되는 채소를 심어야하는 주부마음.. 결국 실속이 로망을 이겼다. 어쨌튼, 수확하면 차로 마실수도 있다. 향기가 좋다. 뿌리식물이라 관리만 잘하면 넓게 퍼진다. 프랑스의 라벤더 밭 사진에 나오는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장미와 어우러지면 더 아름다울것이다. 대부부분의 식물들은 4월부터 싹이 난다. 다년초 식물들도 그렇다. 3월까지는 죽은듯한 가지에서 새싹이 난다. 4월이다. 여기서 잎이 날까 싶었던 라벤더는 풍성해졌다. 그저 잎이. 누가 보면 저게 뭐야? 할수 있다. 나만 안다.
장미들은 새순을 퐁퐁 냈다. 꽃봉도 십수개가 올라왔다. 저게 꽃이 될까?싶었던 꽃봉은 이제 막 피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만 아는 변화다.
코로나로 선우가 등원을 안하면서 모종들은 너무 일찍 주문을 했다. 인터넷에는 식재 시기라던지 이런건 정보가 너무 없다 하하. 식재시기에 대한 글좀 써야겠다. 일찍 주문한 모종들은 작은 화분들에 옮겨주거나 포트 그대로 집안에 들였다 테라스로 꺼내주고 하고 있다. 고추모종과 방울토마토 모종은 꽃까지 피고 있다. 밤에도 5도는 되어야 텃밭에 심어줄수 있다. 앞에도 말했지만 우린 두가지 공간이 있다. 집안에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 옥탑방을 가고 그 옥탑방을 나가면 테라스가 있다. 이곳은 화초의 공간이다. 대부분 내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있다. 선우 물놀이를 위한 공간이기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키울순 없다. 지금도 이미 많기도 하다. 또 하나의 공간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옥상으로 바로 가면 텃밭이 있다. 여긴 먹을것을 위한 공간이다. 나는 진지하게 여기에 무엇을 키울지를 고민했다. 노트에 끄적이기도 했다. 남편은 웃었다. 남편은 나의 숨겨졌던 재능은 키우기라고 했다. 우리집은 애도 식물도 잘 큰다고 했다. 사람들은 텃밭에 대부분은 상추나 고추등을 기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식물을 심기에는 가성비 별루다. 그래서 나는 다년초와 섞어 심기로 했다. 우선 텃밭은 가장자리에는 딸기를 심었다. 기존에도 딸기가 조금 심어져 있었다. 딸기는 다년초다. 그리고 번식을 한다. 죽은것 같은 마른 잎에서 봄이 되면 새순이 나온다. 수확량이 좋지는 않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열매가 열리고 붉게 되는 모습을 선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집의 이전 주인은 60대 아주머니 셨다. 텃밭에서 모든 채소를 조달해 드셨다고 한다. 그래서 부추도 이미 심어져 있었다. 부추도 다년초다. 오래될수록 부추잎은 튼튼하고 굵어진다. 요리를 하다보면 부추 한줌 이런 레시피가 많다. 이보세요. 부추를 한줌 파는데가 어딨냐고요. 한단씩 팔지. 그래서 텃밭의 부추는 소중하다. 여기에 나는 모종 3개를 더 주문해서 심었다. 그런데 요즘 보니 그럴필요가 없었다. 겨울이라 안보이던 부추가 더더 많이 올라왔다. 다년초를 검색하다 당귀를 찾아 냈다. 나는 향이 내는 향채를 좋아한다. 당귀도 2개 주문해서 심었다. 그런데 요즘 개미들이 자꾸 먹는다 -_- 얼마전 첫 수확을 해서 고기와 함께 먹었다. 맛나다. 내가 키워서 더 맛나다. 1월에 뿌려놓은 상추씨앗은 어느날 갑자기 싹이 났다. 추운데. 신기했다. 대전에서 취미라기엔 좀 큰 텃밭을 일구고 있는 아빠의 조언 덕분이었다. 작던 싹은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자 금방 컸다. 예쁘다. 지난주 수확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어제는 선우와 케일과 고수를 심어주었다. 다년초는 아니었다. 내가 장을 보러 갔을때 비싼애들 위주로 심고 있다. 현명하다. 그런데 선우가 아직은 텃밭일을 아주 재미있어 하지는 않는다. 그저 물만 주고싶어한다. 그래서 방울양배추 모종도 주문했다. 20일무(래디쉬, 적환무라고도 부른다) 씨앗도 주문했다. 둘다 수확이 쉬운 편이라 선우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줄것 같았다. 20일무는 싹나고 2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텃밭이 아닌 집에서도 아이들과 재미있게 키울수 있을것 같다. 같이 주문한 흑토마토, 노란대추방울토마토, 빨간대추방울토마토가 다음주 (밤기온도 영상5도인때) 식재를 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텃밭 한구획은 뿌리번식을 해서 새끼를 개체수를 늘리는 조선대파를 심었다. 그 외에는 이제 수박을 심을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박이 비싸기때문이다.
나는 가끔 내가 이런생활을 하고 있다는것에 놀랍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른다. 우리집에선 필수이다. 화분을 테라스로 내놓으로 간다. 폴리안와 고추모종이다. 아침을 챙겨먹는다. 선우와 옥상텃밭에 나가 채소들이 키는걸 본다. 딸기는 꽃이 피었다. 다시 내려와서 선우와 간식을 준비한다. 선우는 매일 맛있는것을 달라고 한다. 맛있는것을 들고 테라스에 간다. 주로 나는 커피고 선우는 과일이나 주스다. 무언갈 마시며 각자 책을 본다. 5분이다. 지금은 그것에도 감사한다. 지루해하면 테라스를 빗자루로 쓴다. 그리고 해가 좋으면 테라스 물청소를 한다. 선우에게는 물놀이다. 우리집은 탑층이라 낮엔 테라스가 벌써 덥다. 테라스 한쪽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우리집의 하루다. 사실 집밖에 (산책을 제외하고) 잘 나가지 않고 지낸다는건 지겨운 일이다. 하지만 나의 나무들과 화분속 꽃들 그리고 텃밭의 채소들은 같은 하루에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걸로 하루를 지루하지만 평화롭게 또 새롭게 버티고 있다. 내일은 디엘렌웍로즈의 꽃봉이 얼만큼 필까? 새로들인 보스코벨은 새순이 나올까? 잎이 말라서 따준 잉글리시라벤더 상태는 좋아질까? 딸기가 열렸는데 언제쯤 익어갈까? 오늘과 같지만 또 새로운 하루가 나를 기다린다. 물론 그래도 답답하다.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남편이랑 술마시러 밖에도 나가고싶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싶기도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는 항상 이야기한다. 지금을 살자고. 얼마전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보았다.
좋아하는 일을 더 하고, 싫어하는 일을 덜 해라.
행복해 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요즘 좋아하는 일을 더 하며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쌓인 집에서 지내고 있다. 참 다행이다.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운 요즘 그래도 좋아하는 것들이 집에 있어 참 다행이다.
오늘은 별것 아닌일로 아이에게 화를 냈다. 선우는 "엄마 예쁘게 이야기해주세요" 한다.
사실 나쁘게 이야기한건 없다. 그저 큰 목소리로 화를 냈을뿐. 그래도 아이는 상처받는다. 나도 그 모습에 상처받는다. 아이가 상처받아서. 그리고 나에게 실망스러워서.
야근을 할것 같다는 남편이 퇴근을 했다. 허겁지겁 일을 마치고 6시에 출발하는 회사버스에 탔다고 했다. 정신없이 일했을 모습에 고맙고 미안했다. 저녁을 먹고 외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녀오라고 했다. 선우에게는 엄마가 혼자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전업주부다. 우리집에서 남편만큼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다. 전업주부들은 알겠지만 여유로워보이지만 바쁘고 또 티가 안난다. 사실 그래서 글을 쓰자 했다. 나만 아는 치열한 순간을 기록하자 했다. 매일매일 소중한 그 순간들이 사라지는게 아쉬워서. 그리고 나는 감사히 아이와 남편히 준 자유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혼자의 시간으로 내일을 지낼 힘을 얻고 있다.
"엄마 혼자있는 시간 다녀오세요" 아까 딸이 배웅하며 말했다. 같이 있으면 힘들고 떨어져있으면 보고싶은 내딸. 내일은 오늘보다 우리딸에게 더 사랑한다고 많이 말해줘야지. 고맙다고 말해줘야지. 나 힘들까봐 안절부절인 우리남편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줘야지. 나는 꽤 괜찮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 그래도 힘들지 않은건 아니지만. 괜찮아질꺼야 해줘야지.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장하다고 해줘야지. 나에게.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
곧 지나갈꺼라고, 우리 힘들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야지.
새순이 나고 있다고. 꽃이 피고 있다고. 지금 꽃이 져도 또 필꺼라고 말해줘야지.
어느새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