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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형 Mar 10. 2020

도둑에게서 배울 점

도둑에게는 다음의 일곱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는 밤늦도록까지 일한다. 

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다시 도전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 

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

그는 아주 값싼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 

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재밌게 읽었는가? 사실 이 이야기는 내가 쓴 게 아니다. 랍비 주시아라는 유태교 신비주의자가 쓴 글인데, 내가 잠시 훔쳐다 여기에 옮겨 적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 이 정도 직업관이라면 한낱 도둑도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특별히 우리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현재 우리가 가진 일과 비교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야기를 재밌게 읽으면서도 되묻게 된다. 나는 내가 가진 직업의 장점을 이토록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가. 나는 내가 가진 직업을 하찮게 여기지는 않는가 말이다. 



여기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도 직업관에 관한 비슷한 일례가 있다. 

무덤을 파서 보물을 훔치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전숙은 그것을 발판으로 일어섰다. 도박은 나쁜 놀이지만 환발은 그것으로 부자가 되었고 행상은 남자에게는 천한 일이지만 옹낙성은 그것으로 부자가 되었다. 연지를 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홍백은 그것으로 천금을 얻었고, 술장사는 하찮은 일이지만 장 씨는 그것으로 천만 금을 얻었으며, 칼을 가는 것은 보잘것없는 기술이지만 질씨는 그것으로써 제후들처럼 반찬 솥을 늘어놓고 식사를 했다. 말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대단치 않은 의술이지만 장리는 그것으로써 종을 쳐서 하인을 부리게 됐다. 


사마천은 이들의 행적을 열거한 뒤 이렇게 끝맺는다. "이들의 성공은 모두 성실하게 한 가지 일에 노력한 결과다." 



너무 옛날이야기라서 공감되지 않는다면 이번엔 현대판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나사(NASA)를 방문하던 중 복도에서 한 직원을 만나 그의 업무가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 직원은 미화원이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서로 다르게 정의하는 세 명의 벽돌공 이야기와도 연관된다. 

첫 번째 벽돌공은 현재 자신이 '벽돌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고, 두 번째 벽돌공은 '돈을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벽돌공은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도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여겨지는가? 좋은 직업은 없고 위대한 일꾼은 있다. 자신의 직업이 너무 하찮고 단지 제 입에 풀칠하는 졸렬한 것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자신마저 욕되게 한다. 사회적 기준에 따져 자신이 가진 기술이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일 수 있겠지만, 정작 그것을 판가름하는 건 자신의 직업적 태도임을 나는 위 이야기를 보며 상기하게 된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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