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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Aug 13. 2023

은어튀김 먹으러 간, 하동

 하동에서 2일째. 숙소에서 실내 두고 밖에 저러고 앉아 밥을 먹었고 아침야마하 블루투스 스피커에 폰을 연결해 뉴진스 노래를 틀고 팽주가 되어 감잎차를 내려 마셨다. 모두가 게을러진 산속. 번 나오면 들어가기가 힘든 길이라 최대한 뒹굴거리며 숙소에 있었다. 결국은 배가 고파 한시쯤 산속을 탈출했지만...

 먹점마을 밑에 위치한 무량원 식당. 동네 어르신 맛집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스님이 자리를 채우고 밥을 드시고 계셨다. 인터넷 어딘가 소개되었는지 젊은 커플들도 있었다. 우리는 청국장과 재첩국 백반을 시켰고 전라도 답게 반찬이 너무 깔끔하고 맛있어서 전부를 비웠다. 매일 집밥을 먹는 김 모 원장은 별로라 했지만 빵만 먹는 1인 가구에겐 오랜만에 먹는 백반이었다. msg 없이 깔끔한 반찬에 위장에 부담 없는 시골반찬이라 좋았다. 후식으로 술맛이 약간 나는 하동 아이스 매실까지 완벽한 식사다!!

 도심다원을 가려했는데 목, 금 휴무라  못했. 하동에 야생차가 유명해서 감잎차와 더불어 사고 싶었는데 정보가 잘 없고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건지 못 찾는 건지 결국은 구매를 포기하 눈에 잘 보이는 쌍계명차를 갔다. 기념품으로 차를 사겠다는 의지로 작은 용량의 잎차찾았다. 하지만 대부분 60g 판매. 차를 5g씩 내려먹는다 치면 12번을 내려먹을 양이다. 나는 금방 지겨워하는 편이고 혼자 마시기에 많아 30g이 딱 좋은데 김동곤 명인 녹차그 용량이 있어 택권 없이 그냥 매했다. 구매 후 근처 녹차밭 구경갔으나 34도의 폭염으로 몸이 불탈것 같아 1초만 감상하고 아이스커피 마시기로 일정을 바꿨다. 

 플래닛 1020. 에스프레소 음료를 시키면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리필해 주는 프랑스식 디저트를 파는 카페에 들렀다. 프랑스식 디저트인 건 잘 모르겠고 사장님이 커피와 빵에 자부심이 강하셨다. 깔끔하고 다 맛있기도 했고 역시나 전부 흡입해 버렸다. 맛있다!!

 그렇게 아점도 가득 먹고 디저트까지 빵빵하게 먹고 갈 곳을 찾다 근처 피아골계곡에 들렀다. 장비가 없고 단벌신사라는 핑계로 수영을 하진 않았다. 사실 계곡물이 차가워 발만 담가도 너무 시원해서 몸까지 담그면 추울 거 같았다. 이 얕은 곳인지 아이들은 차가운 물에서 첨벙거리면서 놀고 나는 발만 담근 채 맥주생각만 했다. 그러다 스콜이 와라락 내려 저녁거리를 사러 화개장터로 이동했다.

 오늘 저녁 은어튀김이다. 생선마니아 김원장이 생선레이더를 켜서 맛있는 곳을 찾아냈다. 냄비를 들고 가 생선을 포장해 왔 화개장터에서 유명한 오리다리 튀김도 포장해서 함께 맥주와 먹었다. 전날 먹었던 은어튀김과 달랐다. 담백하고 적당히 튀겨져서 고소했다. 나는 작은 은어만 골라 뼈까지 씹어먹었다. 뭔가 크면 흙맛이 날까 봐 먹지 않았다. 하지만 큰 은어가 살이 더 보드랍고 고소했다. 이런 큰 거 공략할걸. 함께 주문한 오리다리튀김은  질긴 치킨맛이 났다. 오리가 튀기면 좀 질기다고 한다. 냄새는 없었지만 이가 부실해서 한입 먹고 포기. 배가 터지게  벌레소리와 새소리가 가득한 숲 속 오두막에 남은 맥주를 마시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서씨는 제로베이스원 덕질, 김원장은 애니 감상, 나는 스피커로 아이돌 노래 듣기. 슈퍼샤이~슈퍼샤이~


 하동에서 3일째 마지막 날. 퇴실시간을 앞두고 호스트분이 산길이 공사 중이라 길이 막혔단다. 점심쯤 뚫어준다고 숙소에 더 있다가 나오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오전에 일찍 나가 순천을 러볼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퇴실도 못하고 숲 속에 1시까지 있었다. 기차 탈 땐 사고로 연착되고 집에 가려니 산길이 막히고 획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 성격이었으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운이 나쁘다고 내 의지가 아닌 일임에도 화가 났을 텐데 저 날은 초연했다. 전 회사에서 두 달 만에 잘리고 난 뒤 삶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다시금 알았고 화를 내도 내 몸만 성한 것을 알았기에 더는 나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물론 저 상황이 짜증은 났지만 내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산길을 뚫는 건데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르니까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많아진 아침에 고기까지 구워 밥을 거하게 먹고 한시쯤 숲 속을 탈출(퇴실)했다. 올라가는 기차시간이 저녁 6시라 시간이 애매해서 더로드 101 카페에서 식물 구경하며 지리산녹차아이스크림을 시간을 보냈다. 하동의 녹차메뉴는 교토 안 가도 될 정도로 맛있고 고급다. 아님 원래 고급졌는데 이제야 내가 안 걸 수도. 녹차아이스크림, 녹차블랜딩음료, 녹차빙수까지 차 들어간 메뉴는 실패가 없. 근데 하동 카페는 숫자 붙이는 게 유행인가 보다. 더로드 101,  플래닛 1020, 브리지 130. 숫자의 의미는 뭘까.

 차 후 하동 절인 쌍계사에 들러 계곡도 구경하고 108 계단을 걸으며 번뇌를 씻어 내렸다. 허접한 하동야생차박물관 둘러보다. 해 하동계차엑스포 개최 후 茶(차)라고 써진 다원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마땅히 어느 다원을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차를 사고 싶어도 어디서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쌍계명차처럼 소비자가 구매하기 쉽게 숍이 있거나 온라인 쇼핑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차를 제각기로 팔고 정보도 제대로 없어 이것이 내 취향의 차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차를 편하고 쉽게 마시는 공간이 쌍계명차 말고 더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 차를 모아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 허접한 야생차박물관을 들른 이유도 기념품으로 차가 팔까 싶어서 들른 거였는데 문 닫은 곳도 있고 대충 만든 느낌이 나서 아쉬웠다.

 숙소 완벽. 은어 완벽. 차맛도 완벽. 직접 차를 살 수 없는 구조 빼고는 완벽한 하동 여름휴가.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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