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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Sep 13. 2024

프랑스관광객 6 : 마지막 파리이길

 머무는 숙소에 간단 조리가 가능해서 저녁은 숙소에서 먹었다. 프랑스가 식자재 물가가 싸기도 했고 마트 자체서 만드는 데워만 먹을 수 있는 요리도 많았다. 와인까지 알차게 골라도 2만 원도 안 하는 아름다운 식자재 물가. 선화님도 돌아다닌 유럽 중 파리가 식자재 물가(납복 기준)가 제일 저렴한 느낌이라 했다. 우리는 에펠탑 야경을 보기 위해 해지는 시간인 열시까지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숙소 근처가 에펠탑이라 걸어나가기로 했다. 선화님이 낭만 챙겨야 한다고 레드와인과 잔을 챙겨 나갔다... 사부작 걸어나간 에펠탑 근처는 사당에서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한 출근길 지하철 줄처럼 사람이 많았다. 원래 많은 곳인데 올림픽 직전이기도 해서 사람이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드레스 입고 사진 찍는 관광객, 인플루언서 관광객, 우리처럼 술을 마시는 관광객 등등. 우리도 운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에펠탑을 보면서 챙겨온 잔에 레드와인을 마셨다. 이때의 내 기분을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고 사람이 많아 다시는 가지 말자였는데 선화님은 너무 낭만적이라 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기 같은 공간 다른 기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 내 상태

 에펠탑을 한참 보고 12시쯤이 되어 숙소로 귀가했다. 오는 길을 헤매기도 했고 공사 중이라 한참을 돌아왔다. 구글 지도가 공사까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길을 찾아서 와야 했다. 분명 올 때는 30분 걸렸는데 갈 때는 1시간이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날은 하루 종일 길 잃는 날이었다. 긍정 아이콘 선화님은 이 또한 추억이라머 히히호호깔깔 동영상을 찍었다. 흑역사 기록함.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공복 장을 보러 갔다.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아침부터 기념품도 사고 술도 사 오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 큰 마트도 있었다. 아침과 저녁 장을 보고 내려먹을 커피를 샀고 위스키를 샀다. 오는 길에 빵 냄새가 나서 크루아상이랑 바게트도 사 왔다. 국제적 빵국가라 당연하게도 빵이 너무 맛있었다. 바게트 1유로도 비싸다고 시위하는 프랑스 시민이라는데 저 멀리서 온 동양인은 이 가격에 이 맛으로도 충분히 맛있고 행복합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간단하게 간식 챙겨 전설의 18구인 몽마르트르 언덕과 샤크레뢰르 대성당에 가기로 했다. 선화님에게 이곳은 거지 같은 동네라고 당부를 하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빵이 한 무더기 버려진 곳에 비둘기 떼가 있었고 근처에 노숙인이 자고 있었다. 선화님에게 바로 이게 내가 기억하는 파리의 모습이라 했다. 추가로 담배꽁초랑 쓰레기도 거리에 엄청 많았는데 지금 깨끗한 척하는 거라고! 당신이 경험하는 지금의 낭만의 파리는 구라라고 했다. 내 기억 속 파리는 그런 모습인데 여기저기 왜 깨끗하고 친절하지?

 내 기억의 18구엔 많은 집시, 소매치기, 거지, 노숙자와 기념품 팔이가 가득했는데 또 깨끗한 거리, 인간쓰레기들(?)도 없었다. 올림픽 전이라고 어디다 치운 건지 정말 정비가 된 건지 알 수는 없었다. 이 모습 믿을 수 없다!!!

 18구에서 피크닉도 하고 산책도 한 뒤 간단하게 요기할 겸 근처 카페에서 감튀와 탄산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그리고 우린 사기를 당했다^^*. 영수증 확인 안 했으면 덤탱이 맞을 뻔. 저렇게 먹고 23유로쯤 나왔길래 무상무념 가려는데 선화님이 메뉴판 번역한다고 사진 찍은 거 보고 계산해 봤더니 16유로 정도인데 이상하다고 영수증을 확인해 보자 했다. 계산하는 놈이 못 알아듣는척해서 집요하게 굴었더니 영수증 내역을 줬고 확인해 보니 우리가 먹지도 않은 소고기가 있었다. 그래서 따졌더니 현금으로 대충 7유로를 내어줬다. 나도 세금까지는 계산이 안돼서 대충 맞길래 나왔고 해당 카페 구글 후기를 보니 덤탱이 사건이 꽤나 많았다. 역시 십팔구는 십팔구인가. 조심하자. 유럽은 정신 잠깐 놓치면 이렇게 눈탱이 맞는다.

 눈탱이 맞을 뻔하고 정신을 다잡으며 파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비욘드 미트의 대체육과 밀키트 커리가 굉장히 맛있었다. 선화님이 처음 만든 냄비 밥까지 완벽했다!

 이날도 저녁 먹고 해 질 무렵 야경을 보러 루브르 광장으로 향했다. 프랑스의 마지막 날이라 뭔가 나는 너덜너덜했고 한국이 그리웠고 선화님은 아쉬운 마음과 낭만을 즐겼다.

 프랑스는 출장으로 온지라 2주를 짧게 외노자로 살면서 물가도 체험하고 인종차별도 체험했다. 한번 나오면 6~8개월 나와있는 출장자들이 겨우 2주라며 나에게 비웃음을 보냈지만 간접 체험 충분히 했다고! 혼자 살면 힘들겠지만 마음 맞는 비슷한 또래 동료끼리 몇 달 살기엔 나쁘지 않고 경험이고 이 또한 다들 적응 잘 했고 잘 지내니 직원들이 힘들다는 찡찡거림은 이제 사양하는 것으로 하겠다.

 사 먹는 거 아닌 이상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공기도 깨끗하고 날씨가 좋아서 살인적 폭염과 미세 가득하고 미쳐버린 한국 물가, 정치를 비교하면 프랑스의 삶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파리의 추억은 빵, 맑은 공기, 낮의 에펠탑 풍경, 납복, 와인만 기억하고 이번이 마지막 파리이길 바라며 오흐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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