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per May 22. 2024

내 눈빛은 반짝이고 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원석 같은 뮤지션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재능에 감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을 담아 응원한다. 하지만, 사실 내 눈을 더 사로잡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반짝이는 눈이다.


12년 전 케이팝스타에서 박지민 양의 Over the rainbow 무대를 아직도 찾아본다. 노래도 노래지만, 심사위원들의 눈빛과 표정을 보러 간다.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이 가수의 재능에 얼마나 감탄하고 있는지, 이 무대에 얼마나 감동을 느끼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에서 규현님의 리액션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람들이 ‘규현 씨는 돈 내고 심사 보세요.’라고 할 정도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담겼기 때문이다. 음악에 빠져들고, 그 안에서 희열과 행복을 느끼는 한 사람의 모습을 많은 사람이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작년, 회사 신입사원인 애나벨과 미디어 플랜에 대한 미팅을 했다. 반짝이는 눈, 상기된 표정, 힘 있는 목소리. 그녀가 가진 열정과 호기심, 의욕이 뚜렷하게 전달되었다. 긴 미팅을 끝나고 나오는데,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가 솟았다. 한 사람의 에너지는 주변에 정말 큰 영향을 준다.


그날 미팅 후, 함께 미팅을 들어갔던 16년 차 선배가 본인은 반짝이는 눈빛을 잃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긴 고민 끝에 그녀는 긴 이메일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Dear friends,

회사는 제 삶의 큰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사랑했고, 사랑하며, 앞으로도 항상 사랑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이미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겪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고, 제가 회사를 떠나기 가장 힘든 이유는 바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최고입니다. 여러분의 에너지, 따뜻함, 친절함, 열정, 그리고 지혜를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제가 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제 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항상 제 뒤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든 날들을 쉽게 만들어주고, 좋은 날들을 더욱 좋게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지난 16년은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좋았던 시간도 나빴던 시간도, 승리도 실망도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바쳤습니다. 때로는 보답받지 못한 사랑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요. 하지만 제가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알고 떠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 친절, 동료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우정. 이 회사는 제게 소중한 친구들을 주었고,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직 좋은 기억과 자부심으로 돌아볼 것입니다.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던 순간을 항상 기억할 거예요. 꿈꾸던 회사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당시 남자친구(현재의 남편)에게 "나 이거 할 수 있을까? 다들 너무 똑똑한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는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할 수 있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신입사원으로서 임원 회의에 참석해 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소비자 세분화 및 브랜드 구조의 큰 변화를 주장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저의 상사는 "와. 이건 큰 변화다. 하지만 네가 옳다고 믿는다면 해봐."라며 격려해 주셨어요. 저는 그렇게 했고, 사장님께서 "그래, 해보자."라고 말씀하셨을 때, 제 마음은 자부심으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브라질의 '좋지 않은' 동네(현지분들의 말씀에 따르면)에서 엄마와 인터뷰를 함께했던 작은 소년을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그들은 작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칫솔과 구강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때 아이는 커서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포부를 들었을 때 무척 겸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칫솔을 더 많이 판매하려는 우리의 대담한 계획이 그의 야망에 비해 너무 작게 느껴졌거든요. 지금쯤 청소년이 되었을 그 소년이, 좋은 소방관이 되기 위해 잘 나아가고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만든 계획이 실현될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회사에 갓 입사한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반짝이는 눈과 에너지로 가득 찬 목소리예요. 몇몇 분들께 제 눈이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고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큰 경고 사인이었어요.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척 두렵고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장단점을 저울질하고,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오랜 좋은 경력을 쌓은 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을 얻고, 모호함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제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고,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제 눈의 반짝임을 찾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의 가사를 인용하겠습니다.

“바다 옆에 설 때 여전히 작게 느껴지기를 바라요.
문 하나가 닫힐 때마다 다른 문 하나가 열리기를 바라요.
믿음을 잃지 않기를 약속해요.
그리고 당신이 앉아 있을지 춤출지 선택해야 할 때...
춤추세요... 춤추기를 바라요.
춤추기를 바라요... 춤추기를 바라요.”

작별 인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반짝이는 눈빛을 되찾기 위한 그녀의 모험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나를 돌아본다.


오늘 내 눈빛은 반짝이고 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순간에 몰입하고, 감동하며 나의 일에서 희열과 행복을 찾고 있는가?

애나벨처럼 호기심과 의욕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


롱런하는 사람들은 나이와 연차와 상관없이 호기심과 의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본인의 업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여정을 즐긴다. 눈빛이 반짝인다.


목적을 잃으면 눈빛이 흐릿해진다. 의욕과 동기를 잃으면 목소리에서 에너지가 빠진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표정을 잃는다.


지하철에서, 사무실 책상에서 자주 보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만큼 반짝이는 눈빛을 오래도록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두려움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반짝이는 눈빛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떠난 그녀의 도전에 더 마음이 가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