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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룡 Oct 31. 2022

월급 대신 간수치가 올랐습니다.

회사가 잘못했네?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다.

나는 매년 늦가을에 건강검진을 한다. 한 해가 마무리에 접어드는 시점에 그동안 몸이 잘 버텨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익숙한 루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검진 결과는 루틴 하지 않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지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정말 이렇게 훅 가는구나."


나는 괜찮을 줄 알았다. 내 몸은 내가 잘 알거라 생각했는데 자만을 넘어서 무지에 가까웠다는 걸 깨달았다.

결과지를 들여다보다 몇 개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방간'과 '간수치'였다.

순식간에 건강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포털사이트에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OO 수치가 OO 이상이면 어떤 건가요?'

'심할 경우...... 일 수 있습니다.'


젠장...


뭘 기대했던 걸까.

혹여나 그 정도는 괜찮다는 의사의 답변을 찾고 싶었던 걸까.

그러면 위안이 될 것 같아서? 이런 상황에서도 상황을 외면하려고만 하다니... 부끄러운 기억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인지한 후에도 자기반성이라고는 없었다. 억울할 뿐이었다.


"남들 다 가는 술자리에 참석했을 뿐인데..."

"회식에 빠질 수도 없고..."

"회사만 안 다녔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모든 탓을 회사에 돌리고 있었다.


내 건강은 나의 책임이다. 누군가 내 입을 강제로 벌려 놓고 소주를 들이부은 것도 아니니 회식을 이유로 탓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개인의 삶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거나 또는 중요한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 원인을 회사에서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1년 정도 함께 일했던 40대 중반의 매니저님은 술자리에서 항상 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아니, 그냥 신세 한탄이다.


"하.. 내가 일 때문에 밥먹듯이 야근하고 주말마다 출근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을 텐데..."


어떤 후배는 업무시간에 너무 바빠 애인과의 연락이 뜸해져 이별을 하게 됐다며, 속상해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결혼이나 지키지 못한 사랑을 회사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간수치를 올린 범인을 회사로 생각하는 나처럼 말이다.




삶은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

어떻게 돈을 벌지, 독신으로 살지 말지, 건강에 집중할지 말지 모두 다 내 선택이고 결정이다.


"아냐, 난 정말 바빠서 못한 거야."


글쎄,

그런 경우는 결혼을 하겠다는 선택,

건강을 돌보겠다는 선택은 했지만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회사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여건 속에서 개인적인 꿈을 이루고,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문제의 원인이나 성공의 이유는
모두 '나'에게 있다.


(아, 지금은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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