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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숨 Dec 12. 2016

알바생에 대한 생각

1. '알바'를 하다 보면 때때로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서빙 알바를 할 때가 종종 (은 아니고 갔던 곳 전부다) 그랬다. 어릴 때는 어려서 그런 건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이를 좀 먹고 나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다. 이런 무시를 경험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2. 지금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정말 정말 너무 좋다. 직원분들이 다 너무 잘해주신다. 한참 어린, 거기에 '그냥 알바생'인 나에게도 매일 존댓말을 사용해주시고 굉장히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신다. 부당한 것들은 당연하지만, 요구하지 않는다. (노동 시간을 더 오버한다거나 원래 하지 않기로 되어있는 일들을 시킨다거나 기타 등등의 것들.)

3. 근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 일하는데도, '알바생'이라는 내 위치 때문에 약간 움츠러들게 될 때가 있다. 그분들이 못해주었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그냥 나 혼자 괜히 그러는 거다.

4.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나도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5. 페이스북 페이지 중 'Humans of Seoul'이라는 곳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재치있게 담아놓은 페이지다. 거기서 이 분의 이야기를 보았다.


출처 : Humans of Seoul (클릭!)


6. 신촌이나 강남에서 많이 보이는 고양이맨. 왔다 갔다 하면서 저 고양이 인형을 쓰신 분을 보았을 때 나는 당연히 알바생이겠거니 생각했다. 휴 힘들게 일하시네, 하고.

7. 저분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3년 동안이나 꾸준히 같은 일을 하고 계신 것도 놀라웠고, 자신이 하는 일에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글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가오고 싶어 하지만 수줍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가서 놀아주기도 하시고, 인형탈을 쓰고 춤도 굉장히 잘 추신다고. 저 귀여운 인형탈도 직접 디자인하셨다고 한다.

8. 충격을 받은 동시에 너무 부끄러웠다. 저분이 알바생이냐 직원이냐 사장이냐 이런 걸 떠나서, 그냥 내 편협한 시각이 안에서 까발려진 느낌. 저런 잘 알아주지 않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알바생이고, 알바생은 일에 대한 자부심도 별로 없이 그냥 힘들게 일할 거라는 생각. 내가 무시당했던 그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9. 고양이맨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중요한 것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 정직원이어도, 아니 사장이어도 자신의 일에 대한 진정성이 없으면 그 사람의 '일'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쌓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느냐가 아닌가. 작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은 차곡차곡 쌓인다.

10. 요즘은 '알바생'이라는 말 대신, '아르바이트 노동자'라는 말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11.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나는 하는 일에 좀 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축될 것도 없고 말이다.

12. 고양이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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