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ast Holiday> 후기
I only have time for reality realities. <영화 Last Holiday>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나에게 꼭 필요했던 영화를 보고 왔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캡처본을 본 이후로 관심 있던 영화였는데 드디어 (뉴질랜드) 넷플릭스에 떠서 날 잡고 침대에 누워 영화를 감상했다.
<Possiblities>라는 앨범 안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사진으로 보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Georgia(조지아)가 우연히 본인이 3주밖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앨범 안에 있던 자신의 소망들을 실제로 이뤄가는 이야기이다.
평소에 잘 웃지도 않고 부당한 일이 있어도 참기만 하던 조지아가 체코로 간뒤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뻥 뚫린 듯 후련해진다.
인생에 있어 많은 일에 내가 움츠리게 되는 이유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일이 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 다칠까 봐, 금전적인 피해를 입을까 봐,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잃을까 봐, 쌓아온 일들을 무너뜨릴까 봐..
그런데 나에게 3주밖에 살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쓸모 없어진다.
어차피 3주 후에 죽는데 이까짓 놀이기구에서 죽을 확률 따위 감수 못하겠으랴.
나에겐 3주밖에 없는데 모아둔 돈은 다 무슨 소용이랴.
혹시나 고소당할까 봐 아니면 승진에 불이익 있을까 봐 못했던 말도 시원하게 할 수 있으리라.
꿈에 그리던 호텔에 체크인하는 장면에서 조지아가 예약한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My time is kind of precious lately now. Don't y'all hoave anything available now?
그동안 나는 시간보다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간을 '죽이며' 돈을 아끼는 일이 참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3주만 남았다면 시간보다 중요한 건 없겠지?
숨 쉬고 있는 1분 1초가 소중할 테니 말이다.
위의 장면에서 조지아는 호텔 천장에 붙어있는 조각들을 보며 진한 감탄을 그치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조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서 일하는 호텔의 리셉셔니스트는 조각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나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인지조차 못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소망하며 갖고 싶었던, 보기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내 주변의 항상 있어 당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탁 트인 파란 하늘,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밥시간이 되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야생오리들, 10분만 운전하면 닿는 잔잔한 바다까지..
2020년을 보건대, 내가 살아갈 날들이 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내가 3주 후에 죽을 건 아니기 때문에 조지아처럼 있는 돈을 펑펑 쓰며 영화에서처럼 마음대로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 인생이 3년 남았다는 전제 하에 하루하루를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이 3년 남았다면,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이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일까?'
라는 물음을 마음에 품고 숨 쉬고 있는 1분 1초를 감사해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