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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Jul 30. 2020

베이비 스텝

5주간의 봉쇄령 이후 자발적으로 선택한 백수생활

백수생활 7주 차다.

기상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주량은 점점 늘어간다. 이렇게나 자기 관리가 안된다니 믿을 수 없다..

넷플릭스엔 어찌나 볼게 많은지, 재밌게 본 작품은 두 번 세 번 봐야만 하는 성격 덕에 하루의 반은 넷플릭스 (혹은 유튜브)로 시간을 보낸다. 

이런 게으른 생활마저 제대로 즐기면 다행이건만 잠들기 전에는 하루를 날려버렸다는 죄책감에 찝찝한 마음으로 잠든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반복되는 생활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만 늘어날 뿐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남자 친구의 방학을 맞아 약 10일간 로드트립을 갔다 온 이후로 생활의 균형이 무너졌다.

한 번 무너진 균형은 다시 붙잡기가 쉽지 않고, 머릿속에는 이왕 얻은 시간 늘어지게 게을러져 보자는 나와 생산적인 발전을 이루자는 내가 싸운다.




여행에서 다녀오진 약 10일이 되어가는 지금, 이제라도 정신 차리자며 루틴을 만들어보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얼마 전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작은 습관이 만드는 큰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계발에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지만 정작 실행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예로 하루에 영어단어 3개만 외워도 한 달이면 약 90개의 새로운 단어를 외울 수 있는데, 이 간단한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참 힘들다.

특히 나는 실행력에 비해 꾸준히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 소질이 없다. 

그래서 이번엔 작심삼일을 10번 해서 한 달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정말 쉽고 쉬운 루틴을 짜 보려고 한다. 

일단 나의 계획은 이렇다. 내가 갖고 싶은 습관을 전부 적은 뒤 그중 매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3가지를 골라 실천한다. 

하루에 그 3가지만 한다면 다른 걸 못해도 죄책감 갖지 않고, 스스로 칭찬해주며 자존감을 키워가는 방법이다. 최소 2주 이상 3가지를 매일 할 수 있다면 차차 항목을 늘려가는 방법으로 생활의 균형을 찾아가려고 한다. 


일단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습관은

기상 직후 30분 독서

적어도 유튜브 영상 스트레칭 영상 1개 보고 따라 하기

매일 티스토리 혹은 브런치에 글 올리기

이렇게 3가지로, 봉쇄령 기간에 꾸준히 실천해봤던 항목들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기상 직후 2시간 동안 하는 일이 하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읽고는 '기상 직후 30분 독서'라는 항목을 정했었다. 실제로 해본 결과 아침에 책을 읽을 때 다른 시간대보다 더 집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하루의 시작을 독서로 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함, 대견함도 생겼다. 여행을 갔다 온 이후 나태해졌지만 다시 꼭 되찾고 싶은 습관 1순위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나이가 되어버렸다. 25살 이후로는 한 해 한 해 체력이 떨어지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아직 어떤 운동을 할지 못 정했는데, 적어도 간단한 스트레칭은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니 매일 꾸준히 해보자며 시작했다. 처음엔 욕심이 과해서 거의 1시간 코스를 짰는데 역시나 일주일을 채 하지 않고 실증 나서 아예 안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서 이번엔 적어도 1개만 하자는 생각으로 실행 중인데, 오늘 연달아 3일째 기상 직후 스트레칭을 했다.


예전엔 글을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한번 자리를 잡고 글을 쓸 때면 집중해서 내 생각에 푹 빠져 쓰곤 했다. 다른 어떤 활동보다 글을 쓸 때 나 자신이 가장 드러나고 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활동을 매일 습관화한다면 나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 글쓰기'라는 항목을 만들었다.

실제로 봉쇄령 기간엔 블로그에 글을 거의 매일 올리다시피 했다. 글도 쓰다 보면 는다고 처음엔 2000자 이상의 한 글을 쓰기 위해 2-3시간 걸렸다면 이제는 주제만 확실하면 1시간 안에도 쓸 만큼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한글로 긴 글을 쓴 게 마지막으로 언제인지 생각도 안될 만큼 작문을 안 하다 보니, 때때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먹기도 하고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도 많아서 영어 공부만큼 한국어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 2주 쉬었다고 다시 시작하려니 처음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래도 매일 쓰다 보면 다시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귀찮아도 브런치나 티스토리를 켜고 앉아서 한 문장이라도 적는다. 그렇게 오늘로 3일째 브런치-티스토리-브런치에 연달아 글을 올리고 있다.




여행 가기 전에는 주로 9시에는 일어났기에 오후 1시쯤이면 위 세 가지 일은 끝냈었는데 요즘엔 중간에 유튜브를 틀었다가 딴 길로 빠지기 일수다. 그래서 나의 1차적 목표는 위의 세 가지를 적어도 1시 전에 끝내고 남은 오후 시간엔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쓰려고 한다. 


위의 세 가지를 오후 1시 안에 끝내는 게 습관화가 된 후에는, 아래 3가지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밤 11시 이후로는 SNS, 유튜브 금지

하루에 적어도 10분 이상 산책하기

새로운 영어 3 문장 외우기


최근 들어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어영부영 보내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생각해보면 딱히 뭘 했는지 기억에도 나지 않는 일들에 2-3시간을 훌쩍 보내곤 한다.

그래서 11시에 침대에 눕고 나면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적어도 SNS와 유튜브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휴가를 다녀온 이후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바깥 외출을 한다. 뉴질랜드는 겨울이기 때문에 추워서 더 움츠러드는 것도 있지만 나가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것도 한 몫한다. 

일을 할 때는 일 - 집 코스를 반복하며 살았는데 일을 안 하니 이제 집에만 덩그러니 있게 된다. 물론 내가 원했던 일이기에 불만은 없지만, 집에만 하루 종일 있으니까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하루에 10분이라도 나가서 바깥공기를 쐬고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영어 3 문장 외우기.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와중에는 그래도 효과를 본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 지속하는 게 하나도 없다. 특히나 요즘 나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노래, 한국 예능만 보며 몸만 뉴질랜드에 있지 정신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안 한 지 족히 3달은 넘은 듯하다.

하지만 영어는 내가 피하려 해도 뉴질랜드에 사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다시 손을 내밀어보려고 한다.


여태까지 내 영어 공부가 먹히지 않는 이유는 나의 기대치, 욕심과 나의 실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항상 과하게 욕심을 부려서 할당량을 설정하고 그러다 보니 하루, 이틀만 하다가 버거워서 멈추기 일수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베이비스텝으로 딱 3 문장만 외우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물론 다른 영어 공부 방법도 생각하고 있지만, 하루에 할당된 3 문장 외우기를 했다면 다른 공부를 하지 않아도 죄책감 갖지 않기를 시작으로 영어와 다시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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