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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Jun 29. 2020

온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5주간의 봉쇄령 이후 자발적으로 선택한 백수생활

이제 새로운 것도 배우고 활기찬 생활을 시작하려는 찰나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멀쩡하던 몸이 휴가가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픈 것처럼 지난 9년간 혹사당한 온몸 구석구석이 '이때다!!'하고 소리를 지른다.


오래 걷거나 서있을 때면 밤마다 찾아드는 고통..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한국으로 날아가겠다며 지난 3년간 다짐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이제 막 백수생활을 시작했는데 혹시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 봐 섣불리 병원도 가지 못하고 유튜브로 무릎 통증에 관한 비디오만 섭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생긴다는 게 덜컥 겁이 났다. 

지난 9년간 서서, 걸어서 하는 일로 돈을 벌어왔는데.. 그것도 그렇고 이제 겨우 나이 30인데 휠체어를 타게 되면 어쩌나. 요새 어깨도 아픈 거 같은데.. 이러다가 백수생활이 끝나면 신체적인 제약으로 일을 구하는 것도 힘들어질까 봐 무섭다. 몸으로 하는 걸 빼면 머리로, 말로 하는 일을 찾는 수밖에 없는데 한국도 아니고 뉴질랜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벌써 막막하다.


20대 때는 건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내가 바라는 건 날씬한 몸매 하나였을 뿐이다. 비록 그마저도 갖지 못한 채 30살이 되어버렸지만.. 

20대 땐 몸만 믿고 막살았다. 성분도 모를 다이어트 약들을 먹었고, 대학교 1, 2학년 땐 밤새 술 마시고 토하는 생활을 밥먹듯이 했었다. 자취를 하면서 식사는 편의점이나 포장음식으로 해결했고 영양제는 관심도 없었다. 숨쉬기 운동을 제외하고는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고는 없었으며 딱히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한 건 약 2년전부터다. 

술을 먹는 시간보다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전날 조금만 무리하면 온몸에 근육통이 생겼다. 감기에도 자주 걸리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비싼 화장품을 써도 예전처럼 효과가 즉각 오지 않는다. 이제라도 운동을 해보겠다고 뛰러 나가도 100m도 채우지 못해 헉헉대기 일쑤였다. 영양제를 먹기 시작하고 과음하는 날을 줄여가며 지금까지 왔다. 


지난 28년간 외면하던 건강상태가 당장 1,2년 노력한다고 좋아질 리 없을뿐더러 뭐 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것도 아니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3km를 걸었을 뿐인데 지금 이틀째 걷지도 서지도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 80세 노인도 나보다는 튼튼할 거라는 남자 친구의 걱정 어린 장난을 들어가며 결국 병원을 예약했다. 하필 지금 내가 백수라는 사실이 한탄스럽다. 돈보다 건강이 중요한 건 너무나 잘 알지만 이렇게 검진이 필요한 증상으로 병원을 가는 건 처음이라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건강은 잃고 나서 후회하기 전에 잘 챙기라던 부모님의 말을 새겨듣지 않은 후회가 뼛속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오늘도 영양제를 챙겨 먹고 유튜브로 스트레칭을 한다. 클릭 한 번이면 오는 도미노 피자를 시켜먹는 대신 양념하나 채소 하나 내가 직접 고르며 요리를 한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건강임을 잊지 말자며 스스로 되새기고 병원을 다녀온 후에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등록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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