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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Aug 25. 2020

다시 한번 널 보고 싶어서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스포주의!

I'm off the deep end, watch as I dive in
I'll never meet the ground
Crash through the surface, where they can't hurt us
We're far from the shallow now - 노래 <Shallow> 중에서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나오는 음악 영화라니, 꼭 봐야겠다고 생각만 한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넷플릭스에 뜨자마자 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그저께가 돼서야 방안의 불을 끄고 세상 가장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했다.


마지막 20분은 오열했다. 영화를 멈추고 화장지를 가지러 가야 했을 만큼 꺽꺽 울었다.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너무 애절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엉엉 울었다.

하필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봤는데, 보는 내내 나도 취해있고 잭슨(브래들리 쿠퍼)도 취해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취기가 가득했다고 기억한다.


노래만 들어봤지 내용에 대한 정보가 없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와 분위기에 더 빨려 들어갔었다.

내가 예상했던 건 원스나 비긴 어게인과 같은 종류의 음악 영화였는데, 스타 이즈본은 전혀 색깔을 달리하는 영화다. 

친구 말로는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브래들리 쿠퍼는 생각보다 노래를 잘했고 레이디 가가는 생각보다 연기를 잘했다는 평이 있었다는 데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다른 인물들의 큰 개입 없이 잭슨과 엘리(레이디 가가)의 이야기만으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꽉 채웠다는 게 대단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와 브래들리 쿠퍼의 미친듯한 연기와 레이디 가가의 절대적인 가창력, 그리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음악들이 환상적으로 잘 얼러져 있다. 


나는 정말 브래들리 쿠퍼가 이렇게 대단한 배우인지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의 많은 작품을 봤었지만 이렇게 모든 장면에 눈빛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연기하는 대단한 배우라는 건 처음 깨달았다.

브래들리의 연기가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Shallow 무대에서 엘리가 갇혀있던 자신의 벽을 깨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뿌듯해하는, 본인이 더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침대에서 엘리와 잭슨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압권으로 나의 눈물샘이 터지기 시작했던 부분이다. 

I just wanted to take another look at you. - 영화 <A star is born>

브래들리 쿠퍼의 슬픔과 공허함이 가득한 눈,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 그 표정 뭐하나 빠질 게 없는 연기였다. 그때 잭슨의 그 표정이 너무 슬픈데 행복해서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그리고 그 감정을 차마 가라앉히기도 전 시작된 엘리의 노래가 너무 아련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울었다.


마지막 엘리의 눈을 클로즈업한 카메라 샷이 끝나고 감독 브래들리 쿠퍼가 뜨는 순간 깨달았다. (그때까지는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는 말이다.)

'와, 이건 진짜 브래들리 쿠퍼가 아니면 누구도 소화 못할 역할이었구나.'


다음날 점심때까지 눈이 얼얼할 정도로 울었는데도 길에서 우연히 Shallow 노래를 듣고는 또 울뻔했다. 머릿속에서 잭슨의 마지막 웃는 표정이 떠올라서.

근래 들어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갖게 해 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단순히 취기였는지, 음악이었는지, 이 둘의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본 지 2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짙은 여운이 남았다. 

너무 강렬해서 당분간은 이 영화를 다시 보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평소엔 잘 건드리지 않는 내 감정의 슬픈 부분을 터뜨려준 이 영화를 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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