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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May 12. 2021

고양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1

2021. 05. 02


루나는 내 팔에 머리를 베고, 애기처럼 내 몸에 딱 붙어서 잔다. 단잠에 빠져있을 때나 드러내는 배를 발라당 까고는 가끔은 코도 골면서. 자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남자 친구는 여태 겪어보지 못한, 루나가 아깽이 시절부터 나에게만 주는 특권이랄까. 

다만, 이 행복한 순간은 내가 깨어있다는 걸 루나가 인지한 순간 끝나버리고 만다. 어떤 날은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깰 때가 있다. 그런 날엔 눈을 뜨지 않고 자는 척, 내 옆구리에 착 붙어있는 루나를 쓰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 손이 닿는 순간부터 시작된 골골송은 5분, 10분이 넘도록 지속된다. 그러다 슬그머니 눈을 살짝 떴는데 루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내가 깼다는 걸 알아챈 그 순간, 그녀의 동공이 커지며 허겁지겁 내 품을 떠나 침대를 벗어난다. 

도대체! 왜! 내가 깨있을 때는 이 달콤한 순간이 지속될 수 없는 건지 서운하고 섭섭하지만, 알아낼 길이 없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내가 잠들기 전까지는 가까이 오지 않는다. 루나는 내 발 밑 먼발치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로 몸을 뉘인다. 그러다 내가 깊이 잠이 든 새벽에 성큼성큼 내 몸을 밟고 올라와서는 어깨에 본인의 머리를 살포시 올리고, 온몸을 딱 붙이고 골골대며 잠에 빠져든다. 가끔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움직이지 말라는 듯이 본인의 발을 내 배에 툭 하고 올린다. 그럴 땐 한참을 쓰다듬어 주다가 "미안해, 미안해"를 연거푸 말하고, 루나를 최대한 깨우지 않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침실을 벗어나 화장실에 다 달았을 무렵, 내가 침대를 벗어났다는 걸 눈치챈 루나는 자고 있는 남자 친구의 명치를 주저 없이 딛고 달려 재빠르게 나를 쫓아온다. (자다가 명치 공격받고 남자 친구가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화장실 안까지 쫓아온 루나는 본인 잠을 깨워서 화났다는 듯 나를 살벌하게 째려본다. 


잠이 설깬 새벽에는 내 몸에 기대서 그루밍하는 루나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깬 걸 루나가 알면 안 되니 눈을 뜨진 못하지만, 몸에 기대는 정도와 고요한 새벽에 들리는 소리로 알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은 내 손을 자기 몸처럼 열심히 그루밍해주기도 한다. 나는 평소 "고양이가 집사를 사랑할 때 하는 표현들", "고양이가 집사를 엄마로 느낄 때 하는 행동들" 등에 관련된 유튜브를 자주 보는 데, 고양이가 그루밍을 해준다는 건 엄청난 신뢰와 사랑의 표현이라고 했다. 까칠까칠하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한 그 느낌과 "루나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생각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얼마 전에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남자 친구가 말해주길, 루나가 내가 숨 쉬는 걸 확인하는 듯 내 코 근처에서 코를 킁킁거렸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엄마 고양이들이 새끼들을 대할 때 하는 행동 중 하나라고 한다. 루나는 나를 자기 새끼로 보고 있는 것인가, 순간 생각이 들었지만 루나에게 지극한 간호를 받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루나가 어렸을 때는 온몸을 내 어깨 위에 두고 자도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쑥쑥 자라더니 5킬로를 넘었다. 요새는 자다가 팔에 쥐가 나서 깨기도 한다. 하지만 루나가 10킬로가 돼서 내가 매일 밤 자다가 깨야 한다고 해도 불평할 생각이 없다. 함께 있는 매 순간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주면 고맙겠지만, 잠든 순간에만 허락해주는 이 시간이 감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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