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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31. 2023

마늘 할머니



“할머니, 치료 좀 잘 받으셔야 합니다. 보세요, 치료않고 힘든 일만 하니 무릎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지쟎아요!”


“아이고, 그래도 날 좋을 때 마늘 빨리 걷어야지. 좀 있다가 비 온다다는데…”


“그렇게 무리하시면 마늘 팔아 모은 돈을 병원에 다 가져다 주시겠는걸요?”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몸 움직이는 동안에는 (농사)해야지. 평생 해오던 것인데. 안 움직이면 죽는거여….”


내가 사는 제주시는 도시이면서도 농촌이기도, 어촌이기도 하다. 도청소재지이지만 인구는 아직 30만이 채 되지 않고 도시라는 행정구역에 살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인근의 농촌지역과 끈을 잇고 살고있다. 유비무환, 즉 일반적인 도시에서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말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비가 와서 밭일, 바람이 불어서 바다에 못 나가는 날에 병원엘 올 수 있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곳이다. 하지만 봄에는 한라산에 고사리 꺽어러 나가느라 노인 특히 할머니들은 병원에 올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고, 초여름에는 마늘 수확하느라 제주시 인근의 농촌지역 할머니들이 병원에 오기 바쁘고, 가을에는 감귤 수확땜에 온 섬 사람들이 귤밭에 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시의 동쪽 조천읍에 사시는 할머니는 마늘 수확기에 병원에 오지 못하시고 일을 많이 하셨는데 그 동안 무릎이 많이 상하셨다. 단지 돈을 벌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노동이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농사가 천직으로 아시는 분이다. 억측스런 팔뚝과 어깨를 보기만 해도 할머님이 버티어오셨던 세월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 팔과 어깨로 자식들을 키우고 남편과 시부모와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을 봉양했으리, 평생동안. 이젠 가는 귀도 먹어 소리도 잘 못 들으시지만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밭에서 일 하시겠다는 말씀이 가슴에 콱하고 박혀든다. 


 

정부는 중국산 마늘에 대해 그동안 시행해 오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내년에 페지하기로 했다이제껏 중국산 마늘은 고율의 관세 때문에 국내산 마늘과 경쟁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면 국내산 마늘 가격의 80%정도에서 유통될 것으로 보여 전국 50 마늘 재배농가의 타격이 예상된다



오늘 아침 신문기사를 할머니께서 읽어셨는지 모르겠다. 무역 수지다, 세계화다, 자유무역이다 해서 이제 경제적인 관점이 정책 입안자들의 중요한 관심이 되었다. 소비자들도 좀 더 나은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데만 관심을 가진다. 그러는 동안 삶의 방식, 존재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애써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린다. 


기껏해서 하는 말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정도…이 할머니에게 FTA가 뭔지를 어떻게 설명해주어야할까? 병원비로 다 가져다줄 지은 정, 오늘도 밭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 살아있는 의미로 아시는 분께 말이다.   


- 오래 전 이야기다. 할머님은 건강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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