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blic
금강산도 식후경 따위의 상투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랜 비행시간으로 무너진 내 몸의 밸런스를 바로 잡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바로 그 국수 하나가 주는 느낌이다.
유니언 스퀘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단연코 REPUBLIC 때문이다.
입구의 바와 작은 테이블부터, 안쪽으로는 건강한 누들을 표현한 사진이 걸려있는 자리까지 제법 큰 매장이다. 어쨌든 나는 건강해져야겠다.
첫날은 오 교수의 추천으로 Vietnamese Vegetables.
면은 거의 보이지 않는 채소 천국. 온 세상의 건강에 좋다는 대표 채소들만 모아 온 것 같은 이른바 채소 국수다. 오른쪽의 바처럼 생긴 건 살짝 튀긴듯한 두부 스틱인데 우리의 두부보다는 훨씬 밀도가 높은 빡빡한 식감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으로 퍼지는 마력을 지녔다. 처음 씹을 때는 세 개는 다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결국엔 하나 정도 더 넣어줬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국수 한 그릇으로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Republic 마니아.
두 번째 방문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고수가 듬뿍 올려진 Spicy Beef Noodle.
뭐랄까, 우리나라에서 맛보는 매운 소스 베트남 쌀국수와 일본 라멘의 어느 중간쯤의 맛이랄까?
속풀이에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오 교수가 오늘도 고집스럽게 먹고 있는 Vietnamese Vegetables이 부러워 보였다.
맥주보다는 칵테일이, 재료보다는 이름에 끌려 주문한 Sriracha Bloody Mary
Sriracha란 타이틀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칵테일에 넣어봤자 향정도만 나겠지라고 생각한 나를 오 교수는 두고두고 놀렸다.
보드카 맛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Sriracha 소스의 독특한 맛과 소금의 짠 기운까지...
시킨 게 아까워서 물을 타봤지만, 그건 Sriracha 소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의 부질없는 삽질과 비슷한 것이었다. 세 모금을 채 마시지 못하고 완전히 손을 뗐다.
"와~ 인간적으로 이거 하루에 한 잔이라도 팔려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잘 나가는 메뉴랍니다"
"... 됐고, 맥주나 좀 줘요"
두고두고 남을 기억이다. Sriracha 칵테일이라니...
"너는 단골이면서 이걸 주문하는걸 안 말리냐?"
"나 유학 끝난 지 7년이거든 ㅋㅋㅋ"
맥주로 입을 헹구면서도 우리는 빨간 Sriracha Bloody Mary를 보며 연신 키득키득거렸다.
왠지 건강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