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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국보다 낮술 Jul 19. 2017

익명의 거리, 뉴욕에서 일주일 #20

Republic


Republic, 37 Union Square W, New York, NY 10003



금강산도 식후경 따위의 상투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랜 비행시간으로 무너진 내 몸의 밸런스를 바로 잡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바로 그 국수 하나가 주는 느낌이다.

유니언 스퀘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단연코 REPUBLIC 때문이다.










입구의 바와 작은 테이블부터, 안쪽으로는 건강한 누들을 표현한 사진이 걸려있는 자리까지 제법 큰 매장이다. 어쨌든 나는 건강해져야겠다.










Vietnamese Vegetables


첫날은 오 교수의 추천으로 Vietnamese Vegetables.

면은 거의 보이지 않는 채소 천국. 온 세상의 건강에 좋다는 대표 채소들만 모아 온 것 같은 이른바 채소 국수다. 오른쪽의 바처럼 생긴 건 살짝 튀긴듯한 두부 스틱인데 우리의 두부보다는 훨씬 밀도가 높은 빡빡한 식감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으로 퍼지는 마력을 지녔다. 처음 씹을 때는 세 개는 다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결국엔 하나 정도 더 넣어줬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Republic에서 바라본 Union Square Park


국수 한 그릇으로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Republic 마니아.











Spicy Beef Noodle


두 번째 방문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고수가 듬뿍 올려진 Spicy Beef Noodle.

뭐랄까, 우리나라에서 맛보는 매운 소스 베트남 쌀국수와 일본 라멘의 어느 중간쯤의 맛이랄까?

속풀이에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오 교수가 오늘도 고집스럽게 먹고 있는 Vietnamese Vegetables이 부러워 보였다.










맥주보다는 칵테일이, 재료보다는 이름에 끌려 주문한  Sriracha Bloody Mary










Sriracha Bloody Mary


Sriracha란 타이틀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칵테일에 넣어봤자 향정도만 나겠지라고 생각한 나를 오 교수는 두고두고 놀렸다.

보드카 맛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Sriracha 소스의 독특한 맛과 소금의 짠 기운까지...

시킨 게 아까워서 물을 타봤지만, 그건 Sriracha 소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의 부질없는 삽질과 비슷한 것이었다. 세 모금을 채 마시지 못하고 완전히 손을 뗐다.










  


"와~ 인간적으로 이거 하루에 한 잔이라도 팔려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잘 나가는 메뉴랍니다"

"... 됐고, 맥주나 좀 줘요"


두고두고 남을 기억이다. Sriracha 칵테일이라니...


"너는 단골이면서 이걸 주문하는걸 안 말리냐?"

"나 유학 끝난 지 7년이거든 ㅋㅋㅋ"


맥주로 입을 헹구면서도 우리는 빨간 Sriracha Bloody Mary를 보며 연신 키득키득거렸다.














왠지 건강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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