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Upon A Time In America, Dumbo 가는 길.
DUMBO, Dowm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덤보로 가는 길, 문득 맨하튼 브릿지를 걸어서 넘어가고 싶었다.
맨하튼 브릿지는 최초의 서스펜션 브릿지라고 한다. 게다가 현대 현수교의 선두주자로 여겨진다니.
여행 초기의 흥분이 다소 가라앉고, 불현듯 유희도 아닌, 생활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시작되는 시기에 무기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서스펜션 다리를 지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소호에서 시간을 보내다 차이나타운에서 커피를 한 잔씩 뽑아 들고 맨하튼 브릿지를 건너보자.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이 섹슈얼하게 큰 것만 강조한 I like big cups 커피.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도 않고...
하지만 갑자기 몰려든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아 다소 쌀쌀했던 날씨 덕분에 I like big cups 커피가 뉴욕의 커피 중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순간이다. 쓰지만 따뜻했고, 산미가 느껴지지 않지만 목 넘김이 좋았으며, 그래서 길고 긴 맨하튼 브릿지와의 궁합이 좋았다.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고 떠난 My little Notes.
The Time Is Now! You Are Ready!라고 쓰인 낙서 구간을 지나자마자 구름 속으로 숨었던 해와 파란 하늘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뭔지 모를 뭉클함이 내 속을 꽉 채우는 순간.
두어 시간 전, 카페에 앉아서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 전망이 별로일 거라며 이 코스를 포기할까 생각했던 내가 생각났다. 그리고 뭐든 자신이 없을 때면 속으로 수백 번 다짐하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망설이지 말자.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망설이고 있지.
관광객들과 출퇴근 자전거가 뒤엉킨 브루클린 브릿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맨하튼 브리지.
이곳에서 브루클린 브릿지를 바라보는 느낌도 신선하다.
왼쪽으로 지나다니는 전철의 소음과 철망으로 쌓인 오른편이 불만이긴 하지만, 조금 전 바닥의 낙서처럼 누군가 훼손해 놓은 철망이 조그마한 기쁨을 가져다주다니.
작은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일탈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또 다른 뉴욕
때 이른 코트를 입고 묵직한 서류가방을 든 뉴요커에게 길을 비켜주며 발견한 우리의 그림자.
생활한다는 것과 여행한다는 것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우리의 모습도 우연히 만난 뉴요커처럼 자연스럽지는 않구나.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쉽지는 않지.
체육 수업으로 맨하튼 브릿지를 왕복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힘들 틈이 없다. 줄을 똑바로 맞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멋대로이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복장이 인상적이다. 맨하튼 브릿지를 다시 왕복해서 돌아올 때쯤 우리도 덤보에 도착했다. 녀석들, 빠르다.
맨하튼 브릿지를 다 넘어와 덤보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진가.
작은 조명 장치를 이용해서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촬영하고 있었고, 한참 그 모습을 바라봤더니 부담스러웠는지 얼른 작업을 접고 있었다. 자신의 차에 올려놓은 커다란 커피잔을 집어 들며 "그래, 라이카를 들고 무슨 사진을 찍고 있어요?" 하고 물어왔다. 나는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들려있는 카메라를 쑥스러워하며 단지 지나가는 사람과 뉴욕,
그리고 당신 같은 예술가를 만나면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했더니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자기 안쪽 주머니에 보자기로 싼 채 담겨 있는 렌즈 두 개를 보여주며 "사진가들이란 어쩔 수 없죠. 좋은 시간 보내요"하고는 헤어졌다.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이 촬영하던 저 벽을 저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네요'
조금 더 여유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덤보.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덤보의 맛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맨하튼 브릿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맨하튼 브릿지의 풍경이 모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광경을 꼭 보고 싶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잊혀지지 않는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때문이지 않을까?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의 배경에서 그 주인공들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욕망들이 조금은 해소가 된다.
밤이 되면 반대편 맨하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야경이 더욱 선명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
누들스와 데보라가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날 다시 만난 장면에서 기억나는 그 대사.
"오래 기다렸어?"
"평생 기다렸지"
leica m9 / leica m-monochrom / ricoh gr / 50mm summilux / 35mm summilux / 28mm ricoh gr l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