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아온 May 22. 2017

s. 간호학과를 가겠다는 내 친구를, 난 막았다.

가고 싶은 직업의 단점을 숙지해라.

s(side). 제 취지와 맞진 않지만 꼭 해보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타이틀은 저렇게 써놓았지만 저는 간호학과 학생과 간호사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파이팅!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나는 이과를 가기로 마음먹고 과학중점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나와 비슷한 애들이 많았는지 이과로 가겠다는 친구들이 절반가량 되었다.


하지만 더욱더 놀라웠던 게 있었는데, 이과 문과 합친 1학년의 40퍼센트가 모두 간호학과를 희망한단 점이었다.


간호학과는 문/이과에 딱히 구애받지 않는다. 어딜 가나 성적이 잘 나온다면 좋은 대학의 간호학과에 갈 수 있었다. 그러니 문과를 지망하면서 간호학과에 가고 싶다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이과에서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여고생들의  50(!)퍼센트 이상이 생명 과목을 제일 좋아하는데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난 아니었다. 난 생명이 제일 싫었고, 좋아하는 건 물화였다.)


취업률 좋지, 이과나 문과나 별 상관이 없어.

간호사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

그렇다 보니 일반 4년제 출신자나 지방 전문대 4년제 출신이나 전국 어디서든 취업이 가능해.


- 학벌에 상관없어?! ==> 우와 매력적.

- 심지어 돈도 많이 줘! ==> Her!


취업도 되고, 돈도 다니! 이런 취업도 안되고, 된다 해도 돈을 못 버는 요즘 같은 사회에 말 그대로 꿀 같은 직업이다!


ㅇㅈ해 인정한다고. 하지만 나는 내 친구들이 간호학과를 간다고 하였을 때, 꼭 한마디를 걸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난 오지랖이 넓다. 이상한 곳에서 쓸데없이 많다. 다른 사람의 진로인데, 내가 왈가부할 권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물었다. 근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이공계니까 애들 간호학과 가는 것을 막아서 이쪽으로 끌어당겨야지.


왜 저런 이상한 생각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랬다. 그냥 여자 친구들 중 이공계 쪽으로 가는 사람이 적으니까 내 편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가려고 하는 분야는 컴공이었으므로... 실제로 나는 외롭다. 같은 학년에 여자가 나 혼, 자... 덕분에 교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사실 저 오지랖 넘치는 질문에는 숨겨진 나의 생각이 존재했다.


간호학과의 최대 이점은 수요> 공급.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간호사는 적었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40%의 학생들이 간호학과에 가고 싶어 했다. 대학교는 이 점을 캐치해 간호학과를 신설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4년제든, 지방 전문대든.

그러다 보니 사실, 정말로 바닥을 치지 않는 이상,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간호학과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학생들이 간호학과에 들어가고 그들은 100% 취업을 한다.


공급이 부족해?


전국적으로 일 년에 몇만 명의 간호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르르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 공급이 유지되는 건, 숨겨진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별 것 아니다.


이상한 사회(군대식)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
임금에 비해서 높은 강도의 노동.
오래 지속하여 일할 수 없는 환경.
결론: 짧은 (평균 8년)근속 년수,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경력단절.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졌다. 이제 내가 뭐라 하는가. 그들이 그렇게 정했다는데.


아 맞다.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성적이 되않는다는 이유로.


그러다가 고3 때, 성적은 그다지 높진 않지만 간호학과를 노리는 한 친구와 만났다. 

그 친구는 간호학과를 가겠다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달랐다.


평범했다. 친구들과 수다 떨고 수험공부에 지치면 매운 것 먹고, 그냥 여고생이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부모님이 관련 직종에 종사하셔서 그런지 간호학과의 실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작용도 모두 끌어안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친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간호사는 봉사하는 직업이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뭔가, 나에게 있어 색다른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기도 했다.


그 친구가 과거에 원했던 직업은 특수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네들을 도와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게 좋다고 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아니었으면 그쪽으로 진로를 정했을 거라고.


자연스레, 넌 어딜 가도 분명 잘 할 거야. 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었다. 이런 친구를 만난 건. 간호사의 부작용도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런 마음을 가진 건 이 친구가 처음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성적이 아닌, 과에 맞춰 학교를 갔다.


내가, 너무 편견적이었구나. 간호학과를 가는 친구들 중 이런 멋진 애들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예 간호학과를 노리는 친구들이 다시보였다. 이 친구를 제외한 친구들도 자신 나름대로 심사숙고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나름 자기만의 생각과 비전이 있을테다.

자꾸 '너 괜찮아?'라고 물어보면 그들도 짜증내할테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뭐, 하고 싶다는데,

저런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나.

저런 예쁜 마음이 필요하나.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너 정말 괜찮겠어?


란 질문은 꼭 던지고 싶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가 네일을 공짜로 해준다길래 쫄래쫄래 따라가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가게에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분도 계셨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간호학과가 괜찮다는데...
몇 등급이면 갈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는 딸이 한 명 있는데 중학생 2학년이라고 했다. 그분은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물어본 것이었다.


친구는 그 분야에 대해 잘 몰랐으므로 난 대신 답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단점도 말씀드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금은 취업이 잘되지만 이렇게 다들 간호사를 희망하니, 5년 뒤에도 그럴 거란 보장이 없다고. 분명 수요 <공급이 될 날이 올 거라고. 또한, 엄청 힘들다고. 옆에 있던 친구의 엄마도 맞장구 쳐주셨다.


"아이고 힘들어요."

"그래요?"


집으로 오는 와중에 저 대화를 떠올렸다. 뭐, 저 정도면 양호했다. 의사보단 간호사가 그나마 쉽지 않던가. 이해도 갔다. 그분은 간호학과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일단 물어보신 것이다.  






얼마 전 방영되었던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질투의 화신에서 등장하는 오 간호사역을 맡은 '박진주'배우였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중.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컷이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그녀는 특유의 무표정하면서도 시니컬한 연기로 현실사회의 간호사를 잘 표현해냈다며 큰 호평을 얻었다. 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코믹하게 잘 표현해고 생각한다.

(이후에 그녀는 다른 작품에서도 간호사로 등장한 바 있다.)


저 간호사의 표정에서고 추측할 수 있듯이 간호사는 장점만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일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뭐든 힘들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많은 양을 공부한다. 취직한 뒤는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수많은 환자들을 일일이 수시로 체크한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중대한 일이라 자칫 실수로 일을 저지르면 안 되기에, 위계관계가 철저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학생들은 똑똑하기에, 내가 너무 어리석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간호학과로 진로를 정한 이들은 막대한 공부량과 단점들을 감수하면서도 간호사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른들은 일단 해보라고, 해봐야 안다고. 넌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격려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적 없는 겪고 있는 우리는 불안하다.

자칫 잘못 헛디디면 엄청 뒤처질 것 같고 인생에 실패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른들은 격려와 동시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란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완전히 신뢰하진 못한다.


아니, 일단 시도해보라면서 왜 지금 하는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단거야? 이런 이율배반적 사람들 같으니.




'그렇기에 지금 하는 선택은 중요해!'





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좋은 점만 보려 하지 말고 여러면을 따져라. 그리고 그것을 감수하고도 꼭 하고 싶다면 해라.


"너무 까다로워요."


그래도, 한번쯤은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학생과 간호사님들, 의료진들 파이팅입니다.



ps.(20살이지만 나도 아직 학생...)



작가의 이전글 고3이라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