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에 놀라고,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에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 왜 있지 않는가. 취업하고 자신이 번돈으로 사고싶은 것들을 살며 경제적 풍요로움과 심리적 풍요로움이 오는 그런 때.
앞의 두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리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
맞다. 나는 운이 좋았다.
면접 한번 봤다가 바로 붙고, 회사 생활까지 멋들어지게 해내서(내 기준으로) 인정까지 받으며 다니고 있으니까.
조금 시점을 바꾸어서,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던 2년간의 세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보려 한다.
어렸을 때 나는 2가지의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생긴 책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꿈과, 중학생 때 이것저것 상상을 한 세계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생긴 VR컨텐츠 개발자의 꿈.
두가지의 꿈은 나의 원동력이자 삶과 밀접해 있는 부분이었다. 바쁘더라도 무언가 읽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한 마음에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수능이 끝난 후. 대학교 입학 전까지 남는 시간동인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할지 잘 알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떼우다가 생각난게 나의 꿈 중 하나인 '글을 써보자'였다.
거창한 길은 아니었다. 그저 흔히 쓸법한 웹소설이었다. 순전히 자신의 욕심으로 써가던 어느 날 출간제의가 왔다. 나는 냉큼 받았다. 선인세 30만원정도의 아주 작은 건이었다. 나에겐 돈이 중요한게 아녔다. 그저 내 글을 출긴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뻤었다.
그렇지만 마감기한에 시달려 꾸역꾸역 쓰는 글은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완결은 매우 뿌듯했으나, 그렇게 쓴 글이 성공할리는 없었다. 결과는 매우 처참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이렇게 쓰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은 채 대학생에 발을 디뎠다.
컴퓨터과에 진학한 나는 그 두번째의 꿈만이 희망이었다. 비록 세부적인 커리큘럼은 VR과 상관없는 웹개발이었지만 그래도 기본 베이스는 같았기에 열심히 살았다.
공강이란 건 2년내내 존재하지 않았고, 1학년 1학기부터 야자를 시키던 학교였다. 나는 내가 대학생인지 제2의 고등학교를 다니는지 알 수 없어졌다. 1학년 2학기때는 좀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싶어 외부활동을 시도했다. 매주 8시간씩 토론하고 봉사활동도 같이 해야하는 활동이었다. 심지어 토론으로만 이루어진 겨울방학캠프 또한 존재했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꼬셔 밤에 토익수업도 같이 들었다. 후회는 없었고, 그것들도 다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나 2학년이 올라가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졸업작품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원들과 투닥거리면서 한학기를 보내고 어느 정도 지쳐있었던 그 때, 세상이 도운 건지 VR컨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름방학때 6주 개강한 후 간간히 수정작업해서 결과물을 지스타에 내보내는 멋진 프로젝트였다.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냅다 신청했다.
재밌었다. 인터넷으로만 찾아볼 수밖에 없었던 장비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다뤄볼 수 있고, 전문가들을 직접만나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일이었다. 6주간의 프로젝트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난 후, 2학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에겐 또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내에서 진행하는 VR컨텐츠 제작 과정이었다. 여름방학때 진행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처음엔 졸업작품과 지스타 프로젝트, 그리고 학교 생활을 모두 잡긴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했으나 결국은 학과장님의 권유에 의하여 교내에서 진행하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오후엔 학교 수업을 들은 후 밤엔 교내에서 진행하던 VR컨텐츠 제작 수업을 듣고 주말엔 틈틈히 졸업작품과 지스타 프로젝트를 준비했었다. 그렇게 11월과 12월이 지나고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 달려왔었다. 고등학교때는 공부도 그렇게 잘하지 않았으면서 꾸역꾸역 야자에 참가하며 수능을 봤었고 잠깐의 말미동안 글을 썼으며, 대학교 때는 끊임없이 무언갈 배우고 경험하려 했었다.
그래서 일거다. 내가 지금 무엇보다 행복한 이유는. 그때처럼 바쁘지도 않은데 , 더 노력하지도 않는데 돈을 별며 미약하지만 사고싶은걸 사고 남는 시간에 친구들 및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게 매우 감사하고 행복했다.
웹 개발자는 많은 돈을 받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다. 대체로 작은 직장일 수록 받는 돈도 적다. 나 또한 그렇다. 아주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가 그리 많은 돈을 받지 않고 일한다.
그렇지만, 미련은 없다. 적어도 '아 이거 해볼걸...', '이걸 했더라면 더 나아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경험해봤거든. 그게 어떤건지 어떤 일을 하는지.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르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난 예전에 꿈을 이루면 행복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꿈꿨던 나의 꿈들은 이루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발만 담궜다가 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직 난 3개월 밖에 직장에 다니지 않았고, 업무도 많은 걸 경험해본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나 또한 '이걸 해봤었더라면...'같은 미련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만큼은 이리 살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라는 자기만족의 말을 중얼거려보며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