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솔직하고 흥미진진한 자서전 <개구리가 우물을 기억하는 방법>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책은. 외출하러 가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읽고, 기다리면서 읽고, 돌아오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읽고, 원래 자는 시간을 넘겨서까지 읽었다.
읽는 내내 공감해서였다. 김리뷰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흙수저였다(지금도 흙수저에 가깝다). 그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했다.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중간중간 ‘이건 완전 내 이야기인데’ 했을 정도로.
그처럼 영화를 즐겨봤다. 어둠의 경로로 보면 돈 들이지 않고 2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학창시절 방학 땐 하루 3편까지 보기도 했다. 그처럼 컴퓨터에 빠졌다. 역시 큰 돈 들이지 않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어서였다. 컴퓨터 가지고 노는 게 좋아 고등학교는 관련 계열로 진학하기도 했다.
그처럼 자기 합리화를 했다. 어떤 걸 하고 싶으면서도 그걸 하려면 돈이 들기에 ‘난 관심 없어’하며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얼마 전 인턴 월급을 후하게 주는 언론사에서 몇 달 일한 후 쌓인 돈을 쓰면서 느꼈다. 실은 내가 이런 것도 좋아했구나, 아닌 척 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꽤 원했구나, 하고.
남이 징징대는 걸 듣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다. 김리뷰는 자신의 흙수저 인생을 징징대지 않고 누구보다 담담하게 얘기한다. 없는 형편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욕구를 풀고 시간을 때웠는지, 창의적으로 풀 수조차 없었을 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게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감정이입하며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까. 읽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한 명은 있구나 안심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적어도 여태껏 읽은 책 중엔 없었다.
그래서 당신도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느낀 몰입감과 위안을 당신도 느끼길 바란다. 그래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잠시나마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꼈으면 한다. 가장 솔직하고 흥미진진한 자서전, <개구리가 우물을 기억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