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 Kim Oct 14. 2018

조금 빈둥거리며 살아도 별 일 없어요

인생을 버티듯 사는 당신에게 <빈둥빈둥 니트족으로 당당하게 사는 법>


퇴근길 직장인들을 보면 가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장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출근해 8시간 이상 일하고 그렇게 5일을 버티다 주말 동안 잠깐 쉰 후 다시 직장에 나간다. 너무 지쳐서 대책 없이 쉬고 싶어도 1년에 쓸 수 있는 휴가는 고작 2~3주다.


그 패턴을 매해 반복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 역에, 버스 정류장에 수두룩 빽빽하다. 다들 정말 괜찮으신 걸까 궁금할 정도다.

학창 시절엔 3~4달 공부하면 자연스레 1~2달의 방학이 보장됐다. 난 이 1~2달마저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방학이란 단어 뜻을 충실히 따라 공부를 완전히 놓고 매번 빈둥빈둥댔다.


그렇게 빈둥대고 있으면 방학이 끝나갈 즈음 '이제 뭐 좀 해볼까' 하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덕분에 다가오는 3~4달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난 딱 이 정도의 사람이었다. 절대 1년 내내 뛰어갈 수 없는 사람. 어느 기간 열심히 달리면 꼭 방바닥에 늘어져 시간을 허비해야 기운을 차리는 사람. 스펙트럼으로 치면 '쉼없이 바쁜 직장인'과 '빈둥빈둥 니트족'의 중간쯤 있는 사람.


근데 그 중간쯤 있는 것도 괜히 불안했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 방학마저 내내 달려댔다. 그걸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뚝딱 해내는 애들이 널려 있었다. 느긋하게 뒹굴다가도 그렇게 달리는 모습들을 볼 때면 문득 불안해졌다.


사람마다 각자의 보폭이 있다는 걸, 자기 보폭에 맞춰 살아도 별 일 없다는 걸 알게 되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이 세상의 불행은 대부분 선택지가 적어서 생긴"다.


각자 체질에 맞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도 별 일 없다는 것만 안다면 사람이 고통스러울 일은 없다. 그걸 말해주는 사람이 학창 시절엔 참 드물었다. 그래서 인생을 버티듯 보내는 시간도 길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에 전부 동의하진 않는다. 교육받지도, 일하지도 않는 니트족이 될 생각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고마운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니트족 사이에서 나는 어느 지점에 있는지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나에게 맞는 일의 형태는 무엇일까, 고민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바쁜 직장인'과 '빈둥빈둥 니트족' 사이의 공간이 빼곡히 들어찼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바쁜 직장인'과 '빈둥빈둥 니트족' 사이의 선택지가 형편없을 수 있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급 떨어지는 일자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의 형태를 고민하고 최대한 나은 선택지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는 적게 벌어도 괜찮으니 빈둥대며 여유롭게 살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 옆에 있는 '적당히 빈둥대는 사람'도 숨쉴 틈이 생긴다. 그게 제도적 뒷받침이 됐든, 사회적 시선이 됐든.


그렇게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것만으로 이 사회는 상당히 살기 편해질 것이다. 그 조그만 여유가 모두에게 조금씩 생긴다면, 그래서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 인생이 좀 더 여유로워진다면 그것만으로 이 나라는 꽤 살 만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흙수저 인생을 징징대지 않고 얘기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