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기차, 버스, 숙소
흔히 인도를 배낭여행의 끝판왕이라 한다
매력이 많은 만큼 험난한 장애물도 많다
인도여행을 가장 고단하고 지치게 만드는 건
여행의 기본적인 과정인
교통, 숙소, 환전 같은 것에서 짜증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이것까지 인도의 매력이라 하는데
거기까진 동의하지 못 하겠다;;
기차는 연착 크리
택시, 릭샤는 후려치기 전문
어디 좀 찾으려 두리번거리면 은근슬쩍 접근하는 호객꾼까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지만
어디든 워낙 정신없고 사람이 많아
방심하면 어느새 털리기 십상이다.
이래서 명상이 유명한가보다
여기에다가 여행자를 노리는 사기도
당연히 교통, 숙소, 환전 같은 데 집중되니
계속 긴장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지치는데 큰 사기까지 당하면
정말 인도에 질려버리는 거다
다만 이 과정을 한 번 거치고 나면 익숙해져
인도여행이 훨씬 '덜' 불편해진다.
호객꾼과 사기를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와 더불어
이 도시는 어떤 교통수단으로 가면 괜찮을지
인도여행을 도와주는 어플이나 서비스는 뭐가 있는지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 글에서 우버, 오요 룸스, 익시고, 레드버스 같은
이런저런 어플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인도 자체는 매력적인 나라다.
각 지역의 정말 멋진 명소 한 곳만 돌아다녀도
몇 달은 걸릴 정도로 땅이 넓고
도시마다 색깔도 다양하다
그 큰 땅에 그토록 다채로운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데
어떻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처음 한 번을 뚫는 거다
충분히 준비하고 사기수법도 숙지한 후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여행자를 털어먹으려는 사람은 대부분 돈을 노리고 오는 사기꾼일 뿐이지,
신체의 위협을 느낄 일은 드물다
외교부에서 인도 여행경보 수준을 태국, 스페인, 프랑스, 터키와 같은
파란색(여행유의) 지역으로 남겨두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이 글이 처음 한 번을 뚫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인도라는 나라가 익숙해지면
갈 수 있는 곳도 가고 싶은 곳도 무궁무진하게 많아질 거다.
충분히 준비해서 안전하고 즐거운 인도여행이 됐으면 좋겠다
2018년 10월부터 한국인은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따로 비자를 신청하고 대사관에 들를 일 없이 그냥 인도행 비행기를 끊으면 된다.
공항 도착 후 발급 절차는 비자신청서 작성 → 도착비자 창구(Visa on Arrival)에 신청서 접수 → 안내 데스크에 비자 비용(2025루피 / 약 33,000원) 납부 → 최종 입국심사다. 모든 절차가 위에 보이는 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반대쪽에 있는 일반 심사대(인도인 및 E-비자 소지 외국인 심사)로 갈 일은 없다.
비자 신청서는 현장에 비치돼 있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뽑아 적어서 가면 시간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특히 한국 국적기를 탈 경우 도착비자를 받으려는 한국인이 대부분이므로 꼭 미리 적어 가자.
인도 대사관 사이트(https://bit.ly/2Df84Yu)로 들어가 1번째 첨부 파일(Applicationform4VisaonArrival.pdf)을 클릭하면 비자 신청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비자 신청서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중요한 점은 부모님이 사망했더라도 아버지, 어머니 정보는 써야 한다는 점이다. 신청서를 보면 알겠지만 가족 중에 인도의 적국인 파키스탄 혈통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요구하는 정보라 무조건 채워 넣어야 한다. 앞쪽에 있었는데도 이걸 채우지 않아 맨 뒤에 간 분들이 꽤 많았다. 기본적으로 모든 빈칸은 채우도록 하자.
심사대에 서류를 내면 해당 내용을 심사원이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한다. 지문 등록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당 3분은 걸린다. 당연히 비행기 나오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심사대에 가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입력을 마치면 비자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주고 조그만 서류를 철해주는데 이걸 심사대 맞은편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가져가 비자 비용을 내면 된다.
그렇게 모든 서류와 비자 영수증까지 받으면 접수원이 최종심사를 하는 창구 번호를 따로 알려준다. 최종심사대를 통과하면 인도 입국이다.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공항철도, 택시, 우버
공항철도가 운행하는 시간이면 당연히 이걸 타자. 아무런 사기 없이 가장 싸고(60루피 / 1천원) 빠르게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공항철도는 밤 11시 반까지만 운행해 그 이후에 입국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공항철도가 끊겼다면 택시보단 우버를 추천한다. 뉴델리 공항의 일반 택시는 사기 당하기 가장 쉬운 선택이며, 선불 택시는 그나마 괜찮지만 역시 불안하고 가격도 우버보다 비싸다.
간단하게 우버 어플을 깔고 쓸 수 있으니 꼭 사용하길 권한다. 인도 사기의 대부분은 어딘가를 가느라 택시나 릭샤를 탈 때 벌어지며, 우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인도여행 내내 사기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뉴델리 공항의 와이파이는 현지 유심이 있을 때만 쓸 수 있어, 인터넷을 쓰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유심을 사가야 한다.
한국에선 인도 전용 유심을 구할 수 없으며 태국 회사인 Sim2Fly에서 아시아 17개국 유심을 1만원 초중반대로 판다. 8일밖에 쓸 수 없어 거의 대부분의 인도 여행자는 현지 유심을 결국 또 사야 하지만, 대부분의 큰 사기가 첫 인도여행 뉴델리 공항에서 벌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사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뉴델리 공항 아무데나 우버가 오는 건 아니다. 공항에서 부르는 우버는 모두 정해진 '우버 포인트'에 도착하며, 우버 포인트는 터미널3 근처의 주차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인다. 외국에서 오는 비행기는 터미널3에 도착하며 공항 밖으로 나가면 주차장으로 가는 표지판을 바로 찾을 수 있다. 공항 바깥의 인도 현지인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도 무방하다.
인터넷을 쓸 수 없어 선불 택시를 타게 되더라도 선불 영수증을 내릴 때까지 주지 말고, GPS를 통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자. GPS 기능은 인터넷이 안 되더라도 작동하며 인도 가기 전 뉴델리 부분만이라도 구글 맵을 미리 오프라인 지도로 받아놓자.
대부분의 인도 여행자는 기차 이동을 기본으로 생각할 거다. 하지만 버스 역시 훌륭한 대안이며 내 경우엔 버스가 훨씬 잘 맞았다. 기차와 버스의 장단점을 훑어본 후 직접 타보고 자신에게 맞는 이동수단을 고르는 게 좋다.
1) 기차
장점)
웬만한 지역은 다 연결돼 있다
연착만 없다면 버스보다 이동시간이 짧다
진동이 덜 해 탑승감이 낫다
많은 사람이 타기에 대화 나누고 친구 사귀기 좋다
단점)
표를 구하기 어려워 웃돈(따깔 표)을 줘야 하거나 외국인 쿼터를 이용해야 한다
명목상 이동시간은 짧지만, 지연이 일상적이라 결국 걸리는 시간은 버스와 비슷하다
소음이 심하다
낮은 등급의 열차까지 15량 이상 붙어 있기에 소지품 도난 위험이 크다
기차역은 항상 붐비며 잦은 연착으로 탑승 플랫폼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2) 버스
장점)
좌석의 20% 정도만 차기에 쾌적하게 갈 수 있다. 이 말은 두 자리가 붙어있는 좌석을 거의 대부분 혼자 차지해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차보다 싸다. 따갈 표나 외국인 쿼터가 아니라 일반 기차표와 비교해도 그렇다
소음이 적다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어 배터리 걱정이 없다 (슬리핑 좌석 한정)
단점)
대도시 간 이동은 문제 없으나, 소도시 이동은 차편이 없거나 적다
도로가 고르지 않아 흔들림이 심하다
버스 탑승지는 대부분 해당 버스를 주관하는 여행사 앞이며, 탑승지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1) 기차 예매
기차 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일반 표, 따깔 표, 외국인 쿼터 표.
일반 표는 말 그대로 현지인, 외국인 관계 없이 누구나 살 수 있는 표다. 익시고(Ixigo) 같은 기차예약 어플로 정말 간단히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어플로 예매할 때 큰 진입 장벽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인도 철도청 가입'이다. 어떤 기차예약 어플을 쓰든 철도청 아이디가 필요하며, 철도청 가입은 현지 번호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말은 현지유심을 낀 후에야 휴대폰으로 기차 예약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인도에 가기 전, 철도청 이메일로 여권 스캔본을 보내는 식으로 따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개귀찮은데다가 이 경우 가입 승인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어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은 도착 후에 현지유심을 사자.
주요 도시의 기차는 대부분 매진이라 기차예약 어플을 보면 'WL87(=87명 대기 중)' 같은 대기 표시가 뜬 열차가 많을 거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따갈 표다. 따갈 표는 공식적으로 웃돈을 얹어서 살 수 있는 표를 말한다. 보통 일반 표 가격의 30% 정도가 웃돈으로 붙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진되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외국인 쿼터 표다. 아무래도 기차 예매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이 많다보니 외국인만 살 수 있는 표를 따로 챙겨둔다. 각 지역의 주요 기차역에 가면 외국인 매표소를 찾을 수 있으며 뉴델리 역은 빠하르간지 방향 건물의 2층으로 가면 된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여권을 내밀면 지극히 사무적이고 무심한 태도로 표를 뽑아준다. 바라나시~아그라 표의 경우, 일반 표는 1300루피 정도였는데 수수료로 700루피가 붙었으니 약 50%를 수수료...로 더 가져가는 셈. 그러니 버스를 이용하자
2) 기차 탑승
실제 기차를 탈 때 주의해야 하는 건 플랫폼 변경과 연착이다. 인도여행을 조금이라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인도 기차는 최소 20~30분, 보통은 1시간, 정말 길어지면 몇 시간에서 열 몇시간을 늦는다.
어떤 유튜버는 22시간이 연착..됐다(https://www.youtube.com/watch?v=bwT93AS3DJI).
연착 때문에 탑승 플랫폼도 수시로 변한다. 원래 예정돼있던 열차가 안 오면 그 자리를 다른 열차가 들어오고, 예정된 열차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가고, 그 플랫폼에 들어오려던 열차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배정되고.. 뫼비우스의 띠 그래서 역 곳곳에 붙어 있는 전광판을 수시로 확인하는 게 좋다. 기차 어플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반영이 안 되거나 늦어 이것만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출발 때뿐 아니라 정차역마다 열차가 지연된다. 역마다 공식적인 정차 시간은 2~3분이지만 한번 지연되면 바뀐 시간과 플랫폼 때문에 여유시간을 주느라 오래 서게 된다. 이동하다가 다른 열차가 철로를 지나가게끔 기다려주느라 또 지연된다. 내 경우 13시간 걸리는 바라나시~아그라 기차를 탔지만 실제론 6시간이 더 걸린 후에야 도착했다. 그래도 탄 채로 지연되니 감사해야 하는 건가 이걸 감안해 장거리 기차 이동 시 후속 일정을 여유롭게 짜고, 숙소는 현장에서 고르거나 변경 가능한 옵션으로 예약해두는 게 좋다.
1) 버스 예매
예매 어플로는 레드버스(redBus)가 있으며 현지 번호로 인증받은 후 예약할 수 있다. 목적지와 날짜를 입력해 검색하면 각종 여행사 버스 목록이 뜨며 평점과 평가 수를 참고할 수 있다. 비싼 버스일수록 담요, 베개, 콘센트 등 제공되는 것들이 많고 버스 퀄리티도 좋다. 돈 여유가 된다면 가격대가 있는 버스를 선택하자. 어차피 웬만하면 기차보다 싸다.
탑승 장소와 하차 장소가 한 군데로 정해진 버스도 있지만 여러 곳인 버스도 많다. 자신에게 편한 탑승 장소와 하차 장소를 고른 후 예매를 마치자
2) 버스 탑승
탑승 장소는 대부분 여행사 앞이나 대형호텔 근처다.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말자. 다만 레드버스로 뜨는 지도상 탑승장소가 가끔 부정확할 때가 있다. 혹시 모르니 해당 여행사 이름이나 호텔 이름을 구글맵으로 검색해 한 번 더 확인하자. 탑승 장소만 잘 찾으면 큰 문제 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오면 확인 후 타면 된다. 기차역의 번잡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도 버스의 장점이다.
인도 숙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적인 품질이나 서비스를 갖추지 않은 숙소가 많다는 점이다. 침대시트를 매번 빨지 않는다든가 와이파이가 안 된다든가 카드결제가 안 된다든가 온수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든가 등등.
아고다나 부킹닷컴 같은 호텔포털의 평점과 리뷰를 확인하면 되긴 하지만 매번 그걸 검색하는 것도 일이다. 특히나 최소 2주를 잡고 가는 인도여행일수록 매일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지친다. 그렇다고 대충 잡았다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는 게 오요 룸스(OYO Rooms)다.
인도여행 1주일 만에 알게 된 후 남은 여행기간 동안 매일 이 어플로 숙소를 잡았다. 창립자의 은혜로운 창립정신을 들어보자.
여행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불쾌한 숙박 경험을 없애는 것을
사업의 주된 목표로 삼았다
참고 기사: 20세 청년 성공신화…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5조원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1&t_num=13606001)
일단 어플 자체의 편의성도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모든 오요 숙소가 에어컨, 와이파이, TV, 카드결제, CCTV, 시트 청소, 청결한 방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보장한다. 숙박 시 불편해할 만한 걸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느낌이랄까.
워낙 수가 많아 오요 숙소를 찾기도 쉽다. 모든 숙소가 직영점이 아닌 체인이기 때문이다. 숙소를 일일이 세우는 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던 숙소가 오요 룸스에 가입하면 매뉴얼에 따라 숙소를 정비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 다니다보면 OYO Rooms라고 써진 숙소를 100m마다 발견하게 된다.
다만 그래서인지 감탄할 만한 숙소는 없었다. 개성 있는 숙소도 당연히 없었다. 개인실만 취급해서 게스트하우스 같은 건 다른 데서 예약해야 한다. 저렴함, 편의성 두 가지로 승부하는 느낌이다. 여행자에게 유용한 어플이니 숙소 검색하기 귀찮을 때 꼭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