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침체조의 역사
등허리가 안 좋아 잠을 잘 못 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든다. 일어나면 몸이 항상 지뿌듯하다. 그렇다고 스트레칭을 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 상태가 며칠을 간다. 얼마 전 몸이 신호를 보냈다.
아무런 계기도, 촉발도 없이 난 그 단어를 검색했다.
제대 2년이 지나도록 군대 꿈 한 번 꾸지 않았다. 도수체조에 거부감 따윈 없었다. 추억에 젖어 오랜만에 따라하니 킥킥 웃음이 났다. 아, 즐거워.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이 가뿐해졌다.
한 번 따라하니 모든 동작이 기억났다. 몸이 기억하는 그 동작들을 하루 2번씩 반복했다. 운동 안 해도 건강하게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신승리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성스러운 주교님께서도 하고 계신다. 몇십 년째 하고 있는 대선배님이다. 그분의 말에 동감했다. 목에서 날갯죽지,등허리, 골반까지 꼼꼼히 자극하는 도수체조의 힘이란... 따라해보지 않는 자는 모른다.
도수체조 모르는 이들에겐 국민체조가 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는 사람이라면 새록새록 기억 날 것이다. 일명 '노젓기 운동'이라 불리는 온몸운동은 기억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90년대 중반까지 체육회 등 몸 쓸 일 있는 행사를 할 때 초등학교에서 다 따라했다.
물론 군인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 국민체조(1977년) 자체가 도수체조(1970년)에서 파생됐다. 지은이도 같다. 군사독재 시절, 정부가 친히 만들어줬다. 등배운동, 팔다리운동, 숨쉬기운동은 거의 똔똔이다.
우리 정부만 아침체조를 만들어준 게 아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그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어본 사람은 기억날 것이다. 돌격대라는 캐릭터가.
라디오 체조가 도약 부분에 다다를 때엔 반드시 잠에서 깨어난다. 깨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뛸 때마다-그것도 참 높이도 뛰었다-그 진동으로 해서 침대가 삐걱삐걱 오르락내리락했기 때문이다. (...)
"그럼 우리 타협을 하자구"하고 나는 말했다. "라디오 체조는 해도 좋아.
그 대신 그 뛰는 대목은 빼줘. 그건 너무 시끄러우니까. 그럼 됐지?"
"뛰, 뛰다니?"하고 그는 깜짝 놀란 듯 물었다. "그게 뭐니?"
"뛰는게 뛰는 거지. 그 쿵쿵 뛰는 것 말이야."
"그런 것 없는데......"
나는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이젠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꺼낸 말은 확실하게 해둬야겠다 싶어서, 나는 실제로 NHK 라디오 체조 첫 부분의 멜로디를 부르며 방바닥 위에서 쿵쿵 뛰어 보였다.
매일 아침 6시마다 일어나 6시 반이면 NHK 라디오체조를 따라하는, 근면성실이 돋보이는 친구다. 여기서 말하는 NHK 라디오체조, 당연히 실제로 있다.
아침 6시 반이면 언제나 10분 간 틀어준다. 1928년부터 천황즉위를 기념해 NHK 전파를 타고 방영되기 시작했다고. 무려 2,800만명이 이걸 따라한다고 한다.
한국이 도수체조와 국민체조로 나뉘는 것처럼, 일본은 자위대체조와 라디오체조로 나뉜다. 자위대 체조는 한국 군대의 체조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아스트랄하다.
동작이 우스꽝스러울수록 운동효과는 뛰어난 법. 따라해보면 안다. 물론 집에서만 하자. 문단속 잘 하고 성심껏 따라해보자.
자위대체조만큼 역동적이고 아스트랄한 체조, 한국에 있다. 국민체조가 군사독재 시절에 만든 것이다보니 시대에 걸맞춰 1999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새천년 건강체조를 보급하는데..
휘돌리기 운동, 날개펴기 운동(허수아비 포즈), 몸틀어 손날치기 운동(3단 격파 운동)은 압권이다. 신명나는 브금에 흥이 절로 난다. 가히 역대급인 이 체조 역시 초등학교에서 다들 따라했다. 동작 잊지 말라고 특이하게도 만들어줬다. 몸치라면 하기 힘든 동작이 몇 개 있다는 비판도 있으나, 다 하고 나면 뿌듯함은 배가 된다.
이 체조들, 우습게 보지 말자. 중국에서 아주머니들이 괜히 아침마다 무리지어 체조하는 게 아니다. 5분 동안 따라하면 적당히 가슴이 뛰고 열이 돌기 시작한다. 의외로 체계적이다. 군대에서 매일 아침 개운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아침체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체조를 만들어준 정부에게 굳이 고마워할 필요는 없지만, 써먹을 만한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