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도 흘러간다
샹 드 마르스 광장은 에펠탑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앵발리드에서 나와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을 향해 걸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마르스 광장은 군사훈련 장소로 사용하던 곳으로 마르스(Mars)는 전쟁의 신이다. 에펠탑에서 육군사관학교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원으로, 육군사관학교의 생도들이 운동장으로 쓰던 곳이다. 에펠탑이 있는 센 강 쪽은 영국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넓은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기도 한다.
이곳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가 1899년 파리 만국 박람회였고, 매년 7월 14일 승전기념일 행사 때 에펠탑을 배경으로 저녁 불꽃놀이를 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비치 발리볼 경기장이었는데 파리의 낭만을 선사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모든 경기가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2024년 12월 초 우리가 갔을 때는 광장의 시설물 철거와 바닥 복구작업으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 정도는 있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혁신적이고 아름다웠던 개막식과 더불어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하지 않고 설치 후 사용하고 철거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한 것이었다. 자유와 혁명의 나라 프랑스다운 선택이다.
마르스 광장에서 비르아켐 다리로 걸어가는 것은 에펠탑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에펠탑은 보는 시간대와 방향에 따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비르아켐 다리(Pont de Bir-Hakeim)는 센강 위에 있는 다리 중 하나로 영화 "인셉션" 등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1층은 자동차와 보행자를 위한 것이고 2층은 파리 지하철 6호선이 지나간다. 특이한 구조가 주는 기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1942년에 자유 프랑스군이 독일과 싸운 비르아켐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센강 유람선 파리지엥은 이에나 다리 아래 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비르아켐 다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에펠탑에서 출발해서 오르세미술관을 지나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을 돌아 루브르박물관을 거쳐 에펠탑 앞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로이다.
*에펠탑-앵발리드-오르세미술관-노트르담 성당-콩시에르주리-루브르박물관-콩코르드광장-그랑팔레-에펠탑
유람선은 해가 지기 전에 타는 것이 좋다. 환할 때부터 해가 지기 시작하는 파리와 완전한 일몰 후 빛과 어두움 속 매력과 낭만이 넘치는 파리를 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번 파리여행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꼽으라면 센강 유람선 위에서 서서히 해가 지는 파리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연과 도시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죄지은 자는 법의 처벌을 피하는 선택을 했을 때 구차하고 비겁해진다. 지금 우리가 낱낱이 보고 있는 것들은 훗날 역사에 기록되어 어떤 길이 될 것이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수고로 법이 집행되어 가장 큰 위험을 가두었으니 작은 고개 하나를 넘었다.
가장 강력한 직위를 대행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에게 이 글을 보낸다.
Neutrality helps the oppressor, never the victim.
Silence encourages the tormentor, never the tormented.
중립은 압제자를 도울 뿐 결코 피해자를 돕지 않는다.
침묵은 박해자를 북돋울 뿐 결코 고통받는 자를 일으켜주지 않는다.
-엘리 비젤
*엘리 비젤 : 홀로코스트 생존자, 인권 운동가,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