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영감이 탄생하는 곳
옹플뢰르에서 몽생미셸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북쪽이라 그런지 도로변 나무들이 굉장히 커서 숲 속을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몽생미셸이 멀리 보이기 시작하자 가이드는 자신이 10년 가까이 이곳을 오고 갔지만 북쪽 지역의 특성상 늘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처럼 맑은 날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자신의 마지막 가이드 일정이라고 했다. 다음날 친구와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 혹은 직장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 살아봤는데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올 정도로 설레고 기쁘다고 하며 자신의 나라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도 그렇다. 자랑스러운 내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멀리 바다 위 거대한 돌을 뚫고 나온 듯한 몽생미셸 수도원이 보인다.
몽 생 미셸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작은 섬이자 도시인 몽생미셸은 “성 미카엘의 산”(몽:산, 생:성스러운, 미셸:대천사 미카엘)이라는 뜻이다.
거대한 모래톱 한가운데에 있던 바위섬에 지어진 몽생미셸은 오베르 주교의 꿈에 대천사 미카엘이 세 번이나 나타나 바다 위에 성을 쌓으라는 계시를 내려 세운 곳이다.
8세기 작은 예배당으로 시작하여 10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축조하였고 11세기에는 수도원 부속 성당, 13세기에 고딕 양식 건축물 몽생미셸을 완성하였다.
성당에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머물다 2001년부터는 예루살렘 형제회 수사와 수녀들이 수도를 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은 오랜 세월 증축과 개조를 한 것으로 수도원, 성당, 군사요새, 작은 정원, 왕족 접객실, 명상실, 작은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에게 영감을 준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몽생미셸은 천 톤 이상 쌓아 올린 돌의 하중을 떠받치는 높은 아치와 굵은 기둥들의 대열이 나선형의 동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나선형 동선의 정점인 정원 옆 난간에서는 70m의 높이에서 노르망디의 광활한 갯벌과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몽생미셸은 높이가 최대 80m에 이르며 독특한 자연 지형을 극복하고 적응하여 건설한 기술적 · 예술적 걸작이다.
프랑스 혁명기에는 죄수들이 하루 12~14시간씩 밀짚모자를 만들거나 실을 만들고 선박용 옷감을 짓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건축을 시작한 이래 오늘날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은 1000년도 더 걸린 19세기말이었다. 모래톱을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밀물 때는 고립되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육로로 통행이 가능했는데 1870년대 제방 겸 도로를 만들어서 육지와 연결하였다. 하지만 이 도로 때문에 섬에 위치한 몽생미셸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갯벌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하여 2015년 기존의 제방 도로를 철거하고 공중에 뜬 다리를 건설하였다.
중세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에는 현재 일반주민들은 살지 않고 호텔 등 숙소나 기념품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1023년 건축한 몽생미셸은 2023년에 1000주년을 맞이했다.
고딕 양식의 걸작인 메인 건물 라메르베유(La Merveille, 경이)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창고와 순례자 숙박소, 2층은 기사의 방과 귀족실, 3층은 수사들의 대식당과 회랑으로 사용했다.
그중 13세기에 지은 아치 회랑은 사각형의 정원을 고딕 양식 기둥이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서 수도원 내의 다른 공간들 사이의 이동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아치 회랑 기둥 사이로 빛이 통과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어우러져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수도원 식당으로 사용했던 곳은 음향의 울림이 좋아 콘서트 장소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광활한 바다 위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뭉클함이 파도와 함께 밀려왔다.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다 한가운데 고독하게 서있는 몽생미셸 뒤로 노을빛이 천천히 차오른다. 그 순간 이유 없이 눈이 시큰해지고 마음이 쓸쓸하면서도 웅장해진 아주 이상한 경험을 했다.
몽생미셸은 밤이 되어 어두워져도 예전처럼 불을 밝히지 못한다. 프랑스의 부족한 전력 사정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최소한의 조명만 한다고 한다. 망망한 바다 위 어둠에 잠긴 몽생미셸은 인간의 원초적 고독을 떠오르게 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 다양한 색감의 노을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몽생미셸에서 해가 지는 시간은 우리를 노을의 향연에 물들게 했다.
몽생미셸에서 파리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 사람이 별로 없는 외곽인데도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세련되고 깨끗했다.
파리로 돌아오니 밤 12시가 다되었다. 샌딩 서비스를 신청해서 연결된 차량을 바로 타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격은 한 명당 2만 원이 넘는 금액(15유로)이라 비쌌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기다림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생각 못했다.
이제는 목이 메이기까지 하다. 무엇을 숙고하는가. 명백한 진실 앞에서...
그래도 믿고 기다린다.
우리는 이보다 더한 참혹한 세월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가까운 날에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