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쵸 Nov 26. 2023

낭만 형사와 소시오패스

-삐뽀 삐뽀 삐뽀


여기 한 경찰차가 요란한 경광음을 내며 어두운 도시 한 복판을 내달리고 있다. 차 안에는 두명의 형사가 뒷자리에 앉아 있고  그 사이에 수갑을 찬 범인 한명, 그리고 운전을 하는 또 다른 형사, 그렇게 네명이 동석해 있다.


- 이게 얼마만에 집에 갈 수 있는 거냐. 며칠 집에 들어가지 못했더니 가족들이 너무한것 아니냐고 아우성이야.

- 팀장님 그래도 우리 밥 먹고 들어가는게 어떨까요? 요 근래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것 같은데, 오늘은 기분 좋게 그간 회포도 풀겸 그러면 좋겠는데. 사모님 때문에 좀 그럴까요? 아무래도 좀 그렇죠?

- 그렇긴 한데, 나도 너무 배고프다.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봐. 그동안 사와무라군도 고생이 많았어. 오늘은 내가 밥 살께. 같이 먹고 들어가지. 아내에게는 미리 내가 연락하지 머. 코우 형사, 우리 일도 끝났는데 드라이브겸 왼쪽 길로 가는게 어떨까? 그동안 이 놈때문에 힘들었는데 우리 기분 전환 할겸 해서 오랫만에 그리로 해서 청으로 들어가자고.

- 네, 팀장님 당연하죠. 우리의 루틴의 마지막이지 않습니까.

- 그러면 오늘은 저 비싼걸로 얻어 먹어야 겠어요. 뭘 먹지? 맛집 검색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님은 고기 좋아하시죠? 제가 고기로 찾아 볼께요. 팀장님 아무래도 날도 추운데 국물 요리가 좋겠죠? 물론 고기들어간 전골입니다. 아 해산물은 좋아하시나요? 쭈꾸미 요리 잘하는 집이 있는데


순간 화가 밀려 왔다. 두손에 채여있는 수갑으로 난 저항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를 사이에 두고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 하는 이들이 상황이 어의 없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이 꼬라지지만 이 일대에서 연쇄 살인범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던 사람이었는데, 뭔가 이런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이곳에 없는 것 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 팀장님 찾았어요. 오삼불고기 어때요? 그리고 소주한잔. 딱이지 않습니까?

- 역시 사와무라야. 나도 오삼불고기 생각했었는데, 우리 통했는데...


차가 왼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니 창가에 밤바다가 보였다. 사와무라는 창유리를 조금 내렸다. 이내 시원한 바람과 바다 내음새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 아. 오늘밤 정말 시원한데요. 여름이라도 이길은 바다가 있어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좋네요.

- 나 역시 그래, 내가 처음 경찰청에 근무할때, 나의 선임이 첫 임무를 마치고 이 길로 함께 복귀했었지. 그럴때면 항상 창을 열고 선임은 말했었어. 이 길을 지나야만 임무가 잘 마무리 되는 기분이 든다고.

- 저도 처음에 팀장님께서 이 길로 복귀할때 왜 그런가 했거든요. 좀 이상했어요. 아무래도 돌아가야 하니 시간도 더 걸리는데 굳이 꼭 이길로 가시더라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잘 압니다. 저도 임무를 마치고 이 길로 복귀해야 모든일이 잘 끝냈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이 길이 좀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우리 여기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담배 하나 필까요?

- 그러자. 코우, 차를 갓길에 세워주게.


그들은 차가 갓길에 멈추자 설레이는 표정을 하고 다들 차에서 내렸다. 대학시절 바다를 보며 달려들던 청춘의 모습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지금. 이안에는 나 혼자뿐이다. 두손에 차여있는 수갑만 달빛에 반짝이고 있다.


- 팀장님, 여기 너무 좋은데요.

- 코우는 여기 처음이던가? 사와무라랑은 자주 왔었는데, 나랑 같이 일하게 되면 사건을 해결 할때마다 이곳에 들르게 될거야. 저기 바다위에 떠있는 달이 오늘 유난히 이쁜데.

- 팀장님, 전 여기서 담배 하나 피면 모든 일에 대한 과정의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라 좋아요. 이 곳에 앞으로 몇번이나 올 수 있을까요.

- 우리가 사건 해결을 잘 한다면 그만큼 자주 올 수 있겠지.

- 사와무라상, 그런데 저 차안에 있는 놈은 도대체 왜 사람들을 죽인거래요? 사와무라상이나 팀장님은 들은 이야기가 있나요? 아무리 봐도 어떤 원한이나 동기가 없는것 같은데, 그냥 묻지마 살인인가요?

- 모르지.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 무슨 이유가 있겠어?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그게 살인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지는 않지. 그냥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생각들어. 저들 있기에 우리가 있는거니 어찌보면 우린 동업자 아니겠나. 사실 경찰이란게 그런거잖아.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윽박지르는게 우리 일 아니겠어? 저런 돌연변이들은 우리에게 귀찮은 존재나 마찬가지지. 이런 이야기 해봐야 뭐하겠나. 얼른 피고서 밥이나 먹으러 가자.


무엇이 즐거운지 그들은 나를 이곳에 두고 껄껄 거리며 웃고 있었다. 마치 날 벌레 보듯 비웃는것 같았다. 나의 눈에 저들은 소시오패스와 같은 느낌이었다. 저런 경찰들이 설치고 다니니 범죄율이 줄어들지 않는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 야, 너도 담배 하나 줄까?


사람은 참 간사하다. 말한마디에 그들은 낭만이 있는 형사들로 느껴졌다.

나 처럼. 그들도 낭만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