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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Apr 16. 2024

그냥 이 노래가 생각났다.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읍내 시장으로 향했다. 아침 재료로 감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감자조림을 할지 아니면 고구마 조림을 할지 고민했다. 잠시동안 주방 가스레인지 앞에서 냄비를 보며 결정을 못하는 듯 보였다.


'난 감자조림을 좋아하니까 내가 후딱 자전거 타고 다녀올게.'

내가 말했다.

'여보. 오늘은 그냥 고구마로 하자.' 아내는 내가 시장까지 가는 게 번거로운 일이라 생각했다. '운동을 많이 해서 금방 다녀올 수 있어.'라는 말을 하고는 자전거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까지도 자전거를 타려면 장갑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벚꽃잎들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끼긱 끼긱 끼긱...'


이른 아침이었지만 시장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고 있었다. 제철 나물이며 과일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감자 사려는데 안 보이네요.'

내가 말했다.

'감자가 오늘 안 들어왔는데, 고구마만 있어요.' 고구마는 집에도 있다. 난 감자가 필요했다. 다른 상점에서도 감자는 찾기 어려웠다. '감자는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나의 질문에 '저 끝 할머니 상회에 한번 가봐요.'


'사장님 감자 한 봉만 주세요.' '사장님. 사장님.' 한편 위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느라 정신이 없으신가 보였다. '사장님, 감자 한 봉만 달라니까요.' 내가 재차 말했다. '큰일 날 뻔했다 아이가. 뭔 배가 가라앉아 큰일 날 뻔했다 아이가.' 감자 한봉을 건네주면서 할머니는 다행이라는 듯 말을 반복 하셨다. 배가 침몰했지만 다행히 사람들을 구출했다는 내용의 속보를 앵커는 알리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바람은 없었다. 길에 떨어져 있는 벚꽃들이 좀전과는 다른 무심함으로 느껴졌다.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혼잣말을 하고 크게 쉼호흡을 했다. 다시 페달을 돌리며 이어폰 볼륨을 높였다. 그냥 이 노래가 생각났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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