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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ind Apr 16. 2020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남에게 하는 속 이야기

 직장을 다닌다는 건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객관화해서 보고 있자면 묘한 경우가 많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계획을 세워놓고 큰 기대를 하는 경우가 있다. 혼자 떠나는 백패킹 여행과 처음 맡은 업무다.  혼자 떠나는 백패킹 여행은 혼자서 간다는 특수성과 백패킹이라는 전문성 때문에 고려해야할 것이 많다. 때문에 최소한의 계획조차 세워져 있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여행은 떠나기 전이 가장 설레인다는 말처럼 수많은 고민과 설렘끝에 탄탄하게 짜놓은 여행 계획이 출발 전에 회사'일'과 회사'놈' 때문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 내 평정심도 함께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사라진다. 


 이런 경우는 회사에 출근을 해도 애써 짜 놓은 여행 계획을 무너트린 자들을 저주하게 된다. 출근을 했지만 마음은 여행지에 있고, 여행을 어떻게 떠나게 되었다 하더라도 마음 한 켠은 회사에 있는 찝찝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하게 된다. 내가 요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을 훌쩍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계획에 따르면 나는 지금 고원길 1코스를 걷고 있어야 한다. 시작점의 출발 시간과 도착지의 도착시간, 중간 경유지를 거치는 시간, 급수지, 중탈 정보등이 꼼꼼히 기록된 계획표 대로 걷고 있어야 한다. 마이산을 바라보며 시원스레 발걸을음 재촉하고 있어야 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교통체증처럼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자주, 많이 벌어진다. 교통 체증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길어질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 처럼. 회사에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기면 나는 고민한다. 비를 피할수는 없어도, 교통체증을 예측할 수는 없어도 우산을 챙기듯이, 교통체증이 예상되는 길은 우회해서 피해가듯이 회사 또한 분명 정답이 있을것이다. 퇴사, 이직, 부서이동 등의 정답을 어쩌면 나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내 자신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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