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결혼 10년차,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나는 아이가 없는 결혼 10년차 부부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부터 낳고 길러야 했던 부모님들 세대에는 아이가 없다 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어렵다는 것을 주로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아이 낳고 키우기 어려운 환경인 탓에 임신을 피했다. 이후 아이없이 살아보니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정신적으로 내가 아이를 낳는 것에 자신이 없었고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임신을 피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를 원하든 원치 않든 신체적으로 임신이 어려운 난임 부부다.
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좀 더 해 보자면 결혼을 하기 전부터 나에게 '아이가 없는'의 정확한 의미는 '아이를 갖기 어려운' 이었다. '아이를 갖기 어려운'의 말은 또 다시 '육체적으로 임신이 어려운' '환경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후자였다. 지난 10년 중 6년 정도 우리 우리 부부는 후자의 의미로 '아이가 없는' 부부였다. 딩크족이라는 낭만적인 마케팅 용어가 있어 '왜 아이 안 가지세요' 라는 남들의 질문을 잘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 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고 전자의 '육체적으로 임신이 어려운' 난임 부부가 되었다. 지난 4년간 인공수정 3회, 시험관 1회를 진행하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세상이고 속내를 사람들과 잘 나누지 않는 세상에서 나 또한 이런 고민과 답답함을 누구와 공유하기 힘들었다.
지난 시간 부모님들 마저도 대화가 썩 나이스하게 되지 않았다. 난임과 불임의 개념이 없는 어른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둘 중 한명의 신체적인 '고장'정도로만 인지하고 은근히 한 쪽을 탓하는 투로 말씀하시는 일도 있었고 친척들 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부부 앞에서 다른 조카들의 탄생에 대해 함구하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있었다. 회사 동료들도 나에게 아이가 있냐 물었다가 난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미안해 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난임은 나의 선택이었다.
사회적 난임 6년, 신체적 난임 4년을 살아오며 느꼈던 불편함과 왜 내가 결혼 직후 사회적 난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는 그것들이 나의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남에게 선뜻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현재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작은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 글은 결코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글이 아님을 알려둔다. 이 글은 부부, 부부가 될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만 하는 임신에 대한 인생의 전공필수 같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