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1장 적대적 서식지
-구질서의 잔해속에-
을지로가 힙지로가 되는데에 큰 지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가게는 만선호프다. 만선호프는 을지로 노동자들의 퇴근을 노가리와 맥주 한 잔으로 위로해주던 을지로 노동자들의 제 3의 장소 중 하나였다. 을지로 노동자는 아니지만 우연히 이 곳을 알게된 나는 여름철에는 매주 만선호프에 갔었다. 만선호프는 여름이 되면 가게 앞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한다. 노상에게 개방감을 느끼며 보다 더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자리에 앉으면 기본적으로 노가리 기본 안주를 내온다.(이 공간이 SNS에 핫한 장소로 떠오르고 난 뒤엔 변했다) 그리고 맥주 오백씨씨나 소주를 시키고 몇시간을 앉아 있더라도 눈치 한 번 주는 적이 없었다. 가장 목 좋은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잔에 기본 안주만 달랑 시키고 몇 시간을 죽치고 앉아 있어도 가게 종업원은 커녕 사장님도 눈치 한 번 준 적이 없었다. Z세대들에게는 인스타 인증용 '과거의 잔해'에 불과하겠지만 이 곳은 분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장소'였었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닭장사회-
나는 여전히 지금도 나의 제 3의 장소 중 하나가 텔레비전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도 제 3의 장소일지 모른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제한되고 외출 하더라도 제한적인 교류가 많은 요즘은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가 제 3의 장소라고 은연중에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저자는 텔레비전이 닭장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지만 저자가 오늘날의 사회를 살아 본다면 텔레비전이, OTT서비스가 어쩌면 제 3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20대의 나는 집에서는 잠만 잘 정도로, 또는 잠도 잘 자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나만의 제 3의 장소에서 보냈었다.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에는 어느새 집 밖보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고 제 3의 공간을 찾지 않게 된 것인지, 어느샌가 제 3의 공간이 사라져서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된 것일까?
-단일기능기반 도시계획의 폐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동선이라고 생각했었던 요즘 삶의 동선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때는 동네 공터가 야구장이면서 축구장이었고, 영화관이면서 광장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에 오직 한 가지 기능의 장소만이 존재하고 그 곳을 찾아 유목민처럼 이동한다. 복합문화쇼핑몰이라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하는 행동은 단순하고 목적없는 행위들이다. 의식하지 못했던 사이에 획일적인 도시계획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환경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부터가 아닐까?
-제인 애덤스의 불만-
때로는 '집에서 먹는게 싸다' 라는 생각도 들고 어느날은 '사 먹는게 싸다'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점점 생활물가도 오르고 단조롭고 부담스러운 외식문화가 확산되면서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구세주처럼 '수입맥주 만원에 네 캔'이 등장했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지만 않으면 만원에 네 캔을 사서 한강이나 집 근처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책을 읽으며 돌이켜 보니 제인 에덤스의 불만을 나도 가지고 있었고 그 불만을 자연스레 해소시켜 준 것은 맥주 수입사의 저렴한 공급가였다.
만원의 네 캔이 가능했기에 더운 여름날 나만의 제3의장소가 옥수 나들목의 벤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한 비용-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시간을 내어서 약속을 잡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과 집 밖으로 나가면 숨만 쉬어도 다 돈이다 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 받는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을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하 '호구' 쯤으로 취급한다.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계가 제 3의 장소가 되기는 어렵다. 이런 세상에서 나만의 제 3의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