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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ind May 23. 2022

셀러가 없는 마켓, 문호리 리버마켓

장돌뱅이 문호리 리버마켓은 어떻게 단골을 만들었나

국내 최대 플리마켓, 문호리 리버마켓이 등장한 것은 9년전이다. 

킨포크, 디너앙블랑 등의 단어가 유행하던 당시에는 강변에서의 플리마켓이 그렇게 멋져 보일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누군지 몰라도 참 기획잘했다 정도로 평가하고 넘어갔던 문호리 플리마켓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대학원에서 공동체에 관해 공부하면서였다. 

'리버마켓은 진화화고 있다'


이번에 플리마켓을 만난 곳은 곤지암 도자박물관이었다.

문호리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마켓을 새롭게 오픈했다.

플리마켓 초입에서는 온라인 마켓 오픈에 대한 안내문구가 많았다.


플리마켓 입구에서 만난 현수막조차 남달랐다. 가로 또는 세로로 길게 늘여서 걸거나 붙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수막이지만 이곳에서는 입체적으로 활용해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리버마켓은 소외되고 고립된 곳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안완배 총감독님은 설명해 주셨다. 곤지암 도자박물관은 도자엑스포외에는 거의 방문객이 없는 곳으로 나 또한 이번 계기가 아니었다면 평생 한번 갈까 말까한 장소였다.   

사실 리버마켓은 양평으로 밀려온 전세난민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주지는 양평이지만 배우자들은 주로 도시로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낯선곳에 남겨진 사람들, 그 중에서 작가들이 무료한 시간을 함께 보내던 것이 마음맞는 사람들과 팬들이 늘어나면서 지금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수년전의 기억과 오늘의 기억을 합쳐서 리버마켓이 플리마켓 사업체가 아닌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는지 나만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았다.


'둘도 없는 나만의 부스' 


리버마켓엔 다양한 부스가 있다. 과수원, 양계장을 운영하는 농부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진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부스를 운영한다. 부스 모양 또한 주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비록 테이블에 천을 몇개 깔고 그늘막을 친 것 뿐이지만 100개의 부스가 있다면 어느 곳 하나 똑같은 곳이 없다. 

특히 부스마다 걸려있는 간판에 운영자만의 개성과 유머가 녹아들어있다.

소박한 외관이지만 각자 자기만의 방식이 느껴지는 간판을 통해서 방문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거나 비슷한 부스를 발견하고 그 부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운영자와 대화 몇마디, 물건을 몇번 만져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고 부스 운영자와 흥정이 아닌 관심사나 물건에 집중된 대화를 하며 그 곳에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셀러가 아닌 작가가 있는 곳'


유기농 건강한 빵에 관심이 많아서 부스에 다가가 빵을 고르고 있었는데 

앞에서 물건을 사는 여자분이 맛있어서 또 사러 왔다는 말과 함께 빵을 엄청나게 많이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의문이 생겼다. 장돌뱅이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플리마켓이 열리는데 단골손님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단골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안완배 총감독님이 리버마켓을 설명할 때 작가중심으로 이뤄진 유일한 플리마켓이라는 말을 했었다.

어쩌면 리버마켓은 부스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플리마켓일지 모른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작가의 정의는 예술과 취미의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리버마켓에서는 꼭 글을 써야만 작가가 아니다.

 

'빵을 구워 파는 아내와 커피를 내리는 남편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작가다'

'보리굴비라는 자신만의 최고의 작품을 파는 젋은 청년도 작가다'  

'자신이 좋아하는 LP음악을 모아놓은 부스는 작가의 작업실과도 같다'  

이처럼 부스 하나하나가 작가주의가 느껴질 만큼 자신의 결과물에 자신이 있기에 그 중 하나의 부스에서 물건을 사서 만족한 고객이라면 리버마켓 전체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소박한 부스들은 작가주의를 연상하게 할 만큼 자신들의 물건에 자부심이 있고 그러한 퀄리티 높은 제품들은 각자의 단골과 팬을 만들게 된다. 


'판매자도 소비자도 소풍처럼 오는 곳' 


리버마켓에는 아이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많이 보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상호간에 형성되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하는 동안에 등뒤에서 감시하듯이 지켜보지 않았고 

부스 운영자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잠시 옆 부스에 구경을 가기도 했다. 


부스 앞이나 옆에 설치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는 꼭 주변의 부스에서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걷다가 힘이 들거나 잠시 앉아야 할 일이 생기면 편하게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구매한 물건을 살펴보며 자유롭게 쉬었다 가는 장소였다.


부스 운영자들이 만약에 물건을 팔아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만 모였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용자를 돈벌이 수단이 아닌 내 작품을 알아주고 내 부스를 방문해 준 단골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작지만 큰 배려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편의시설은 부스 운영자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게 하고

고객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방문을 하게 된다.

즉, 리버마켓의 FAN이 되는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긴 시간동안 리버마켓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특히 물리적인 공간 없이 관계형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 3의 장소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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