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 화많은 아저씨의 카카오톡에 대한 두런두런-2
만약, 당신이 핸드폰에 딱 하나의 앱만 깔아야 한다면 어떤 앱을 설치할 것인가?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다. 핸드폰은 이제 지갑, 신분증, 은행업무, tv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핸드폰을 교체할때에 가장 먼저 다운받거나, 무조건 설치해야 하는 가장 필수앱은 분명하다.
하지만 핸드폰에 단 하나의 앱만 설치해야 하고 사용해야 한다면 카카오톡 앱을 설치할 것이냐 하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할지는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카카오톡에는 길게는 십년이 넘는 대화, 미디어 데이터가 있기에 그 자산이 사용자들을 강력하게 lock-in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금융도 되고 신분증도 되고 대부분의 지인들과 연락이 되는 카카오톡을 다운받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싸이월드 케이스를 잊어 버려서는 안된다. 한 때 안하면 왕따인증일 정도로 너도나도 싸이월드를 개설하고 도토리로 음원을 사고 파도를 타고 이집 저집 구경 다녔다. 그 당시 후배가 싸이월드는 절대 망하지 않을거라며 그 이유가 현금성 '도토리'와 하루가 멀다하고 올리는 데이터 '사진' 이라고 했다.
나는 그때 도토리는 어차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푼돈'이고 업로드된 사진들은 결국 디카나 폰에 원본이 다 있으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라고 말했었다.(사실 난 그런류의 서비스가 잘 맞지 않아서 시니컬하게 대꾸한게 컸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태되었고 도토리 환불과 추억을 돌려달라던 사람들은 어느샌가 '판도라의 상자' '흑역사'를 깨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서비스의 막강한 자산이 되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단지 사용자가 '당연히'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볼모' '인질'로만 활용한다면 어떤 서비스라도 제 2의 싸이월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 데이터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추억, 기록에 관련된 데이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연히 길을 가다 10년만에 지인을 만나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함께 했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눈 앞에 그 당시 사진, 동영상, 대화방 캡쳐 사진이 단 한장도 없지만 특정 순간, 특정 장소가 어제일처럼 생각날 것이다. 심지어 그때 했었던 대화도 기억날 것이다.
어떤 데이터는 굳이 저장하고 기록하지 않아도 당사자와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머리속에서 다시 불러와 진다. 집에 불이나 앨범이 불에 타 버렸다고 해서 어릴때 기억과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것이 아니듯이
사진과 동영상은 그저 순간의 기록에 불과하다. 기록보다 더 영원불멸한 데이터는 우리의 기억이다.
카카오톡에 남겨진 개개인의 데이터는 종류가 다양한다. 개인정보부터 나챗방에 남긴 잡다한 것들까지
그 데이터들은 종류에 따라 그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건 사적인, 친교, 관계영역의 데이터는
사용자들을 lock-in 시키는데에 핵심 데이터가 아닐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공적인 영역인 데이터가 증거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기에 그러한 데이터가 많을 수록 사용자들을 더 강력하게 lock-in 시킬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나는 딱 하나의 앱만 설치한다면 '키즈노트'다.
내 생활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집이든, 회사든 진짜 중요하고 급한 일이면 전화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