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kind Mar 11. 2024

카톡의 경쟁자는 스벅이다

13층 화 많은 아저씨의 카카오톡에 대한 생각-1

카카오톡은 핸드폰을 교체하면 가장 먼저 까는 앱일 정도로 전국민의 필수앱이 되었다. 

텔레그램, 라인, 인스타그램 DM, 페이스북의 메신저 기능이 있지만 전국민의 90%가 카톡을 사용할 정도로 

메신저 시장에서는 카톡이 독점적 지위에 올랐다. 


과거 모바일 시대 이전에 데스크탑을 주로 쓰던 시대에는 네이트온, msn 등 특정 메신저 서비스가 그 생태계의 우점종이 된 케이스는 없었다. 국내 소수 통신사들의 과독점 구조로 인해서 모바일 메시지는 웹과는 다르게 무료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다음의 마이피플과 카카오톡이었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보다 조금 더 일찍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과하고 무료 메신저가 아닌 클라우드 같은 부가 기능을 강조하며 정체성을 모호하게 어필하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톡에 가려지다 못해 흡수 합병되고 말았다. 그리고 카카오톡은 선물하기, 이모티콘 등의 기능을 추가하며 국민 메신저로써 넘사벽 서비스가 되었다. 이젠 국내에서 감히 누구도 카카오톡이 있는 한 새로운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카카오톡은 습관을 넘어 생활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카카오톡은 경쟁자가 없을까?

나는 만약 카카오톡이 어느날 위기를 맞는다고 하면 스타벅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무슨 쌩뚱맞은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우선, 스타벅스라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한국에서 성공했다는 것에 의문을 던져보자.

스타벅스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믹스커피의 나라였다. 

드립커피라는 단어는 생소했고, 원두의 종류를 골라서 커피를 마신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였다. 

그저 소수의 커피를 좋아하는 동호회에서나 즐길법한 것들이었다.


커피를 맛으로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를 가고 커피숍을 찾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스타벅스는 커피나 커피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를 마시는 곳인가?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가 스타벅스의 커피맛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일까?

나는 그 이유를 사라진 다방문화를 다시 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이전부터 동네마다 수많은 다방들이 있었고 다방은 사람들이 만나는 하나의 문화 공간이었다.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며 다방들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잠시 동안 캔모아, 민들레 영토 같은 녀석들이 식음료와 공간을 제공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타겟이 매우 한정적이었고 정체성 또한 많은 타겟을 아우르기에는 모호했었다. 


그리고 나서 어느날 스타벅스라는 커피숍이 생겼다. 혼자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과제나 일을 해도 이상하지 않고, 지인/친구들과 만나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시간을 떠들어도 눈치보이지 않는, 이래도 되나? 싶은

커피숍이 생겨서 자주 가게 되었고 당시에 대학생이던 나는 이후에 조모임이나 단체과제할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역근처의 스타벅스에 모여 3천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네다섯을 시간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고 공간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리'라는 단어를 한국인보다 많이 쓰는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혼자보다 함께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관계에 대해 중요시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하며 교감하는 것을 좋아한다. COVID19기간에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량은 증가하지 않았다. 회의가 가능한 화상통화 플랫폼 사용량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외출을 못하기에 기존의 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던 카카오톡을 활용한 대화가 더 늘수밖에 없어 카카오톡의 수발신량이 도드라지게 증가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COVID19기간에 사람들은 대면 대화의 소중함에 대해서 절실히 깨달았고 단 한가지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카카오톡에 집중된 메시지로 인해 피로감을 더 크게 느꼈다.

당시 나의 생활을 돌이켜 봐도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다가 조금 길어길 것 같으면 구글 밋 링크를 톡방에 던져서 카메라를 끄고 음성으로 대화를 나눴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카카오톡 대신 구글 밋이나 줌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또 다시 펜데믹이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장마가 우기로 대체되고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기후변화가 계속 된다면 사람들의 행동패턴은 분명 지금과는 다를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 어딘가를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는 것. 그것을 카카오톡이, 메신저가 대신 채워줄 수 없는 것은 과거 팬데믹으로 충분히 확인했다. 


유사한 일들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대면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점점 더 크게 깨닫게 되고 

만나지 못했던 시간만큼 긴 이야기들을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커피나 라떼 한잔에 쉴새없이 떠들어 댈 것이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알게 된 만큼 틈날때마다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 하려고 할 것이다.

 

카카오톡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유료 문자 서비스를 '무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엄청난 베네핏을 소비자에게 주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무도 무료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에 베네핏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 커뮤니케이션 도구, 메신저로써 카카오톡의 베네핏은 무엇일까? 

'대화'의 측면에서 카카오톡이 스타벅스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떠는 즐거움을 이길 수 있을까?

(밤새 통화를 하고 전화 끊기 전 마무리 멘트 중 하나가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해' 라는 것을 잊지 말자.)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봐도 카카오톡이 메신저로써의 사람들에게 주는 베네핏은 찾기가 어렵다.

반면, 요즘처럼 밥한끼 사먹기 부담스럽게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 그나마 부담없이 

'대화 할 수 있는'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베네핏. 스타벅스가 주는 베네핏은 제법 매력적이다. 


카카오톡이 자신들의 본질을 메신저로 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해 간다면, 

카카오톡이 사람들의 머리속에 메신저 그 이외의 정체성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라인도,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도 아닌 스타벅스로 인해 

메신저=카카오톡 의 공식이 깨어질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이탈리아 피렌체가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