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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을 향한 마지막 인사

무안 항공기 사고로 하늘로 가신 외삼촌, 숙모님을 추모하며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로 다정하고 따뜻했던 외삼촌과 숙모님께서 하늘로 가셨다. 사고 당일 소식을 접하고부터 가족들은 슬픔과 혼란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97세 외할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제 우리 아들 보지 못해서 어떻게 하냐, 내가 먼저 가야 하는데..." 창자가 끊어질 듯한 울음이었다. 외삼촌은 이모들에도 정말 힘이 되었던 오빠였고 동생이었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작은 조각을 붙들고  절망 속에서도 감사의 순간을 찾으려는 애틋함. 무안공항에서 만난 외사촌 여동생은 내 손을 꼭 잡으며 힘없이 말한다. "그래도 신원 확인이 일찍 두 분 다 되어서 감사해요. 시신이 크게 훼손되지 않아서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과 봉사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봉사자들이 있었다. 교통정리 하는 경찰관, 구조 활동을 돕는 구급대원들, 유가족들을 위로하러 온 사람들,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나눠주는 이들, 특히 공항 커피숍에 누군가가 50잔의 커피를 익명으로 선결제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 저곳에서 커피, 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잠시나마 가슴 깊은 곳의 냉기를 녹일 수 있었다.   


슬픔을 온전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의 위안과 온기 그리고 함께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옆에있어주는 모습이 절망에 갇힌 사람들을 조금씩 바깥으로 끌어내 주었으면 한다. 며칠 째, 외가에 모여 슬픔에 잠긴 가족들 또한 서로를 위로하며 견디는 과정에서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으리라. 온기와 위로가 이 그 순간을 넘기게 하고 버티게 해 주리라.


외삼촌과 숙모님은 정말 사랑받는 분이셨다. 특히 정이 많고 호인이었던 외삼촌은 삶은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는 따뜻함과 진심을 전해 주었다. 일주일이면 수차례 혼자계시는 외할머니댁에 가셔서 집청소는 물론, 시간이 되면 어머니와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오셨다.

 번거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은 분이셨다. 텃밭에 심은 고추며 오이, 채소들을 바로 위 누나인 어머니에게 매번 가져다주시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홀로 되신 어머니에게 많은 위로와  시간을 내어주신 분이셨다.  우리 가족에게 항상 사랑과 감사의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외삼촌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사랑을 기억하며, 남은 가족들이 그 사랑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느낀다.  

"부디 평안하세요."


외삼촌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외삼촌과 숙모님께서 있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지켜봐 주리라 믿으며, 새해 첫날을 시작한다. 그분들의 따뜻한 미소와 온기를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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