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나서면 자주 천가를 따라 걷는다. 겨울에는 저수지 댐을 닫아 놓아서 메마른 흙과 돌뿐이었다. 지금은 비가 줄곧 내려 물이 출렁인다. 징검다리 사이에 키 큰 풀이 무성하다. 천에 오면 아홉 살에 키가 멈춘 동네 친구가 떠오른다.
그때도 장마 후의 여름이었다. 어른 없이 천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 친구는 동생이 물살에 놓친 슬리퍼 한 짝을 되찾아주려 쫓아갔다. 차츰 멀어지더니 불어난 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동안 어른들은 ‘함부로 물에 들어가지 마라’, ‘천에 물건을 빠뜨렸으면 그대로 두어라’ 하고 재차 말했다. 그 후로 물을 조금 무서워하게 됐고, 무언가 붙잡으려고 발을 내디디면 등 뒤에도 무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슬리퍼야 잃어버려도 새로 사면 그만인 게 되어버렸다. 헤어지면서 내일 만나자고 약속하던 그때. 통통하고 보드라운 발을 가진 동생의 슬리퍼 한 짝은 그 아이에게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쩌다 나는 시집을 펼쳐 보는 사람으로 자랐고, 뒤돌아보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마주 볼 지점이 있을 거라고 아렴풋이 믿는다. 녀석은 나보다 키가 컸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