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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소리 Mar 03. 2023

도담 씨, 속눈썹이 있나요?



      

   털로 비교한 고양이와 사람은 각각 아마존 삼림과 사막에 있는 초록이 되려나. 고양이는 온몸이 털로 뒤덮인 털 동물이다. 반면 사람은 휑하다. 특징적인 곳에만 남아 있다. 그래서 자그마한 속눈썹도 쉽게 눈에 띈다.


     

   도담 씨의 얼굴을 골똘히 쳐다본 어느 날 속눈썹이 있는지 궁금했다. 정면으로 보면 잘 모르겠으나, 측면에서 보면 위쪽 눈꺼풀 부분에 살짝 올라간 털이 보였다. 당연할 수 있지만 속눈썹이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시시덕거렸다. ‘온통 털로 뒤덮여 있는 게 자그마한 속눈썹마저 있구나!’. 도담 씨는 입장이 다를 것이다. ‘머리털만 숭숭 난 놈이 하찮은 속눈썹은 갖고 있구나!’



   자료를 찾아본 바로는 눈꺼풀에 나 있는 약간 긴 털을 ‘보조 속눈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속눈썹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눈두덩이에 난 털이 이물질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친 모습이 부끄럽다. 한편으로 사기당한 것 같다. 좀 알려주지 그랬어 도담 씨. 놀려먹으려고 일부러 그랬지.

     


   도담 씨의 속눈썹을 생각하니 스쳐 가는  있다. 여백이 있어야 이름이 생기는구나 싶은. 달리 말해 털도 듬성듬성 나야 제대로  이름이 생기는 것이다. '보조 속눈썹'처럼 어설픈 이름 말고. ‘눈썹’, ‘속눈썹’, ‘수염’, ‘머리카락하고 말이다. 여백 없이 빽빽한 털은 그저 부숭부숭한 털이다. 부숭부숭  고양이 도담 ! 놀린다고 싫어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 수많은 고양이 중에 찾아 부르는  이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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