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로 비교한 고양이와 사람은 각각 아마존 삼림과 사막에 있는 초록이 되려나. 고양이는 온몸이 털로 뒤덮인 털 동물이다. 반면 사람은 휑하다. 특징적인 곳에만 남아 있다. 그래서 자그마한 속눈썹도 쉽게 눈에 띈다.
도담 씨의 얼굴을 골똘히 쳐다본 어느 날 속눈썹이 있는지 궁금했다. 정면으로 보면 잘 모르겠으나, 측면에서 보면 위쪽 눈꺼풀 부분에 살짝 올라간 털이 보였다. 당연할 수 있지만 속눈썹이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시시덕거렸다. ‘온통 털로 뒤덮여 있는 게 자그마한 속눈썹마저 있구나!’. 도담 씨는 입장이 다를 것이다. ‘머리털만 숭숭 난 놈이 하찮은 속눈썹은 갖고 있구나!’
자료를 찾아본 바로는 눈꺼풀에 나 있는 약간 긴 털을 ‘보조 속눈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속눈썹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눈두덩이에 난 털이 이물질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친 모습이 부끄럽다. 한편으로 사기당한 것 같다. 좀 알려주지 그랬어 도담 씨. 놀려먹으려고 일부러 그랬지.
도담 씨의 속눈썹을 생각하니 스쳐 가는 게 있다. 여백이 있어야 이름이 생기는구나 싶은. 달리 말해 털도 듬성듬성 나야 제대로 된 이름이 생기는 것이다. '보조 속눈썹'처럼 어설픈 이름 말고. ‘눈썹’, ‘속눈썹’, ‘수염’, ‘머리카락’하고 말이다. 여백 없이 빽빽한 털은 그저 부숭부숭한 털이다. 부숭부숭 털 고양이 도담 씨! 놀린다고 싫어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 수많은 고양이 중에 찾아 부르는 네 이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