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여덟 시가 넘어가는 밤. 산책하고 있었다. 4차선 도로가 십자로 교차하는 곳에서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선이 닿지 않는 오른편에서 마찰음이 연달아 났다. 고개를 돌리니 재활용품 더미를 담은 대형 포대가 도로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 끝에 트럭이 한 대 멈춰 있었다. 현장으로 뛰어갔다. 차도 신호와 차량 흐름을 살피면서. 널브러진 대형 포대를 트럭 쪽으로 끌어모았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 도왔다.
몸이 나에게 명령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한발 늦게 끼어든 머리가 나를 우물쭈물하게 만든다. 규칙과 도덕적 잣대가 작동하는 동안 무언가는 홀로 남겨져 있다. 그러다 후회한 일이 많다. 몸이 발화하는 언어는 맑고 싱싱하며 뜨겁다. 그 언어를 믿어야만 하는 때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때가 종종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