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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다만사과수집가 Mar 04. 2020

엄마의 말들

겨울 끝자락 하늘공원 산책

엄마의 말들은 가끔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지난 추석에 실파 한 단을 꽃다발마냥 안고 올라온 엄마는,


 "내가 이 실파가 뾰족뾰족 올라온 것을 보고 우리 식구들하고 먹을 생각을 하니까 얼마나 행복하던지"  


하고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야들야들한 그 파를 무쳐놓으니 정말로 맛이 났다.


인적 드문 하늘공원과 난지공원을, 저 만치 앞서 가는 아버지는 혼자 두고 엄마와 나란히 걸었다.


엄마하고 산책을 나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볕은 봄인데 공기는 차고 칼바람이 불어 귀가 빨개졌다.


나무와 아버지


"히야~ 조고봐라,

전부 지금 나올라꼬 난리재"


나뭇가지에  싹이 움틀랑말랑한 것을 눈치채고 엄마가 기뻐한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형편없는 손인데 찍어놓으니 그래도 볼 만 하다"고 엄마가 말한다.

엄마는 새 팔자가 그렇게 좋아 보인다고 한다. "새는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 갈 수가 있고" 하면서. 어릴 때에는, 양 팔을 펄럭펄럭 하면서 발을 막 빨리 굴려 달려가면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곤 했다고도 말한다.


 멀리 나무에 큰 열매마냥 달린 시 둥지들

"웅장하게 지어놨다!"


감탄을 해서 보니 저 멀리에 새 둥지가 몇 보인다.


"집 짓니라고 애무따. 딱~ 들어앉아있으면 따시고 기분이 좋겠다."



"딱 드가있으마 편하겠제~ 바람도 다 막아주고. 새끼 있으마 먹이고."


영천 옛집 처마에 참새둥지 이야기(가끔 털어서 구워 먹었다고...), 개구리 잡아 닭한테 주던 이야기, 설날 아침 까치밥 챙겨 주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엄마와 걷지 않았다면, 내눈엔 온통 황량한 잿빛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풀꽃도 지나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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