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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젠 Nov 16. 2020

예디: 망해야 흥하는 좌충우돌 홈카페


홈카페를
아십니까


홈카페를 해본 적 있는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첨언하자면 홈카페는 자택에 사업장을 차리고 커피를 파는 투잡 같은 게 아니라, 카페에서 팔고 있을 법한 맛과 비주얼을 갖춘 식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즐기는 취미이다. 예쁜 식기, 레시피, 약간의 미감과 노력, 경우에 따라선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주방이 있으면 더욱 좋다.


밖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내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취지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유추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바이러스의 유행과 함께 홈카페 관련 용품과 콘텐츠의 소비가 늘긴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홈카페 문화는 홈 인테리어와 요리 사이 중간의 어딘가에서 꾸준히 향유돼왔다.


사람들이 혼자서도 카페에 가는 이유는 그곳이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홈카페의 목적 역시 집을 집이 아닌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생활과 살림의 공간이 상기시키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오롯이 접객과 환대를 위해 준비된 공간에 있고 싶다는 욕망이 홈카페 문화를 구성한다. 그런 욕망은 도시에 모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방에 배정받아 살기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존재했을 것이다.




햇살, 고양이,

승질 한 스푼


[무허가 홈카페] 시리즈로 업로드를 시작하고 동명의 책을 내기도 한 크리에이터 yedy101(이하 예디)은 가봤던 카페가 족히 수백 곳은 될 거라고 술회한다. 창작욕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에게 소비의 다음 단계는 생산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홈카페 영상을 업로드하던 그는 어느날 한 가지 재능을 개화시킨다. 사람을 웃기는 재능.



채널을 스타덤에 올려준 [분노의 홈카페] 시리즈는 [예디]가 다른 쿠킹 및 브이로그 채널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정립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우리가 접하는 '멀쩡한' 요리 영상의 이면에는 무수한 실패작들이 있다. 뭔가가 터지거나 불에 타버리거나 하는 대형사고가 아니더라도, 플레이팅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거나, 따르던 액체가 넘쳐서 테이블 위에 떨어지거나, 근력이나 요령이 부족해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소소한 NG들.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것이 세련되고 우아해야 하는 이 장르에서 그런 식으로 스타일을 구기는 것은 대체로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홈카페 영상의 NG는 그 특유의 의외성으로 사람을 웃게 만든다. 마치 고고하게 떠 있던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경박하게 다리를 휘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처럼.


사실 NG를 모아서 보여주는 양식의 홈카페 영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예디]가 한 걸음 더 나아간 부분은 음식을 만들며 느낀 감정을 손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 감정이란 분노이며, 손동작이란 생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을 주먹으로 줘 패는 것이다. [킨포크]가 떠오르는 깔끔한 공간, 햇살과 온기, 고양이. 완벽한 인스타그램 감성의 피사체에 '은은한 분노' 필터를 적용하면 [예디] 식의 영상이 만들어진다.




승질머리와

해학의 민족


"정말ㅋㅋㅋㅋ승질머리가 영락없는 한국인ㅋㅋㅋㅋㅋㅋㅋ"

많은 유튜브 영상들이 그러하듯이 [예디]의 영상에는 참신한 재해석과 드립으로 영상의 풍미를 더하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그 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으며 그 뒤에도 꾸준히 언급되었던 '장원'은 '승질머리가 영락없는 한국인'이라는 댓글이다.


대사라곤 한 마디도 없는 [예디]의 영상에서 왠지 익숙한 육두문자가 들리는 것 같다면, 시도때도 없이 인내심이 증발하는 그의 모습이 저 댓글의 말처럼 우리 안에 잠재된 K-승질머리와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yedy101이라는 채널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한국인 빡침'이라고 검색했는데 [예디]가 나왔다는 또다른 베스트 댓글도 있다. 대체 한국인이란 한국인에게 무슨 이미지로 자리잡아버린 것일까.


원문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예디식 번역


시청자는 유튜버와 닮는다는 말이 있듯, 댓글 란에 이런 '드립 장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것은 [예디] 본인이 원래 웃기는 사람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유머러스함은 [분노의 홈카페] 시리즈와 달리 자막과 함께 편집된 다른 영상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 한 마디도 평범하게 넘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 드립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날치알 (타피오카 펄임)




하나만 본다면, 이 영상



하나만 추천한다면 역시 [분노의 홈카페] 시리즈 중 하나가 나을 것 같다. 시리즈 중 첫번째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영상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스누피와 [토이 스토리] 포키가 크리에이터의 주방으로 소환되어 어떤 수난을 겪는지 확인해보시라. 참고로 이 영상의 베스트 댓글은 "고양이 있길래 사고 한번 칠려나 했더니 고양이는 가만히 있고 정작 사고는 인간이 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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