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로 이사를 오고 처음 본 길냥이는 차를 타고 나가는 중에 동네 입구 길가에 서있던 성묘 고양이였습니다. 멀리서 본 탓에 털 색깔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올고등어 스타일의 어두운 색이었습니다. 그 녀석을 처음 보았을 때 시골에도 길고양이가 있기는 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읍내에 나가면 간혹 길고양이들을 보기는 했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이사간 지 꽤 되도록 길고양이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길냥이 급식소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초동이의 식탐 방해꾼 길손이는 이름처럼 잠깐 우리 곁을 스쳐 지나듯 떠나가버린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길손이가 초동이의 밥을 자주 빼앗아 먹는 탓에 이를 불쌍하게 생각한 우리가 초등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초동이를 그대로 두었다면 먹성 좋은 이 녀석도 동네 사람들이 놓은 쥐약을 먹고 길손이처럼 오래 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인생사만 새옹지마가 아니라 초동이 녀석에게도 새옹지마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초동이의 입양을 결정하고 녀석을 사로잡을 방법을 찾았는데 포획틀에 미끼를 매달아 놓으면 잡을 수 있다는 말에 인터넷으로 포획들을 주문해 놓고 녀석의 포획 작전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생애 첫 고양이였던 가을이는 길에서 구조되어 임시 보호하고 있던 분들에게 입양을 한 터였기에 우리가 직접 구조를 가장한 포획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런 경험도 없고 앞으로 닥쳐올 일들이 어떠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한 동정심과 안타까움으로 녀석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사로잡힌 것이라는 사실을 해가 바뀌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냥이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