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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 Sep 06. 2018

기획 입양 사기


해가 바뀌고 겨울이 지나 날이 따스해지던 어느 봄날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곳에 난데없이 두 마리의 고양이가 멀리서 나타났습니다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는데 부부냥이 아닌가 생각되는 녀석들이었습니다

경계심이 많아 바로 도망가버렸고 다른 날 집안에서 멀리 있는 두 마리를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멀리서 찍었는데도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고 급히 산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찍힌 수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그만 큰 충격에 빠져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의 털무늬가 초동이의 무늬와 너무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올고등어의 고양이들은 검은 줄무늬인데 초동이 녀석을 처음 포획했을 때 녀석은 줄무늬가 아니라 점무늬였고 이러한 점무늬는 삵이라는 고양이과 동물의 털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불로그에서도 초동이 사진을 보고 혹시 삵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던지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동이 사진을 찍어서 지식인에 올려 녀석의 존재에 대해 한 차례 검증을 거쳤던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런 특이한 무늬의 고양이가 또 있고 더군다가 초동이보다 훨씬 큰 성묘 고양이라면 초동이의 부모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충격에 빠져 들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듣기론 세 마리 새끼 고양이 중에 어미도 죽고 자기 혼자 살아남아 우리 집 부근을 배회하던 불쌍하고 처량한 아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우리만의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 상황은 우리가 저 부부 입양사기단의 마수에 걸려 꼼짝없이 초동이를 입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때가 초동이를 입양한지 5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그 동안 이 부부 사기단은 한번도 우리 눈에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입양이 완료되고 초동이가 적응도 완료하자 슬금슬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초동이와 똑같은 무늬를 한 수컷 고양이 옆에는 삼색 털을 가진 암컷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고양이는 초동이의 엄마인게 분명했습니다

초동이의 아랫배 쪽에는 누런 털이 조금 있었고 이것은 자기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부부 입양사기단에게 걸린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결국 초동이가 뒷집의 테라스 밑에서 애처롭게 우리집 이층을 바라보며 나와 눈이 마주쳤던 것은 모두가 연출된 사기극의 결과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살다살다 고양이에게 사기를 당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어쩜 초동이를 우리집에 들여보내 놓고는 5개월이 지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수 있는지 녀석들의 치밀하고도 계산적인 고도의 사기술에 우리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하루는 초동이를 품에 안고 녀석을 향해 

이거 사기야얘 반품해가라~!!!!” 

하고 힘껏 외쳤지만 녀석들은 이미 낙장불입이요 포장 오픈은 반품불가라며 우리의 눈도 안 마주치고 줄행랑을 쳐버렸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초동이가 왜 이렇게 넉살이 좋았는지 아무리 가을이에게 구박을 받더라도 천연덕스럽고 태평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모든 의문을 한꺼번에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날로부터 부부 사기단은 뻔뻔하게 급식소로 찾아와 맡겨놓은 사료를 찾아가듯 식당밥을 축내기 시작했습니다


- 냥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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