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이는 우리집에 완벽히 적응했지만 가을이는 초동이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초동이를 하루에 한 번씩 쥐잡듯이 잡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포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미운정이라도 든 것인지 가을이의 구박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초동이 입장에서 보면 누나가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하여 구박했기 때문에 가을이가 나타나기만 하면 초긴장 모드가 되었고 가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만 하면 닐리리야 니나노가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동이는 가을이의 행동들을 가만히 앉아 주시하고는 했었습니다.
초동이가 그러는 것이 그냥 호기심이 많은 캣초딩의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지만 녀석은 약간의 백치미까지 선보이며 멀뚱멀뚱 누나가 하는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곤 했습니다.
가을이의 경우는 정말 사교성이 좋아서 캣초딩 시절에는 애교덩어리였고 성묘가 되서는 자기가 간식을 먹고 싶을 때만 성은을 내리사 살짝 애교를 부려 집사들의 마음을 녹인 후 간식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가을이가 간식을 얻어 먹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제 다리 부근으로 다가와 쓱 하고 자기 몸을 문지르면서 간식을 내놓으라고 무언을 압박을 가하고는 했습니다.
멀찍이서 이것을 관찰하던 초동이는 어느 순간엔가 누나를 따라 하며 제 발에 자기 몸을 부비고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는 간식을 달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지만 초동이는 간식을 달라기보다는 그저 누나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초동이에게 간식은 누나 꽁무니만 잘 따라다니면 얻어먹을 수가 있었기에 굳이 몸을 부비부비하면서 간식을 달라고 조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2층에 있다가도 누나가 1층으로 간식을 얻어먹으려 내려간다 싶으면 여지 없이 따라 나와 문 앞에 배를 깔고 앉아 누나가 간식을 얻어 먹나 안 먹나 감시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초동이에게도 간식을 나눠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가을이의 간식에 대한 식탐이 커져서 간식으로만 배를 채우려고 했기에 녀석들의 간식의 양을 줄여서 하루에 한 번만 주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이는 간식을 달라고 할 때 제 다리에 부비부비하거나 아니면 제 의자 앞에 쭈구리고 앉아 줄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 있거나 그래도 줄 기미가 안 보이면 소리를 내어 냥냥거리며 간식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제가 간식을 안 주고 무시하면 책상에 올라와서 모니터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쯤 되면 간식을 주거나 아니면 강하게 “간식 없어!”라고 하면 가을이는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식 없다고 하고 가을이를 돌려보냈는데 갑자기 초동이가 책상 위로 올라와 제 얼굴 가까이 다가와서는 킁킁대다가 책상 위에 앉아 가을이와 똑같은 자세로 간식을 구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 간식을 얻어먹더니 가을이가 간식달라고 조를 때 책상 위를 차지하면 초동이는 책상 아래서 조르고 반대로 가을이가 책상 밑에서 조르면 초동이는 책상 위에 올라와서 졸랐습니다.
이렇게 위와 아래에서 양동작전으로 간식을 얻어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초동이는 가을이를 통해서 간식을 얻어먹는 법, 궁디팡팡을 받는 법, 쓰담쓰담을 얻어내는 방법 등 숱한 아이디어와 스킬들을 수강료 한 푼 안 내고 멀뚱히 쳐다보는 방법으로 배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내는 둘째로 턱시도냥이을 들이고 싶어했으나 초동이를 만남으로써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또 하나 아내의 바람은 안기는걸 싫어하는 가을이 대신 둘째는 무릎냥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동이는 아내의 무릎에 안겨 늘어지게 잠도 잘 만큼 무릎냥이 기질이 다분했기에 한 가지 소망은 이루었다고 기뻐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따라쟁이 초동이는 가을이를 따라 무릎냥이가 되는 것을 거절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내의 소망은 산산히 부서져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이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 냥이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