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엄청난 수다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에 일입니다. 사실 처음에 녀석은 거의 말수도 없고 말을 걸어봐도 눈만 멀뚱멀뚱할 뿐 사람 말을 알아먹는 눈치는 눈곱만치도 없었습니다. 가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람 말을 알아듣는 정도가 아니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눈치와 타이밍으로 정확히 대답을 하는데 정말 고양이의 탈을 쓴 사람 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는 녀석입니다. 긴 말이든 짧은 말이든 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냥냥대는데 제가 한 말에 동의하면 그냥 냥~ 하고 동의하지 않거나 싫으면 짧고 날카로운 소리로 냥! 이러면서 자기 의사표현은 분명하게 합니다. 더욱이 간식을 원할 때 애처롭고 불쌍한 목소리로 냐앙~ 하는 스킬로 많은 간식을 털어먹은 표현력의 귀재입니다.
그러한 가을이와는 달리 초동이는 이래도 묵묵부담 저래도 묵묵부답 제 이야기를 알아먹는 것인지 아니면 제 이야기를 간식처럼 처먹는 것으로 여기는 것인지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안 하기에 사람처럼 암컷이 더 애교가 많고 수컷은 저렇게 생겨먹었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녀석은 우리집에 들어오고 1년이 지날 때까지 거의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소리를 잘 내지 않았고 어쩌다 꼬리를 밟혔을 때 악소리를 내거나 누나한테 두들겨 맞다가 참다참다 하악질을 해대는 정도의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초동이는 어느 날 갑자기 방언이라도 터졌는지 못 알아들을 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도 녀석이 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가을이가 내는 소리는 이유나 목적이 분명한데 초동이가 내는 소리는 시끄러운데다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댑니다. 낮 시간에 그러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고 말 텐데 꼭 새벽에 아내가 잠을 더 자야 하는데 1층과 2층을 오가며 앵앵앵앵거리기를 반복하고는 했습니다. 우리는 녀석이 앵앵앵앵거리는 소리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녀석의 앵앵거림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심지어는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애완동물 언어 번역기라는 엉터리 제품을 사 녀석의 앵앵앵앵 거리는 수다를 해석해보고 싶은 욕구가 턱밑까지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소리에는 이유가 있다는데 초동이라고 아무런 이유 없이 앵앵거린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련되고 고급지며 토론 수준의 대화가 가능했던 가을이와는 달리 의성어처럼 질러대는 초동이의 언어구사능력으로 우리의 멘탈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이해를 할만한 여력을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녀석의 수다 생활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녀석의 수다스런 표현력을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큰 맥락에서 보자면 가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나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소리를 내는 반면에 초동이는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이나 싫은 것을 표현할 때 소리를 내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이는 궁딩이를 두들겨 달라고 할 때 냥냥거리는 반면 초동이는 궁딩이를 두들기다가 손을 떼고 그만두면 냥냥거리는 식입니다. 개묘차가 있다는 이야기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녀석들이 한가족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가족이 아닌 듯 가족 같은 모습으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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