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는 도심과 다르게 벌레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해발 130m가 넘는 산 중턱에 있는 저희 집에는 뱀님도 가끔 마당에서 일광욕을 즐기시고 도마뱀님들도 밭과 정원 사이를 자주 오갈 뿐 아니라 연탄광이 있는 뒷길에는 도룡뇽님들도 자주 외출을 나오고는 합니다. 또한 철마다 거미들과 사마귀, 메뚜기, 매미, 노래기, 지네, 풍뎅이, 이름도 알 수 없는 숱한 곤충들까지 정말 벌레들이 지천으로 많습니다.
어느 날 저녁 2층에서 마나님의 비명 소리가 들려 부리나케 쫓아 올라가보니 마나님의 화장품을 넣어두는 수납장 위에 사마귀가 앉아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아내를 향해 고개를 쓱 돌리더니 눈이 마주쳤고 빤히 쳐다보는 사마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마나님께서 비명을 질러대신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내는 벌레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무서워하는 스타일이라 작은 거미 한 마리만 봐도 호들갑을 떨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초동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부터는 마나님의 이런 비명 소리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가을이도 어릴 땐 벌레를 보면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따라다니곤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식상해졌는지 벌레를 봐도 그냥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며 보는 둥 마는 둥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동이는 벌레가 눈에 띄기만 하면 채터링을 해대는데 주로 날개가 달린 녀석들을 발견하면 잡고 싶어서 호들갑스런 채터링을 연발하곤 합니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거미나 풍뎅이 같은 녀석들을 발견하면 초동이는 갑자기 암살자 모드로 돌변하여 앞발로 탁 쳐서 단숨에 제압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초동이의 별명이 세스코 초동이, 벌레잡이 먹개비였습니다.
초동이 녀석이 이토록 벌레에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물론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방충망에 붙은 파리도 한방에 퍽하고 기절시켜 놓고는 이빨로 확인 사살을 하고 가뿐한 목넘김으로 벌레들을 꿀떡 잡쏴버리는 것이 녀석의 특기였습니다. 그리고 초동이가 한자리에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에는 분명 거기에는 벌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초동이가 한 번에 꿀떡 잡수시기에는 좀 애매한 벌레이거나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물 만났을 때 취하는 행동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인가 초동이가 꼼짝도 않고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보니 커다란 지네 녀석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집에는 가끔 노래기와 지네가 들어오고는 했는데 노래기야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냄새 때문인지 초동이는 노래기를 거들떠만 볼뿐 녀석을 꿀떡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네는 길이가 보통 15cm 이상이고 다리가 무지 많은 탓에 다리 2개 이상의 생물을 보면 자지러지는 마나님께서 길다랗고 다리 많은 지네를 보기만 하면 경기를 하시는 수준이었기에 집 주변에 벌레 퇴치용 약을 뿌린 뒤로는 집안으로 지네나 노래기들이 잘 안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날은 어디를 통해 들어왔는지 큼지막한 지네가 초동이와 대치 중이었고 지네의 엄청난 덩치에 쫄은 초동이는 몸싸움도 포기하고 말싸움도 포기한 채 쳐다만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녀석의 그러한 시선 덕에 지네를 발견한 저는 이때를 위해 구비해 두었던 긴 집게손을 가져다가 덥석 잡아 변기 속으로 수장을 시켜드렸습니다.
그렇게 초동이 덕분에 무료 세스코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껏 뿌듯해하면서 자주 쓰담쓰담도 해주고 맛있는 간식으로 포상도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포상으로 주었던 맛있는 간식의 맛을 알아버린 녀석은 더 이상 벌레들을 사냥하지 않았고 이제는 벌레 따위는 내버려두고 누나에게 배운 간식 털어내기 스킬로 뱃살만 채집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 냥이 주인
+ 보너스 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