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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자 Jan 31. 2021

음악이 뭔데 이렇게 싸워

내 아이를 믿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실용음악학원 원장 15년차, 부모상담만 1,000번이 넘는다. 책장 가득 상담일지가 채워지고, 다르지만 반복된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지혜를 찾아보고싶다.




 A군은 맘(엄마)와 함께 가수가 되겠다고 학원에 찾아왔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은 한결같다.  맘은 앉아마자 한숨을 쉬고,  긴장과 승리감(이제 학원다닐수 있다는 생각에..)의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의 첫마디는 맘을 향한다. 


"많이 힘드셨죠."


이 한마디에 맘은 한숨을 거두고 나를 보고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눈을 한다.

아직 맘과 아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풀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아이는 꼭 음악을 해야겠다는 것이고, 맘은 아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상황도 비슷하다.

맘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애가 너무 공부를 안해요."


이 문장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공부를 진짜 안한다는 말이고, 공부를 안하는 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내 아이는 뭔가 열심히 하는 걸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는 산만하다. 즉 집중력이 약하다. 여기에 약간의 이유가 붙는다면 집이 이사를 하면서 친구를 잘못만났거나 아니면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본다는 이야기이다. 아이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뭍어나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을 매우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


여기가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은 아니지만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푸념을 듣는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한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때  A군의 그럴듯한 반격이 시작된다.


"나 학원 다니면 잘할수 있어!"


장담에 가까운 이 문장은 사실 미묘하다. 꼭 음악을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내가 잘할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섞여있다. 그럼에도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꺼야라는 자기 합리화도 있다. 


"2개월만 해봅시다"


나는 [인턴십프로그램]을 제안한다. 2개월동안 아이의 실력, 태도, 연습량,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체크한다. 하지만 다른의미에서 아이에게는 배울수 있는 기회를, 맘에게는 아이에게 원망받지 않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트레이닝을 받은 지 2개월이 될 무렵, A군은 얼굴도 밝아졌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나는 A군과 다시 상담테이블에 앉았다. 그동안 트레이닝을 받으면서의 소감이나 느낀 점 등을 함께 나누었다. 그의 얼굴은 무척 상기되 있었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처음 왔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상담의 끝날 무렵 나는 A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창시절에 성적을 올리는 것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인데 한번 해볼래?’

A군은 쾌히 승낙했다. 어웨이크에서 와서. 나는 목표점수를 몇점으로 할지 물었다. 그의 성적은 반에서 꼴찌의 수준인 평균 50점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표점수를 80점이라고 이야기 했다. 자신감 넘치는 것은 좋으나 나는 65점 정도를 목표로 하자고 설득하였다. 목표가 높다고 좋은 성적인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와 공부상담도 같이 하고, 전략도 함께 짰다.(여기는 음악학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기말고사. A군의 시험성적이 평균 20점이나 올랐다. 그리고 약속한 2개월이 끝났다. 

 나는 A군과 다시 진학에 관한 상담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왠지 모를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A군의 성적이 올라서 나에게 무한한 신뢰하는 보내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아보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너의 꿈이 가수가 아니니?’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처음에 가수가 꿈이라고 했던 아이의 말이 번복 된 것이다.
나는 A군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가수가 꿈이 아니면, 너의 진짜 꿈은 뭐니?”

A군은 대답했다.

“ 저의 꿈은 .... 요리사에요”

나는 왜 처음에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지 궁금해졌다. A군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공부를 못하니깐 요리를 한다고 하면, 안 시켜줄 것 같았어요.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성적도 오르고 자신감도 조금 생겨서 이제는 한번 말해보려고요.’

 A군은 내 눈치를 한참동안 보았다. 내심 미안한 기색이었다. 나는 그만 하산(?) 하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아이는 그래도 계속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A군의 어머니도 아이가 좋아졌는데 좀더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나는 A군을 돌려보냈다. 그는 지금 하고 싶은 꿈을 찾았고, 몇 달 후에 그가 원하는 요리관련 학과로 진학하였다.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꿈은 어쩌면, 어른들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서 지어낸 ‘대답용 꿈’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음속에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기 어렵다. 자신이 말한 꿈에 부모님의 얼굴 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부모님들이 나에게 찾아와 한번도 배워보지도 해보지도 않은 자신의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지 테스트를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재능이란 몸에 숨겨져 있는 바코드나 QR코드 따위가 아니다. 네이버사전에 두 단어를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재주’와 ‘재능’이다.  재주는.‘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과 슬기’ 라는 뜻이고, 재능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는 뜻이다.

재능이란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훈련의 의해 획득된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제 꿈이 없는 내 아이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어떤 것이 돈을 많이 버냐, 안정적인 직업이냐가 아니라, 지금 마음속 깊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야한다. 그리고 준비해야한다. 내 아이가 무슨 대답을 하던 칭찬하고 격려할 준비 말이다. 더 이상 아이가 부모의 표정을 보며 부모가 원하는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일을 당당하게 말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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