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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y Oct 31. 2020

돈 모을 생각 일절 하지 말아야 할 이유

돈을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틀렸다. 쓰는 것만이 전부다. 돈은 근본적으로 가치와 교환하는 수단이다. 종이 쪼가리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숫자만큼의 가격이 붙은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는 사회적 약속이 힘을 부여해준다. 사람들이 종이를 들고 다니지 않고 휴대폰에 적힌 숫자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돈은 약속이다. 그것을 다른 물건과 교환할 때 비로소 가치를 발현한다.

돈은 가치와의 교환이라는 관점에서 통장에 저금하는 행위를 살펴보자. 왜 적금을 들까? 미래의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 즉 미래 가치와의 교환이다. 그러면 이 또한 통장에 돈을 쓰는 셈이다. 옷을 사면 그 돈으로 살 수있던 다른 것을 사지 못하는 것처럼, 통장에 돈을 넣는 것 역시 미래의 나에게 씀으로써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날리게 된다. 돈은 항상 쓸 수밖에 없게끔 설계된 장치이다.

돈을 모은다는 관점을 버려야 한다. 돈에 실리는 힘은 그것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에 있지 돈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근데 그 수단에 목메면 어떡하나. 핵심은 어디에 쓸 것인가, 즉 어떤 가치와 교환할 것인가다. 가격과 가치는 일맥상통해 보이지만 사실 동일하지 않다. 똑같은 가격의 강의를 결제해도 누구는 조금 듣다 내팽개친다. 그것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이는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들어 훨씬 더 높은 가치로 만들어낸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높은 가치를 사는 것이 좋은 소비다. 저평가된 가치를 보는 안목은 돈을 많이 써보지 않고서는 기를 수 없다.

돈을 모으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돈을 모아도 1%도 안 되는 이자가 붙는 예금통장에 차곡차곡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 훗날 훨씬 큰 금액으로 교환하는 사람이 있다. 모은다고 똑같이 모으는 게 아니다. 어디와 교환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크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모으는 것조차도 쓰는 것과 같은 논리의 함수다. 그러니 잘 쓰는 것만이 전부다.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써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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