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적 지출과 수익적 지출
틈틈이 회계를 배우는데 재미난 구석이 많다. 얼마 전에는 지출에 대해 배웠다.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을 유지 혹은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출이 들어간다. 이 지출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예컨대 내가 5층짜리 빌라를 갖고 있다고 하자. 물론 엘베 따위는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빌라는 낡게 된다. 외부 도색이 벗겨짐은 기본이요, 유리창도 이따금 깨지지 않겠나. 구매할 당시의 상태보다 자산의 성능은 떨어지게 된다. 그럼 세입자들이 올까? 멀쩡해도 올까 말까인데. 수리할 수밖에 없다.
새로 사들일 당시보다 떨어진 성능을 당초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쓰는 지출은 수익적 지출에 해당한다. 이 수익적 지출은 비용처리 방식으로 장부상에 기록한다. 쉽게 말해 그냥 내 주머니에서 돈 고대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100만 원을 쓰든 1000만 원을 쓰든 그해에 한 번에 다 쓴 거로 기록된다.
반면 엘베 따위는 없는 이 빌라에 세입자가 워낙 들어오지 않으니, 큰맘 먹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세입자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월세를 조금 올렸는데도 몇 년째 인기가 좋다.
원래 없던 성능을 추가해 돈을 쓴 이후에도 계속해서 효과를 보는 지출은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 이 지출은 엘베를 사면서 설정한 기간에 맞게 감가상각으로 장부 처리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엘베 설치 비용이 1억이었다 하자. 그러면 이 엘베로 10년 동안 이득을 본다고 치면 1년에 천만 원씩 쪼개서 비용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엘베로 세입자가 늘어난 게 올해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뽕을 뽑기 때문이다. 세상에, 할부가 된다니! (물론 현금 흐름만 보면 한 방에 돈이 다 나간다ㅠ)
더 재밌는 건, 수익적 지출의 경우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장부상에서는 그 금액만큼이 내 자본에서 빠져나가는 걸로 찍힌다. 반면 감가상각은 똑같이 돈을 썼지만, 개념이 다르다. 1년에 천만 원씩 나가는 그 돈이 고스란히 내 빌라의 가치에 더해진다. 빌라가 5억짜리였다면 1년 뒤 5억 1천만 원, 다음 해는 5억 2천이다. 10년 뒤는 6억에 해당한다. 따라서 돈을 썼지만 자산의 변동이 없다. 내 전체 자산이 6억이고 이를 구성하는 요소인 빌라와 현금이 각각 5/1억이었다. 그런데 그게 6/0으로 현금이 빌라 가치에 옮겨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전체 자산의 합은 여전히 동일하다.
저 5층짜리 빌라가 우리 몸뚱아리라고 해보자. 매일 먹는 세끼 밥은 수익적 지출에 해당한다.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식사를 넣어줘야 한다. 잠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몇 시간씩은 꼬박꼬박 자야 한다. 이게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산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하지만 자산의 가치를 올리는 게 목적이라면 수익적 지출은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된다. 자본적 지출을 해야만 한다. 공부하는데 시간을 들인다거나 학위를 따거나 사업을 하기 위한 고정비를 세팅하거나 등.
자본적 지출을 아까워하면 자산의 가치는 절대 오르지 않는다. 지금 쓰는 돈이 수익적 지출인지 자본적 지출인지 늘 고심해야 한다. 수익적 지출이 대부분이면 어떻게 자본적 지출로 옮겨야 할지도.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세상이다.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자본에 돈을 마음껏 내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