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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멘토 Jan 30. 2016

응팔이의 아픔과 태백이의 아픔이 다른 이유

당신의 시간을 설명해야만 하는 시대

인사담당자 : 토익, 학점에 자격증까지 여러 가지 훌륭한 스펙을 갖추었군요.  이런 것들 쌓는데 짧지 않은 시간들이 걸렸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준비했는지가 궁금하군요?

지    원   자 : 저는 귀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인사담당자 :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우리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살았다?

지    원   자 : ...............................

인사담당자 : 그 말이 믿어지지도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런 사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데,  본인의 삶의 스토리가 있습니까?

지    원   자 : ...............................

                                                                                                                             - 취업전쟁 중에서



오늘은 이것 하나만  기억하도록 하자.


당신은 당신의 시간타인에게 설명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얼마 전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는 경의적인 기록을 냈다.

나처럼 시청률에 반영되지 않는 시청자를 포함한다면 더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CF광고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응답하라 1988'이 이 사회에 주는 파급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의 흥행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기획의도를 꼽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 청춘을 보낸, 그리고 지금의 청춘들에 보내는 위로와 격려다     - TVN의 공식 프로그램 소개 중에서-  
응팔이(응답하라 1988)

프로그램의 소개처럼 응팔이의 주인공들은 청춘들이었고 대중은 그 청춘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했다.

그런 응팔이의 아픔은 성장통이되, 몸살처럼 아프다.

몸살감기처럼 매우 아프지만 며칠 앓고 나면  성장통처럼 한결 성숙해지고, '1988의 청춘'들은 그 과정에서 새 힘을 얻곤 했다.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

반면 태백이의 아픔은 급격하게 아프지 않을지 몰라도 불치병이 될지 모르며, 이십 대 태반이 백수인 청춘은 희망이 아닌 절망만 얻을 도 모른다.


이 불치병의 이름은  '절망'이고 원인 균은 '무경력' '경력단절'이다.


대학에서 취업지원관으로 일할  때였다.

5월이 다되어 가던 즈음 어느 기업 인사  담당자로부터 취업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기업의 취업 의뢰에 나는 A급 인재를 소개하여 준다고 했더니 인사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에이, A급이면 벌써 다른 기업에서 채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냥 욕심 없고요, 성실한 인재가 있으면  소개시켜주세요."


내심 좀 언짢았지만 그 인사 담당자의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다.

고학년에 인턴경험을 하고 마지막 학기부터 취업을 나가는 요즘에

취업시즌 1~3월이 넘어갔는데 A급 인재가 남아있겠냐는 말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 걱정이 시작되는 우리 청춘들에겐 '인생 계획 세우기'프로그램을 통해 1년 동안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찾게 하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고, 청춘시절 잠시 취업을 유보하고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낭만적 방황은 우리 청춘들에겐 과분한 사치일 뿐이다.



삶의 고단함은 차이가 있겠냐만은 응팔, 응사에겐 적어도 '가난한 낭만'은 있었다.     

응팔, 응사 시절 유럽 등 세계 배낭여행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 수 있을까? 어쩌면 영원한 배낭 여행객이 될지 모른다.

어느덧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가판대에는 꿈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여행서적은 사라지고

생존을 이야기하는 인적성과 자소서 취업 관련 서적만이 채우고 있다.



"면접에서 지원자는 자신의 단점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할 동기를 갖고 있고

상대는 내 말을 믿을 동기가 없는 낯선 사람 둘 사이의 기본 관계이다."

                                                                                                              - 유시민


취업상담을 오는 친구들의 '자신의 시간'에 대한 질문 내용들도 비슷하다.


 - 선생님 제가 졸업 후 1년 동안 이것저것 경험을 쌓았는데 마땅히 내세울만한 건 없어요. 면접에서 이 시간을 물어보면 어떡하죠?

 - 학부 때 전공보다 여러 가지 관심이 많아서 학점은 소홀히 했는데 면접에서 이걸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 졸업 후 5개월 동안 모기업에 입사하였는데 직무나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 나왔는데 왜 나왔냐고 물어보면 머라고 대답할까요?


사회는 점점 노령화되기 때문에 우리는 100세까지 노동을 해야 하며, 평균 8번의 이직과 전직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사회는 '낙오'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것은 한번 취업시장에서 낙오되거나 경력이 단절된 사람은 노동시장으로 재 진입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취업 시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무경력과 경력단절의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비록 무경력의 시간이 당신에게 소중한 성찰과 깨달음이 주었다고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그렇고 그런 낙오자로 보여질 수 있다.


기업이 응팔 시절처럼 당신의 시간을 낭만적으로 보아주기엔 지원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며, 경쟁자들은 내가 세상의 견문을 높이고자 하는 시간에 직무능력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때문이다.


자 결론을 정리해보자.


첫째,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설명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내 말을 믿을 동기가 없는 낯선 사람에게 타당하고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둘째, 당신의 시간을 설명하려면 자기이해가, 낭만을 계획하려면 커리어 설계가 있어야 한다.

- 진정성 있는 설명은 임기응변으로 되질 않는다. 인사담당자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하다.


셋째, 따라서 청춘의 낭만은 계획적이어야 한다.

- 과거와 현재의 낭만의 차이는 무계획적인 낭만이냐 계획적인 낭만이냐의 차이다.

- 낭만이 있어야 청춘이다. 다만, 과거와 소유하는 방법론이 달라진 것뿐이다.


                                                                                                                                 -청춘을 응원하며, 환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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