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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플래폼 Jul 14. 2018

평당 공사비의 오류

평당 공사비의 오류

올바른 집짓기를 위한 건축이야기

평당 공사비의 오류


"평당 공사비가 얼마나 되나요?"

의뢰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글쎄요? 아직 계획조차 안 잡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난감하다. 물론, 아파트(공동주택)나 공장같이 일률적인 건축물들은 면적만 알면 대략 공사비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건축물에서는 건물의 형태, 디자인, 층고, 마감 자재, 서비스 공간(발코니, 필로티, 다락...)의 면적, 개인 취향에 따른 특수 목적의 거실(음악 감상실, 작업실...), 소음, 단열, 방수, 설비, 전기 등에 관한 특화 등 변수가 너무 많다. 또한 매년 물가 상승률 3% 정도를 감안한다면, 매년 평당 공사비 기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답은 "설계를 어느 정도 끝낸 후에 내역 작업을 통해 예산에 맞춰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라는 이야기 밖에 못해준다.
 
주변 아는 지인의 건설업자 소개로 "평당 얼마에 공사할 수 있다" 하여 믿고 계약했다가 추후 분쟁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이들의 특징은 일단 공사비를 싸게 부른 후,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모든 자재를 KS규격품을 쓴다고 건축주를 현혹시켜 계약부터 하고, 계약하고 나면 급변해서 이리저리 빼먹고, 시방서 대로 공사도 안 하며,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저가의 자재 (KS규격품 중 저가의 자재도 많다)로 공사하다가 모자라면 추가 공사비를 요구한다.   


평당 얼마에 공사를 한다고 말하는 건축가들은 도대체 어떻게 도면이나 시방서도 제대로 안 보고 견적을 산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 결국 싼 건물을 싸게 공사하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상 처음부터 예산에 맞춰 저렴하게 설계하고 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다. 다들 상급 디자인에 최고급 자재 등 좋은 것들을 요구한다. 이처럼 좋은 것을 저렴하게 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이러한 심리를 잘 아는 건설업자한테 현혹되어 공사계약을 하고, 결과적으로 업자에 이끌려 망가지면서 분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쟁의 요인 중 건축주들의 인식의 문제도 한몫한다. 설계비 공짜라든가, 싸게 공사한다는 등의 말에 너무나 쉽게 현혹되거나 무조건 싼 곳만을 찾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본인이 하는 사업이나 장사에 누군가 찾아와 근거도 없이 여기저기 비교해가며 무조건 싸게만 하려고 한다면 어느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이럴 경우 본인들도 A급 물건을 B급으로 바꾸고, 작업자도 A급 숙련공에서 B급이나 C급으로 바꿔야 살아남을 것이다. 이렇듯 결과는 가격에 맞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건축계에 팽배한 이런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사람들에게 공사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평당공사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하여 들려주려 한다.



"바닥면적이 40m²(12평)로 같은 6가지 타입의 건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모든 단위 사각형의 면적은 10㎡ (3평) 이며, 공사비는 다음 페이지의 표와 같이 가정한다.


그럼 <평당 공사비>로 산정하는 것이 왜 허수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단가 예시]
기 초: 1m² 단가 10만원
벽 체: 1m² 단가 5만원
바 닥: 1m² 단가 5만원
외벽마감: 1m² 단가 7만원
기둥/보: 1m² 단가 6만원


ⓒ 에이플래폼
ⓒ 에이플래폼


위의 표를 바탕으로 타입별 전체 공사비를 산정해 보면,  A < B <C < D < F < E 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평당 공사비로 산정하면

A type: 1,760 만원 ÷ 12평 =  146 만원/평

B type: 1,950 만원 ÷ 12평 =  162 만원/평

C type: 2,040 만원 ÷ 12평 =  170 만원/평

D type: 2,212 만원 ÷ 12평 =  184 만원/평

E type: 2,474 만원 ÷ 12평 =  206 만원/평

F type: 2,460 만원 ÷ 12평 =  205 만원/평


특히, "A" type(146만원/평) 과 "E" type(206만원/평)의 비용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일한 조건에서 건물의 형태만 가지고도

최고 평당 공사비가 1.4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내외장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수 있는데, 예를 들면 외벽마감을 1㎡당 20만원 하는 고밀도 목재 패널이나 징크판넬, 노출 콘크리트 등 고가의 자재로 한다면,


 A type: 2,800 만원 ÷ 12평 = 233 만원/평

B type: 3,250 만원 ÷ 12평 = 270 만원/평

C type: 3,600 만원 ÷ 12평 = 300 만원/평

D type: 3,252 만원 ÷ 12평 = 271 만원/평

E type: 3,774 만원 ÷ 12평 = 314 만원/평

F type: 4,020 만원 ÷ 12평 = 335 만원/평


이 경우는 공사비가 이전과 달리 A < B < D < C < E < F 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면적의 건물이라도
평당 공사비가 2배 이상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동일한 면적이라도 중저가 외벽재료 "A"type(146만원/평) 과 고가 외벽재료인 "F"type(335만원/평) 을 비교해 보면, 평당 공사비가 2배 넘게 차이가 나는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면적이 같다고 고급형 "F"type을 건설업자와 평당 150만원에 계약했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사비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으므로 설계단계부터 내역을 충분히 검토하고, 건설사 선정 시에도 2~3군데 건설사에 도면과 시방서, 공사내역서를 줘서 동일한 조건하에 견적을 내게 한 다음 선정하여 계약하는 것이 좋은 품질의 건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추후 분쟁의 소지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축주도 제값 주고 제대로 설계하고 공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 박성철 (아키로우 종합건축사사무소)

그래픽. 에이플래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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