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건축사사무소
플라잉 건축사사무소 서경화 건축가
인터뷰. 에이플래폼 김형래
사진. 이한울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라잉 건축사사무소의 서경화 소장입니다. 1996년부터 다양한 규모의 건축사무소를 거치며 계획과 실무경험을 쌓았고, 2012년 플라잉 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으로 독립사무소를 오픈하였습니다.
플라잉 이라는 사무실 이름이 재밌습니다.
저는 건축을 할 때면 항상 행복하고 설레요. 그래서 이 설레는 마음을 담아 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공간 여행을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사무실 이름을 지었어요. 사람들은 이상향처럼 날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꿈을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건축을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는 설렘을 가지고 해보자 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짓고 로고도 비행기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오해를 받아요.(웃음) 여행사 같다고.
독립 후 첫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창천동 근린생활시설인 ‘각설탕’ 빌딩이 첫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상가건물이었는데 동선을 새롭게 풀어내고 주위환경을 분석해서 상가가 최대한 볼륨감 있어 보이게 만들었더니 딱 맞아떨어졌어요. 포트폴리오가 하나도 없던 시기에 건축주가 그걸 좋게 봐주셨어요.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법적으로 복잡한 지역이었어요. 두 면이 도로에 접해 있기도 하고, 사면이 높이 제한을 받는 지역이었어요. 새로운 동선을 제안했으니까, 새로운 상가디자인을 제안해보고 싶었어요. (모형을 가리키며) 저렇게 깎인 부분이 법적인 제재 때문에 깎인 부분이거든요. 법적인 것을 법적인 것처럼 안 보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디자인 하려했어요. 틀에 박힌 동선에서 벗어나게 디자인을 하는 게 포인트였어요. 의외로 건축주가 빨리, 디자인에 동의를 해주셨어요. 스케치업으로 보여드리니까 ‘이걸로 합시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일사천리로 잘 진행될 것만 같았던 프로젝트가 도중에 일이 생겼어요. 완공될 즈음에 제가 사고가 났거든요. 퇴원하고 나서 현장에 가봤더니 설계했던 거와 달리 재료가 다 바뀌어 있었어요. 분명히 건축주와 시공자에게 샘플까지 보여주면서 진행했던 사항인데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외장재까지 시공사 마음대로 싹 다 바꿨어요. 설상가상으로 상가에 들어온 임차인은 건물을 간판으로 도배 해놨어요. 이후로는 상가건물 의뢰가 들어오면 간판 디자인까지도 제가 하겠다고 제안하려고 해요. 만약 제가 그때 사고가 없었다면 각설탕 빌딩이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시詩를 통해 건축적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시를 쓰는 건 꾸준히 하는 작업 중 하나에요. 건축주를 만나면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요. 글이나 그림도 좋지만 좀 더 함축적으로 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시詩라고 생각했어요. 선이 많고 복잡한 건 선호하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각설탕 빌딩이나 삼각형 공간에서 느낀 나의 감정처럼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시와 건축적 생각을 담아 좀 더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각 설 탕
서경화
내가낳은 각설탕은
암만봐도 우아한데
니주인이 바뀌더니
니정체는 무엇이냐
운명이라 생각하고
쨔증나면 내가살까
누군가가 얘기하길
백날해도 아쉬울껄
클라이언트랑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나요?
전화상담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선호해요. 전화통화로도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상담은 다 해드리지만 한 공간에 마주앉아 직접 악수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정도가 달라요. 사람에게는 인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건축가도 사람인지라 건축주 인상이 좋아야 더 신이 나요. 여기서 말하는 인상이란 단순히 외모나 옷, 나이 등을 뛰어 넘는 사람 사이의 그 무엇이에요.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도 하고 반대로 제가 그 분들을 믿고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기도 하거든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광교 단독주택과 양평 청계리 단독주택을 진행하고 있어요. 순수하게 단독주택만 하고 있어요. 광교 단독주택은 규모가 크고 많이 복잡한 땅 위에 올라가는 신재생 건축물이에요. 청계리에 있는 주택은 재미있는 과정을 거쳐서 저에게 왔어요. 집을 지으려고 하면 대개 사람들은 건설사를 먼저 만나요. 청계리 건축주도 건설사를 먼저 찾아간 후 어디 괜찮은 여성 건축가 없나요 라고 여쭤보셨대요. 그래서 건설사 측에서 저를 추천해주셨고요. 아침 7시에 건축주로부터 문자가 왔어요. 이른 아침 사무실에서 건축주를 만나 왜 여성건축가 콕 집어서 선택하셨는지 여쭤보니까, 말하기가 편하고 대화가 잘 될 것 같아서 추천을 해달라고 했었데요. 그렇게 청계리 주택이 시작됐어요. 청계리 주택 프로젝트는 사연이 길어요. 실제 집에 살려고 하는 분은 동생, 어머니인데, 계획안은 언니 분이랑 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동생분이 ‘제 생각이 곧 언니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셔서 약간 당황했어요. 다행히 언니 분께서 건축을 너무 잘 아시는 거예요. 이렇게 청계리까지 프로젝트를 두 개 진행하고 있어요. 사무실 내 작업인원이 많지 않아서 쉽지만은 않아요. 실시설계까지 내부에서 하니까 누구하나 여유 있는 스케줄이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현재 대한민국 건축계가 지닌 많은 이슈들 중 무엇을 개선해야할까요.
우선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반인을 위한 올바른 건축교육이 기반이 되어서 인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건축 환경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다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건축가들의 집짓기 이야기라는 활동인 ‘집톡(ZIP TALK)’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를 시작한 계기도 결국 일반인과 건축가가 모여 도시와 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였어요. 이렇게 우리 도시 속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인식의 전환이 하나둘 이뤄지면 양질의 건축문화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생각해요. 더불어 협회도 건축프로그램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서 주도적으로 운영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
언젠간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 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에요. 플라잉 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기간 재미있게 설계를 하고 싶고, 그 플랜 중 하나로서 고향으로 내려가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도움이 되는 공공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건축가는 개인을 위해 건축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공공적인 성격이 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시골의 버려진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이제는 도시개발이 아닌 시골재생에 힘을 써야할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 즐겁기보다는 더불어 성장하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어요.
플라잉 건축사사무소
대표 : 서경화
대표전화 : 02.6013.5063
이메일 : flyingarch@naver.com
홈페이지 : www.flyingar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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